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뺀 세상의 전부 - 김소연 산문집
김소연 지음 / 마음의숲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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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는 시간에 외로움하고 같이 있지는 말아야 한다.혼자있는 시간을 방문해줄 단 하나의 위대한 친구가 문 바깥에서 서성이다 그냥 돌아갈 테니까.그렇게 되다면 정말로 외로운 사람이 되는 거니까.(-58-)


"해야 돼"는 번번이 지당한 단어와 결합되어 일말의 선택권도 허락이 안 되는 숨통 막히는 말이 되어버린 것이다.옳고 좋은 것을 강압적으로 추락시켜버린 나쁜 서술어가 되어버린 것이다.그래서 지당한 것들이 지긋지긋함과 연루되게 만든 것이다. (-115-)


시집을 선물하는 시대가 다시 오다니,1980년대에 대학을 다닌 나에겐, 까마득하게 잊고 있던 과거가 먼 길을 돌고 돌아 미래처럼 문 앞에 당도한 느낌이 들었다.시집을 가장 열렬히 읽고 가장 소중하게 선물로 주던 마지막 세대가 되었다고 생각해 버린 지 30년 가까이 지났는데, 선물용 시집을 구매하며 웃는 청춘들을 직접 목도하게 될 줄이야. (-172-)


나를 만나고 싶어 하는 독자들이 이 세상 어딘가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반가워서 기꺼이 먼 길을 가고 싶어 한다는 진짜 이유가 훼손될까 봐 두려워서 원고료를 물을 수가 없다. 액수의 많고 적음은 중요하지 않다. 다만 , 내 노동력을 재능기부 혹은 나눔으로 여길지, 정당한 대가를 지불받는 걸로 여길지에 대한 결정권 정도는 내게 있었으면 싶을 뿐이다. (-219-)


에세이는 타인의 생각을 읽는 과정이다.타인이란 나와 다른 경험과 지식을 가진 이들이며,그들은 남녀노소, 외국인을 가지지 않는다. 서로의 생각들을 교차해 놓고 ,나에게 필요한 것들을 찾아나간다면, 이 책을 읽는 목적은 다채웠다고 보여진다.특히 에세이의 특징들은 대체로 평이하고 잔잔하다.나만의 독백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고, 타인이 읽었던 책들 속에서 나의 생각과 나의 욕구와 욕망, 나의 감정들을 읽어
나가게 된다.돌이켜 보면 이 책을 읽는 이유,저자 김소연 씨의 산문집에서 무엇을 얻으려 애쓰는 이유는 저자의 경험 속에 있는 내밀한 감정들과 문제들을 보고,나의 문제들을 꺼내 들추는게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타인의 경험이 나의 경험과 엮이고, 타인의 문재 해결책은 나의 문제 해결책이 된다. 그것은 나의 감정 해소가 될 수 있고,치유나 회복이 될 때도 있다.물론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생각을 읊어나갔다.



이 책의 제목에는 '나'가 등장하고 있다.그건 자신을 가리키는 화자이며, 나의 또다른 거울이다. 저자는 특히 나와 혼자를 결부짓고 잇는데,그동안 읽었던 책들이 나열되고 있었다.작가는 자신이 읽었던 책들을 통해서 혼자 있는 것에 대한 순수한 가치들을 찾아나가고 있으며, 삶의 가치들을 펼쳐보는 과정에서 나의 가치들을 커다란 양탄자에 펼쳐 놓게 된다. 특히 내 안의 불안이나 걱정들에 대해서 , 그것을 줄어 나갈 수 있는 방법은 혼자라는 가치에 얼마나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즉 나 혼자 무언가를 할 수 있고, 나혼자서 어떤 일을 저질러도 문제가 되지 않을 때, 그제서야 자신은 살아갈 용기를 얻게 되고, 어떤 상황이 내 앞에 놓여지거나 부딪친다 하더라도 힘겨워 하지 않게 된다.이 책에는 바로 그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나와 무관하지만 나에게 필요한 이야기들,나의 삶과 겹쳐지는 것들, 서람과의 서툰 관계들에 대한 이유없이 나타나는 불안에 대해서 마주하게 되고, 내 삶에 있어서 어떤 곳에 비중을 두어냐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 있다.더 나아가 우리 사회가 무언가를 강요하거나 이유없이 요구 할 때 그 요구에 대해서 거부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얻게 된다.미움 받아도 괜찮고, 나에게 소중한 누군가를 바라보는 것,그것의 의미에 대해서 한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따스하고, 푸근함을 느끼는 시상을 떠오리게 되는 에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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