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상의 문장 - 우리가 가졌던 황홀한 천재 이상 다시 읽기
이상 지음, 임채성 주해 / 판테온하우스 / 2018년 11월
평점 :
당신처럼 사랑한 일은 없습니다라든가,당신만을 사랑하겠습니다라든가 하는 그 여자의 말은 첫사랑 이외의 어떤 남자에게 있어서도 인사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43-)
길을 걷노라면 '저런 인간일랑 좀 죽어 없어졌으면'하고 골이 벌컥 날만큼,이세상에 살아 있지 않아도 좋을 ,산댔자 되레 가지가지 해독이나 끼치는 것밖에 재주가 없는 인새들을 더러 보곤 한다.일전에 영화 <죄와 벌>에서 얻어들은 '초인법률초월론'이라는 게 뭔지는 모르지만 진보한 인류 우생학적 위치에서 보자면,가령 유전성이 확실히 있는 불치의 난병자,광인,주정 중독자,유전의 위험이 없어도 접촉 혹은 공기 전염이 꼭 되는 악저의 유자,또 도무지 어떻게도 손을 댈 수도 없는 절대 걸인 들은 다 자진해서 죽든지 그렇지 않으면 모종의 권력으로 일조일석에 깨끗이 소탕하는 게 옳을 것이다.(-101-)
의학의 진보 발달을 위하여 노구치 박사는 황열병에 넘어지기까지도 하였고,또 최근 어떤 학자는 호열자 균을 스스로 삼켰다 한다.이와 같은 예에 비긴다면 치부를 잠시 학생들에게 구경 시켰다는 겁쯤 심술부릴 거리조차 못 될 것이다.(-132-)
그러나 이 촌락은 평화하다.나는 마늘 냄새 풍기는 게트림을 하였다.마늘-이 토지의 향기를 빨아 올린 귀중한 것이다.나는 이 권태 바로 그것인 토지를 사랑하는 동시, 백면들을 제외한 그들 촌 사람의 행복을 축복하고 싶다.이제 나는 움직일 수 없는 태산처럼 만족 상태이다. (-197-)
나는 자살에 대해 생각해본다.수단, 시기,유서,에 대한 것 등 세세히 냉정하게 생각하는 일에 몰두한다.그러나 자살하려고 마음먹었다가 자살하지 않고 있는 것도 역시 자유다.모든 곤란과 치욕을 견뎌내며 아랫배에 힘을 주고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251-)
작가 이상은 1910년에 태어나 1937년에 세상을 떠나게 된다.20여년간의 짧은 인생을 살아왔지만, 한국인들에게 가장 많이 언급되고, 사랑받은 작가중 하나이다.왜 우라는 그에게 천재라는 수식어를 쓰면서, 글과 텍스트로 회자하는 것인가 되돌아 보게 된다.그가 남겨놓은 소설로 날개와 오감도가 있으며,그 작품은 교과서에도 수록되어 있다.하지만 오래되어서 그런지 몰라도,그의 작품에 대한 기억은 현존하지 않았다.그게 소설가 이상의 한계이며, 약점이다.한국인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의 문학에 깊이 빠져드는 독자는 소수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한국 소설을 외면하는 한국 독자들의 특성과 맞물려 돌아가는 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소설이 아닌 산문으로 쓰여진 책은 뭔가 낯설여 졌다.더구다나 이상의 산문집은 특히 그렇다.이상의 <이상의 문장>은 그의 생전에 대중들에게 알려진 작품도 있고,사후에 날려진 작품도 있었다.그건 그의 문학과 사유가 시대를 앞서나갔다는 반증이다.즉 현재의 사람들의 보편적인 기준에 따라가지 않음으로서 그의 작품에 대한 위험성을 권력과 문학의 중심부에 있는 사람들은 충분히 감지했을 것이다.즉 그의 작품에 대해서 가치를 인정한 것은 지금은 그의 시대적인 이해와 감각을 수용할 수 있는 지금 현 단계가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되었다.지극히 이상의 작품에 내제된 그의 심성에 따라 쓰여진 산문으로,그 시대의 모습을 고찰하게 된다.삶과 죽음의 경계선 안에서 이상이 느껴야 했던 시대적인 가치관,나와 이질적인 삶을 살아가는 일제강점기의 조선인들의 생각들과 이상의 가치관은 배치되고 있었다.그래서 그가 자살을 꿈꾸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더군다나 그 시대에 유향처럼 퍼졌던 우생학에 대한 이상의 생각도 엿보게 된다.지금도 충분히 논란의 여지가 될 수 있는 그의 가치관과 생각에 대해서 그가 사후에 그의 생각과 사유를 받아들에게 된 것은 이런 이유가 아닐까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