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우리는 간호사가 되어간다 - 삼월이의 간호사 이야기
김혜선 지음 / 유심(USIM)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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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이 가라앉고 나니 좀 살 것 같았다.아플 때는 인간의가장 원초적인 민낯이 드러난다.너무나 고통스러워서 내 모습이 어떻게 보일지 따져볼 겨를조차 없었다.빨리 고통에서 헤어나오고 싶을 뿐.
환자들은 진통제를 요구할 때 얼마나 괴로웠을까?진통제를 원하면 담당 의사에게 노티를 하고 처방을 받아 그 약이 올라올 때까지 견뎌야 한다. 아플 때는 시간이 더욱더 길게 느껴지는 법이다.(-90-)


간호사들은 수시로 친절교육을 받는다.교육을 받을 때마다 항상 나오는 이야기가 '공감'이다. '공감'은 크고 거대한 것이 아닌 작고 소소한 따뜻함인데, 교육을 통해 주입시키려 하니 거부감이 생긴다.같은 위치에서 바라보고 느끼려는 그 마음, 타인의 삶이지만 그 안에서 나를 바라보고 너를 느끼고 같은 마음을 가지려고 하는 것, 그것이 공감이 아닐까?


"선생님 ,우리 아빠 내일 시술해요.잘 부탁드려요."(-145-)


"아휴,어젯밤에 이 양반이 하도 난리여서 잠 한숨 못 잤어.근데 이 양반, 왜 이리 오줌을 자주 싸는겨? 밤에 있던 간호사들도 고생 많이 했어.침대에서 내려온다고 난리 치는 이 양반 달래느라."
"오늘은 우리 언니랑 교대해서 왔어요."
"커피 한 잔 타줄까? 냄새가 좋지?"(-151-)


의사는 간호사처럼 세심하게 돌보는 건 잘 못해요.간호는 케어 즉 '돌봄'이잖아요.그에 반해 의사는 '큐어(cure) 죠.의사가 처방을 아무리 잘해도 환자가 약을 안 먹으면 소용없죠? 그리고 처방된 주사약을 안 주고 엉뚱한 약을 주면 안 되겠죠?간호사와 의사의 영역은 달라요.물론 서로가 통하는 건 맞죠.우리 상담간호사들도 있지만 가까이에서 환자의 상담이나 심리적 문제를 다루는 건 간호사에요.이건 의사보다는 간호사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죠.그러니까 같이 가야 해요."(-222-)


길을 걸어가다 보면 무언가 어떤 장면과 마주칠 때가 있다.누군가 쓰러져서 119를 불러놓고 대기하는 장면이다.구급차가 와서 쓰러진 사람의 상태를 파악하고, 그 사람을 병원으로 보내거나 귀가 조치하게 된다. 응급실에 가면 의사가 있고,환자가 있다.그들은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직업으로서, 자신의 역활과 책임감이 있다. 그걸 사명감이라 부르는데, 칼이 좋은 곳에 쓰면 우리가 필요한 것을 자를 수 있지만,나쁜 곳을 쓰면 생명을 해칠 수 있는 것처럼,생명을 다루는 직업을 가진 의사와 간호사에게 칼이 가지는 위험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치명적이다. 그들에게 생명을 맡기면서도,우리는 그들 앞에서 갑과 을의 상태에 놓여지게 된다.그들의 생명 윤리, 상식에 맞서게 되고, 자신의 행위에 대해 의도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특히 간호사를 대하는 우리의 시선은 극과 극인 상태이다.가장 만만하게 보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 우리는 간호사를 찾는다. 나에게 필요한 존재이면서, 가장 가벼이 여기는 존재이기도 하다.그들에 대한 공감이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 책에서 얻게 되는 저자의 직업적인 윤리 의식 속에 숨어 있는 애환이 있으며, 저자의 삶 속에 희노애락이 숨어 있었다.


그들에게도 고충이 뒤따르게 된다.저자처럼 수술과 관련된 간호사의 겨우 매순간 죽음과 삶의 경계선을 마주하게 된다.그건 스스로 선생과 결정 , 판단의 시험대에 스스로를 올려놓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선택이 잘못된 결과를 만나게 될 때 죄책감을 느낄 수 있다.항암제를 투여하고, 주사를 놓고, 의사가 대신할 수 없는 부분들을 간호사가 해야 할 때 느끼는 감정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며, 스스로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갈등의 연속이다.때로는 3교대 근무로 인해 피곤함에 쩔어 지낼 때도 있으며, 그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따스한 말한마디가 자신에게 위로와 치유가 된다.이 책을 읽으면서,나 스스로 간호사에 대한 가벼움을 내려놓게 되었고, 그들에게서 연민을 느끼게 된다.매순간 막딱뜨리는 환자의 죽음 앞에서 스스로 경건한 시선을 보이게 되고, 생명의 소중함을 스스로 깨닫고 있다.때로는 자신이 궁지에 모리면서도 그 과정에서 놓치지 않고 살아야 하는게 무엇인지 한 번 더 느낄 수 있는 간호사에 대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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