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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the Corner of the Oval: A Memoir (Hardcover)
Rebecca Dorey-stein / Spiegel & Grau / 2018년 7월
평점 :
술잔 바닥을 뚫어져라 응시하는 동안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두드려댄다.내가 어쩌다 이렇게 뒤쳐졌지? 어쩌다가 직장도,인생계획도 없고 집에 술 사놓을 돈도 없을 만큼 무력한 스물여섯 살 루저가 되었을까? (-22-)
리사가 알려준 바에 따르면 'RON'은 하룻밤을 묵다','홀드'는 '대기실',또는 '기다리디'를 뜻한다.'비스트'는 방탄 기능과 각종 시스템을 갖춰 특수 제작된 대통령 전용 차량인 검정 캐딜락 리무진을 말한다.'CAT'는 '공격대응팀'이다.대통령 이동 시 CAT 차량은 기자단 1팀 밴의 앞에서 차의 후면 창문을 열어놓고 달리면서,마치 장 클로드 반담을 연상시키는 검은색 옷의 근육질 요원들이 총으로 무장한 채 혹시 있을지 모를 공격 상황에 대비한다. (-57-)
하지만 나는 샘과 헤어지고 싶지 않다. 나는 샘을 사랑한다.샘은 결혼해서 함께 가정을 꾸리고 싶은 남자다.늦은 밤까지 라이브 뮤직을 듣게 해주는 남자, 손을 잡고 나를 안전지대 바깥으로 끌어내주는 동시에 나를 지켜주는 남자다.내 최고의 친구다.내가 따분한 표정을 지을 때 웃어주는 남자,사람들의 좋은 점을 보도록, 상대의 말을 믿어주고 선의를 먼저 찾아보도록 이끌어주는 남자다.나는 웬디가 보낸 글을 물끄러미 쳐다본다.불가능한 협상을 시도하는 기분이다.(-85-)
"선생님 저는 샘을 선택해야 할까요,아니면 제이슨을 선택해야 할까요?"
"이건 샘이나 제이슨이냐 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당신이 뭘 원하는지,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에 대한 답을 찾는 게 훨씬 더 중요해요."
상담이 끝나고 상담사가 나를 문까지 배웅하며 내 등을 두드린다.
"당신은 제이슨이란 남자를 정말로 좋아하는 것 같군요.그런데 벡 부탁이에요."
"네?"
"다음 번에 제이슨이 당신에게 오거든.절대로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지 마세요."(-205-)
언론 브리핑에서 우울한 사건을 언급하는 일이 잦아진다.말레이시아 항공 여객기 실종 사건,아프리카 애볼라 바이러스 확산,어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워싱턴주 오소에서 일어난 산사태까지,세상은 원래 비극으로 가득한 곳인데 나만 속 편하게 모르고 살았던 걸까,아니면 유독 요즘 우리 앞에 엄청난 양의 불운이 쏟아지고 있는 걸까. (-255-)
2015년 현재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 모두를 장악하고 있다.펜실베니아 애비뉴를 걸어 출근하는 길, 이런 생각이 든다.앞으로 얼마나 많은 예상치 못한 위기와 문제가 대통령이 추진하는 어젠다를 방해할까.당장 지금만 해도 이민개혁 행정명령,형사사법제도 개혁, 총기규제안,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계획,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미군 철수 문제 등 산적한 이슈가 한둘이 아니다.그 모두를 해결하기엔 남은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보인다.(-318-)
"엉뚱한 일로 상처받으며 살기엔 인생은 너무 짧아.너를 우리는 사람들에게 네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마.그들에게선 네가 바라는 걸 얻을 수 없어.그러는 사이에 즐겁고 소중한 시간만 놓치게 돼.내가 하고 싶은 얘긴 그거야."(-439-)
벡 도리 스타인의 책 <백악관 속기사는 핑크 슈즈를 신는다> 는 소설이 아닌 에세이다.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처럼 예기치 않은 어떤 일이 한 사람의 운명을 바꿔 놓고 있으며, 그 주인공은 이 책을 쓴 저자 벡 도리 스타인이다. 그녀는 스물 여섯 우연치 않게 취업을 하게 된 케이스였으며, 그녀가 일하게 된 곳은 평범한 장소가 아닌 백악관이었다. 미국의 정치의 심장부라고 부르는 백안관에서 항상 오바마 대통령과 만나게 되고, 대통령 주변 내빈들과 오바마의 일거수 일투족을 기록으로 남기게 된다.저자의 직업 속기사란 바로 그런 직업이며, 대통령의 말 하나 하나를 일일히 적게 되는 직업이다. 하루 아침에 운명이 바뀌게 된 레베카는 대통령이 타는 에어포스 원을 자신도 탈 수 있게 되었고, 백악관에서 일어나는 모습들에 대해서 소소한 부분들까지 기록하고 있다.대통령 신분으로서 미국 뿐 아니라 세계 곳곳의 이슈를 다루게 되고, 브리핑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불운한 사건 사고들을 직접 접하게 된다.민감하면서도 때로는 우울하게 만드는 직업이 백안관이라는 공간에서 펼쳐지고 있으며, 벡레베카는 그곳에서 자신의 직업 속기사로서 책임을 다하고 있다.
백악관은 보수적인 공간이지만, 레베카는 그 곳에서 자기 나름대로 주요로운 분위기 속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자유로운 복장에, 때로는 연애를 즐기면서 샘과 제이슨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그녀의 모습은 대체로 솔직한 부분들이 책 속에 쓰여져 있었다. 하지만 레베카가 일하는 곳은 보안이 삼엄한 곳이며, 항상 출입증이나, 자신이 그곳에 갈 수 있는 자격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언제 어디서나 테러가 일어날 수 있는, 긴장을 요하고,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는 곳이지만, 레베카 스스로 자신의 삶을 놓치지 않고 있었으며, 사람들과 유기적인 관계,유쾌한 삶을 추구하게 된다.또한 백악관은 특별한 장소, 특별한 공간이 아니며,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서, 그 안의 시스템에 따라 움직이며, 때로는 그 안에서 소소한 즐거움과 행복을 누릴 수 있는 특1별한 곳이기도 하였다.쉽게 갈 수 없는 곳이지만, 우연찮은 기회를 얻게 된 벡 도리 스타인의 특별한 삶에 대해서, 미국 정치의 현주소, 대통령의 삶을 동시에 마주할 수 있게 된다.이 책을 읽으면서 한국의 청와대는 어떤 곳인지 알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