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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부터 가족 ㅣ 바일라 7
신지영 지음 / 서유재 / 2019년 7월
평점 :
아침 일찍 놀이공원에서 '전생부터 가족'과 만나 하루 종일 붙어 다녔다.함께 롤러코스터도 타고 회전목마도 타고 돗자리를 펴고 밥도 먹었다. (-35-)
하나는 동정심, 나머지 하나는 경멸, 내가 어떤 성격인지,어떤 걸 잘하는지,어떤 생각을 하는지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다.그저 '탈북자'란 딱지만 붙일 뿐이다. (-75-)
앙드레도 사라졌다.버터 발라 논 것처럼 느끼한 이름이지만 흔하디 흔한 길고양이라 누가 훔쳐 갔을리는 없다.분명 제발로 나갔다는 소린데, 녀석이 우리 집에 오고서는 한번도 없었던 일이다.(-109-)
누나는 오늘도 맨발이다.아빠가 우리 곁을 떠난 후 오년동안 누나는 맨발이었다.영하 15도가 넘는 추운 날씨에도 색 바랜 청바지에 운동화, 그리고 그 속의 맨발, 불굴의 의지로 지켜낸 스타일이다. (-136-)
말은 그렇게 해도 담임의 눈은 귀찮은 일은 떠맡지 않아 다해이라는 것처럼 보였다.하긴 공부 잘 하는 애들 입시 신경 쓰는 것만도 골치 아프겠지.나 같은 쭉정이에게까지 쓸 마음이 남아 있기나 하겠어.(-167-)
"에그, 이놈아 니콜 여사가 뭐야,이제 엄마라고 할 때도 됐다.네 새엄마 같은 여자 없다.배 아파 낳은 딸보다 너를 더 생각해 주지 않냐."(-213-)
<완벽한 가족>,<너의 이름>,<문제아의 탄생>,<텐텐텐 클럽>,<나를 찾아 줘>,<어쩌면 양배추처럼>으로 이어지는 연작 소설이다'.여기서 연작 소설이란 서로가 각각 다른 스토리 전개를 펼쳐가는 단편 소설과 다리 연작 소설은 서로의 스토리가 유기적으로 엮여 있다.앞의 단편 소설 스토리는 다음 단편 소설과 동선이 겹쳐지게 되고, 인물과 상황도 겹쳐지게 된다. 연작 소설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며, 각각의 스토리 전개 과정에서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묘미가 있다.
여섯 편의 연작 소설로 이뤄진 <전생부터 가족>은 우리 사회의 가족에 대한 정체성에 대해서 민낯 그대로 표출하고 있다.여기서 가족이란 표준화된 형태의 온전한 가족이 아닌, 묘하게 뭐 하나 빠진 것 같은 가족의 모습이다. 외적으로 볼 때 남들이 부러워하는 가족이라 하더라도, 그 안에 무언가 아쉬운 점이 있다. 대학교수와 장관 사이에 태어난 안도연은 학교 내에서 금수저로 불리며, 반 친구들의 부러움을 얻고 있다. 그 과정에서 묘한 질투어린 시선을 느끼면서,도연은 자신의 현재의 모습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게 되고, 정서적 결핍을 느끼기 시작하였다.결국 자신을 챙겨주지 못하는 진짜 아빠 엄마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평범한 가족의 형태를 보여주는 가짜 엄마,가짜 아빠와 함께 하게 된다.그 과정에서 묘한 사랑의 씨앗을 느끼게 된다.
이 소설은 한국인들만의 공통된 정서와 엮이고 있다.우리 사회는 표준화된 공통의 이상적잉 가정에 대한 기억이 현존한다.드라마가 만들어낸 보편적인 가정,건강한 가정의 모습 말이다.정상적인 가정의 모습에서 벗어날 때면, 한국인 특유의 오지랖이 발동되는 것이다.소설 <텐텐텐 클럽>에서 돌아가신 아빠와 누나라 부르지만 실제로는 새엄마와 함께 살아가는 진이는 주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하기에 충분한 요소로 채워지고 있었다.결국 우리 사회는 이러한 결핍에 대해서 넘어가지 못하고 개입하려는 성향을 지니고 있었다. 한국 사회에서 보여주는 배척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이유,부족하게 살아가면서도 형식상 완벽한 가족을 만들려 하는 이유는 우리 스스로 주변 사람들의 이목을 염두에 두고 살아가기 위해서였다.피곤하고, 때로는 지치게 만드는 한국 사회 안에서 일그러진 가족의 형태의 모습들을 이 소설을 통해서 느낄 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