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의 발견 - 카피라이터 유병욱이 말하는 평소의 관찰, 메모, 음악, 밑줄
유병욱 지음 / 북하우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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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치약이 아닙니다. 하지만 너무도 많은 시간을 우리는 치약으로 살고 있습니다. 짜내고, 짜내다가. 텅빈 껍데기로 버려지는 삶.치약에게는 비극적인 결말이 내정되어 있습니다. (-5-)


그래서 재료가 가장 신선할 때 붙잡아두는 것이 중요합니다.섬광처럼 사라지는 생각의 단초들,그대로 두면 사라집니다.그래서 평소의 관찰과 채집이 중요한 거죠.안테나를 세워두고 관찰하다가 신선한 재료다 싶은 것이 나타나면 붙잡아둬야 합니다.기록하고, 찍어두고,이도 저도 안 되는 상황이면 녹음이라도 해야 합니다.괜찮은 생각일까? 판단은 나중에 해도 됩니다.시시하면 지워버리면 되죠.하지만 애초에 붙잡지 못한 생각은 결코 돌아오지 않습니다. (-61-)


생각의 씨엇이 떠오르면,
그순간 손에 잡히는 곳에 붙잡아둡니다.
그렇게 적어두고,때때로 꺼내어 곱씹어봤더니
이렇게 책에 담을 만한 문장들이 모였습니다.(-80-)


한국시리즈 7차전처럼 절체절명의 경기에서는, 자신만의 장점을 극대화한 스페셜리스트들을 잘 갖춘 팀이 경기를 승리로 가져갑니다. 모든 사람이 4번 타자일 필요가 없는 거죠. (-120-)


나는 혼자가 아니구나.

나의 취향은 나만의 것이 아니구나.이곡을 사랑하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았구나.그날 저 자리에서 함성을 질렀던 사람들도 나처럼 나이 들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고 있겠구나. 종진이 오빠,태관이 오빠를 부르는 누나들은 나보다도 더 나이 들어 있을 텐데.지금도 저렇게 꺄악 소리를 낼 수 있을까? 그 사람들도 전태관씨의 투병 소식에 먹먹해하며, 자신의 청춘 한 시절을 꺼내보고 있겠구나,나는 혼자가 아니구나. (-193-)


그날 저는 평소의 시간 속에 숨겨진 보석을 만난 거죠.보석을 만난 순간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제가 감히 생각지도 못했던 생각을 정리해놓은 문장을 만나는 날이면, 경의와 질투가 반반씩 섞인 감정으로 그 생각들을 가둬둔 글자들의 조합을 한동안 바라보곤 합니다.(-276-)


카피라이터는 아이디어와 싸우면서 살아간다.카피라이터에게 아이디어는 단어와 문장으로 유기적으로 엮아면서, 우리 앞에 맛있게 버무려지고 있었다.맛있는 밥상위에 비빔밥처럼 버무려진 단어와 문장의 향연,카피라이터는 문장이 가지는 깊은 울림과 동거동락하고 있었다.그들에게 문장은 그들의 전부였고,그들의 열정 속에서 시적된다. 그들의 직업적인 특성과 그들의 가치관,그들의 직업을 이해하게 된다면,그들의 소소한 내면을 엿볼 수 있으며,그 안에서 그들의 삶과 희노애락, 새로운 것들을 주워 담을 수가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관찰과 메모,그리고 음악과 밑줄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다.평범한 일상 속에서, 작은 것 하나 하나 놓칠 수 없는 부분들이며, 망망대해 모래알 위에 숨어있는 가치있는 보석들을 찾아낼 수 있다.같은 것을 바라보지만,그 안에서 내가 보고 듣고,느꼈던 관찰은 내 앞에 놓여진 삶에 대해서 다시 한번 보게 되며, 놓치고 있었던 사소한 것들에 대해서 한번 더 되돌아 볼 수 있었다.삶에 대한 관점의 변화,남들이 보지 못한 것,느끼지 못한 것들을 주워 담아가게 된다. 그건 아이디어 하나,단순한 문장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 카피라이터가 쏟아내는 열정과 노력들은 무시할 수 없는 가치이며, 그들이 문장 하나를 건져내기 위해서 수십 수백의 문장들을 쓰레기통에 버린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면, 하나의 결실 하나 하나에 의미를 부여할 수 밖에 없다.그들이 생각하는 단어와 문장에는 그들의 고통과 피나는 노력이 있으며, 그 과정에서 하나의 광고 카피가 탄생되는 것이다.


소소한 것, 평범한 것들, 저자는 세상을 어떤 프리즘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을까, 복잡한 세상 속에서 단순한 가치, 변하지 않는 가치를 주워담기 위해 들였던 시간들은 가벼이 볼 수 없는 것이다.순간 순간 떠오르는 영감들을 내 앞에 놓여진 것들을 활용해 정리하고, 수집하지 않는다면,그것은 하나의 결실이 되지 못한다.즉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이 가지는 인문학적인 가치, 카피라이터로서 준비된 자가 기회를 얻고, 그 사람이 주워 담은 문장 하나가 그 사람의 운명을 바꾼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사소한 것에 우리가 놓칠 수 없는 본질적인 요소가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낄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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