서른이니까, 디저트가 나오려면 기다려야 해 - 하루하루 살아가는 서른의 이야기를 담은 인터뷰
심국보 지음, 김단비 그림 / 북스고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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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삶의 모토를 이렇게 바꿨어.나는 일단 오늘을 산다.난 오늘 열심히 재밌게 살고,내일 걱정은 내일 할 거다.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걸 언제 잃어버릴지도 모르고 내일 없어질 수도 있는데, 그러면 오늘 쓰자.내가 내일 냉면을 못 먹을 수 있으니까 오늘 먹을 수 있을 때 먹자.이런 거지.그렇게 마음을 바꾸고 나니까,그래도 오늘의 삶에 조금이나마 만족할 수 있는 것 같아. (-31-)


난 내가 어렸을 때부터 스스로 반골 기질도 있고 비판적 사고를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어. 그런데 막상 지내는 걸 보면 나만큼 체제 순응적인 사람이 없더라.그래서인지 이제 경쟁에 익숙해져 있는 것 같아. 물론 경쟁 때문에 생기는 여러가지 폐해나 문제점이 있지. (-82-)


스물과 서른의 경계에 선 이들은 때때로 자신의 삶에 새로운 자극을 주고자 한다.그 하나의 방법으로 많은 사람들은 여행을 택한다.힘겹고 지칠 때 혹은 사는 게 무료하고 지겨울 때, 우리는 가방에 짐을 사고 여권을 챙겨 어디론가 떠나는 상상에 빠진다. (-160-)


불안함과 연관된 감정들,이를 테면 허망함, 허무함, 망설임과 같은 감정들은 우리가 흔히 이해하는 것처럼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이것은 자신들의 삶이,그리고 우리 세대의 현실이 앞으로도 '불변'할 것이라는 인식에서 기인하는 감정이다.서른이 되었지만 예전과 변한 것이 없고,남들과는 달리 나는 앞으로도 변할 것 같지 않다는 생각,마치 우리의 삶도 ,이 세상도 콘크리트 반죽처럼 천천히 굳어가는 것 같다는 이 '경화'의 세계관이 바로 불안함의 원인인 것이다. (-218-)


사실 아무 느낌 없었어.나는 내가 서른 살이 되는 생일에 휴가를 쓰고 집에서 고양이랑 누워서 놀았거든.음...아! 새해 첫날엔 친정집에 있었어.집에서 엄마가 해주는 된장찌개를 먹고, 남편이랑 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왔어.우리 집이 통영이어서 거의 종일을 차 안에서 보냈었던 기억이 나,조금 특별하다 싶은 날들은 그렇게 행복하게 보냈던 것 같아. (-237-)


이 책은 1989년 뱀띠 ,이제 막 서른이 된 청춘,열명의 스토리가 담겨져 있다.1990년대 생의 이야기는 읽어봤어도 1989년생 이야기는 처음이었다.그만큼 우리가 생각하는 1989년생에 대한 의미,189년에 대한 의미는 남다르다 말할 수 있다. 천안문 사태가 터지고, 통독 독일이 생겨났으며, 공산주의 동유럽 세계가 하나둘 무너지던 시기가 1989년이며,그 언저리에 태어난 이들은 1989년에 일어난 사건들에 대한 기억들과 정체성을 안고 살아가게 된다.내 안의 나이가 그 때의 사건과 결부짓게 되고,그것이 자신의 삶의 연속된 패턴 속에서 수많은 선택과 결정의 기준이 된다.즉 이 책을 읽는 이유는 바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세상에 대한 기억들, 세상에 대한 평가들이다.1989년 이전에 태어난 사람들에 대한 가치관과 자신들의 가치관을 평행선상에 놓게 된다.그 과정에서 1989년생들에게 느껴지는 공통된 정서는 불안이다.


1989년은 불안하다.그 불안은 현재를 살아가는 이유가 된다.미래를 내다보지 않고,현재에 충실한 삶을 살아가는 이유는 그 이전 세대가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다가, 예기치 않은 문제로 세상을 떠난 것을 보고 듣고 느껴서였다.더군다나 태어나면서 목도하게 된 굵직굵직한 사건 사고들은 그들만의 동질감과 함께 하게 되고, 그들만의 패러다임을 형성하게 된다.불안은 좌절과 자괴감과 역이게 된다.기득권이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것들을 그들은 누리지 못함으로서 자괴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집을 사고, 행복을 얻고 싶지만 ,주어진 상황은 그것을 채울 수 없었다.그건 그들 스스로 흙수저로 태어날 수 박에 없는 태생적 한게였다.개천에서 용이 나는 일이 끊아지면서,스스로 자구책을 찾을 수 앖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남들보다 노력해서, 집을 사고 싶지만 자신이 노력한 만큼 집값은 오르게 된다.번 것 이상으로 집값은 오르기 마련이다. 그건 집값 뿐만 아니라 자신이 추구하는 행복도 마찬가지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노력해도 희망을 찾지 못하고,떠나버린 파랑새는 다시 자신을 찾아올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될 때 그들이 느끼는 공통된 정서는 윗 세대에 대한 불만과 불평등이 아닐 가 싶다.아직은 그들은 서른이다. 하지만 앞으로 그들은 마흔이 될 것이고, 오십이 된다.비주류였던 서른,여전히 미성숙한 어른이라 생각한 서른이 마흔이 되고, 오십이 되면서 주류가 되면, 우리 사회는 새로운 변화를 느낄 것이다.그 과정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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