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냉정 - 난폭한 세상에 맞서는 우리의 자세
박주경 지음 / 파람북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시대 언어의 기능에는 듣기가 빠져 있다.시대 전체의 청각이 마비된 지는 이미 오래되었다.듣는 자는 없고,귀가 멀어서 악쓰는 자는 넘처난다.모두 기를 쓰며 내지르는 말들이 날마다 미세먼지로 세상을 휩쓸고 ,적대하는 말들이 부딪쳐서 먼지의 회오리를 일으킨다.(-4-)


가해자의 자기 정당화로 인해 궁지에 몰리는 건 피해자뿐만이 아니다.피해자를 도우려던 제3자까지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폭행 등의 범죄 현장에서 그런 일이 자주 발생한다.피해자를 구하겠다고 가해자와 맞섰는데 돌아오는 대가는 '쌍피(쌍방폭행피해)'입건이아.허무하고 원통한 일이다.(-53-)


외워서 사지선다 답안을 채우는 일에만 주력할 게 아니라 교양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초덕목부터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그런 것들이 실생활에서 자동으로 튀어나올 수 있도록 교양교육을 더 강화해야 한다. (-96-)


그 악수에서도 온기를 느끼지 못하겠다는 사람들이 많다.눈을 마주치고 대화를 주고받고 손을 맞잡았는데도 사람 대 사람으로서 전해지는 따뜻한 기운을 느낄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기본적으로 차가운 이미지가 많다(-121-)


손혜원 의원에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목포 부동산 의혹이 불거졌을 때의 일이다.투기 목적이었는지 아닌지, 투기가 아니더라도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조항'에는 어긋나지 않는지,기자들의 질문 세례가 쏟아졌다.사실 국내 언론사만 해도 수십 수백 곳인데 저마다 한 번 씩만 질문해도 당사자는 똑같은 질문을 수십 수백 번 받게 된다.거기에 상당히 예민해졌는지 손 의원도 어느 날은 폭발하고 말았다.

"그 질문은 이제 그만 받을게요.아주 지겨워요!"(-195-)


오로라는 어떤 '역설'이었다.가장 찬란한 빛이지만 가장 어두운 곳으로 가야 만날 수 있다.빛이 있는 곳에서는 좀처럼 그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다.가로등 하나, 민가 불빛 하나도 오로라 관측에는 방해가 된다.아무 것도 없ㄴ느 그야말로 '순수 암흑'만이 오로라를 완벽하게 돋보이게 만든다.빛은 어둠이 있어야 그 존재를 말한다는 진리를 온몸으로 느끼게 되는 순간이다.(-231-)


죽음이란 그 어떤 위로도, 관심도, 애정으로도 막을 수 없는 단호한 수순이다.때가 오면 누구나 홀로 죽음과 마주해야 하는 것이 살아 있는 것들의 숙명이다.그 모든 회한과 두려움과 애착을 정면으로 껴안도 맞이하게 될 독존의 죽음 말이다. (-272-)


흙수저, 기레기,헬조선,죽음의 외주화, 우리는 지옥에 대해서 말하고 있지 않지만 , 현실은 지옥에 가까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작은 소확행을 얻기 위해서 남의 살을 깍아 먹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정당화하고 있다.일상 속에서 상식이,미덕이 이젠 상식이 아니었고, 미덕이 아닌 이기적인 세상 속에 살아가고 있다.이기적인 행태의 우리 모습과 자화상은 돈이면 뭐든지 가능하다는 자기 모순적인 사고방식에 빠져 있으며, 가해자와 피해자가 혼전하는 상황을 빚어내고 있다.진리를 말하지만 진리에 대해서 명확하게 규정하지 못하고, 진실된 말을 하지만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가짜가 인정받는 세상 속에서 ,다양성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현실은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 고민에 빠져들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은 저자의 직업 기자에 대한 생각과 가치관이다.기자는 우리 사회의 민낯을 비추고 있다.기자는 그래서 우리 사회를 더 깊이 들여다 보려고 한다.그래서 책 속 곳곳에는 우리 사회의 모습들,정치에 대해서 깊숙히 들여다 보고 있다.우리가 강조하고 있는 수많은 소중한 가치들이 어느 순간 무용의 상태로 바뀌고 있었다.기회라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우리가 생각하는 가치들에 대한 순수함이 사라지게 된다.그들이 강조하는 가치들, 미덕, 사랑, 민주, 정의 등등등은 그들 앞에 기회가 찾아오거나, 기회의 가능성이 보여질 때였다.이 책에는 우리가 회복해야 할 가치로 순수함과 사람을 말하고 있다.또한 냉정하면서도 남을 배려하고,공감하고 이해하면서,경청하는 것,즉 우리 스스로 따뜻한 시선으로 사람을 바라 보아야 우리가 돋보일 수 있다고 언급한다.그것이 이 책을 읽는 목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