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베의 태양
돌로레스 레돈도 지음, 엄지영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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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감입니다만,비보를 전해드리려고 이렇게 왔습니다.안타깝게도 오늘 새벽에 알바르 무니스 데 다빌라 씨가 큰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구급차가 현장에 도착했을 데, 이미 절명한 상태였습니다.이런 소식을 전해 드리게 되어 정말 유감입니다.(-16-)


마누엘,그때 다시 떠올리라는 말이 아니야.이제 아무것도 당신을 괴롭히지 못해.내가 곁에 있잖아. 더구나 당신은 더 이상 여섯 살짜리 아이가 아니라고.<태베의 태양>은 좋은 소설이야.당신의 독자들이 아주 마음에 들어 할 작품이지.하지만 진심이 느껴지지 않은 건 사실이야.내 말이 정 듣기 싫다면 ,물어 보지 않는 편이 좋을 거야.(-161-)


바로 그거라네.자네도 알다시피 나는 오랜 세월 도안 그와 알고 지냈어.그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어.알바로는 죽는 그 순간까지도 용감한 청년이었네. 적어도 내가 아는 한 그런 사람이었지.그런데 자네가 말하는 사람은 내가 알던 알바로가 아닐세.전혀 달라. (-372-)


아내를 겁탈했단 말일세.마누엘. 나는 지옥에 떨어져야 마땅한 놈이라고.그녀가 나를 어떻게 대하든지 ,내게 어떤 벌을 내리든지 간에 그것만으로는 내가 저지른 죄의 대가를 다 치르지 못할 거야.마누엘은 온 몸이 굳어 버린 듯했다.그 말에 전해지는공포와 전율로 인해 꼼짝할 수가 없었다. (-484-)


마누엘은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카타리나가 그 누구보다 자기 분수를 잘 알았고, 또한 그것을 엄청나게 노력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었다.노게이라의 말마따나, 그녀는 어떤 썩어빠진 세상이라도 늠름하게 해쳐 나갈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 중의 하나였다.어떤 면에서 그녀는 타고난 배우였다.(-696-)


스페인 출신 돌로레스 레돈도의 소설 작품<테베의 태양>을 두 손에 들어본다면 책에 대한 묵직함을 느낄 수 있다.소설 <테베의 태양>은 700페이지 두꺼운 책이지만 이 책 을 펼쳐 본다면 그 무게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술술 읽혀지게 되고, 책을 읽는 그 순간 저자의 마력에 빠지게 된다.소설은 스릴러와 죽음에 관한 대서사시이며, 우리의 삶 저 너머에 숨어 있는 슬픔의 실체와 마주할 수 있다.누군가의 예기치 않은 죽음은 누군가의 슬픈이 된다.알바르의 죽음을 파헤치는 베스트셀러 작가 마누엘의 걸음 걸음은 비장하리 만큼 무게감을 느낄 수 있고, 그 무게감 너머에는 알바르에 대한 죄책감이 숨어 있다.


소설에서 베스트셀러 마누엘이 아닌 또다른 주인공 알바르는 교통사고로 사망하게 된다.이유없이 통보받은 불청객, 마누엘의 동성 연인이자,그의 작품을 먼저 들여다 보는 신비로운 남자, 마누엘은 항상 자신의 작품 속에서 알바르에게 의지하였고, 10살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알바르는 남다른 문학에 대한 안목을 가지고 있었다.하지만 마누엘은 알바르의 실체를 알지 못하였다. 그가 마누엘과 만나기 전의 과거에 대해서, 죽은 후에서야 그에 대한 모든 것을 파헤치게 된다.


알바르의 죽음은 단순한 교통사고로 치부되기에는 의심가는 부분들이 있었다.사랑하는 연인의 죽음,그 빈자리는 너무나 큰 구멍이었다.알바르에게 난 상처는 단순한 교통사고로 인한 상처가 아니었고, 누군가 에 의해 자행된 의도적인 타살이었고, 마누엘은 그의 삶에 다가가게 된다.알바르는 돈이 많은 부자 가문의 일원이었고, 그가 모은 부와 명예는 알바르의 유언에 따라 마누엘에게 넘어가게 된다.하지만 마누엘에는 그 재산보다 더 중요한 것이 알바르의 삶이었다.자신보다 열살 어린 알바르의 죽음은 스스로에게 인생의 족쇄였으며, 신학교에 다닌 알바르가 자신의 과거를 숨긴 이유가 궁금하였다.알바르가 살았던 곳,성장했던 곳을 찾아가면서, 알바르가 지산의 삶을 숨긴 이유를 앞게 된다.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그 아픈 과거사를 마누엘은 직접 찾아가면서 마주하게 된다. 누군가의 과거를 들여다 본다는 것은 결국에는 그의 죽음과 마주한다는 것이었다.알바르는 왜 죽어야 했고, 죽음을 누군가가 숨겨야 했던 이유, 알바르가 자신을 좋아하고 따르면서 서로 의지해 왔던 것들을 찬찬히 살펴보게 된다.슬픔과 아픔의 연속, 그 과정에서 마누엘는 자신을 위로하게 되고, 알바르의 죽음을 인정하게 된다.그리고 그의 과거를 용서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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