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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마음 바깥에 있었습니다 - <고통을 달래는 순서>의 김경미 시인이 차곡차곡 쌓아올린 일상의 풍경
김경미 지음 / 혜다 / 2019년 7월
평점 :
그러다 얼마 안 가서 와락 눈물이 쏟아졌습니다.이토록 아름다운 계절에 나는 늘 어두컴컴한 골방에 틀어막혀서 대체 무얼 하고 있었던 건가.대체 어쩌자는 건가..스스로가 한심스럽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하고, 화도 났다가 억울하기도 했다가 온갖 감정이 밀려들면서 눈물이 쏟아졌죠.
그 상태론 다시 버스를 탈 수도 없이 펴일 낮의 은행잎 가득 쌓인 남산 길을 하염없이 걷고 또 걸었습니다. (-58-)
어느 날 한 부부가
건축가 사무실에 찾아와서는 별다른 설명 없이
"존경과 행복을 담은 집을 지어 주세요."라고 주문했습니다.
그러자 임형남, 노은주 부부 건축가는
한쪽엔 부부의 사무실과 공방을 만들고
'존경동'이란 이름을.
다른 한쪽엔 침실과 주방, 다실을 만들고
'행복동'이라는 이름 붙인 집을 만들어 주었다고 합니다.(-136-)
그런 원칙을 보면 류비셰프야말로 한 손에는 초침이 '굉음'을 내면서 정신없이 돌아가는 시계를, 다른 한 손에는 분침도 시침도 없는 '느림'의 시계를 차고 두 겹의 시간대를 동시에 산 학자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216-)
그동안 나이가 들어가는 것을 아쉬워만 했습니다.늘어 가는 숫자만큼 나의 인격이 성장하고 인간관계가 넓고 깊어진다는 생각은 해 보지 못했습니다.해가 갈수록 내가 책임져야 할 것들이 하나둘 늘어가는 것에 한숨만 지을 줄 알았지 내 인생의 울타리가 한 뼘씩 커져 가는 건 눈치채지 못했습니다.(-257-)
태어나서 죽을때까지 우리는 '나'라는 하나의 존재에 대해서 탐구하게 되고, 그 안에서 끊임없이 생각하면서 살아갑니다.함께 더불어 살아가면서, 나에 대한 깊이를 느끼고, 스스로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고찰하게 됩니다.살아간다는 건 때로는 고통스럽고 ,때로는 행복한 순간도 찾아옵니다.치열하게 희망을 구하면서 살다보면 놓치는 것들이 있습니다. 직진으로만 가다 보니 길을 잃었다는 걸 깨닫게 될 때 우리는 후회하게 되고, 나를 위로해야하는 순간과 마주하게 됩니다.옆을 돌아보지 못하고, 주변을 확인하지 못하면서 생기는 문제들에 대해서 우리는 상실감과 허무함을 느끼면서 살아가는 것입니다.그럴 때 필요한 것이 삶의 여백,삶의 여유입니다.
삶의 여백이 필요한 이유는 비워야 살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채우고 또 채우다 보면,무엇을 채우고 있는지 놓치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정작 채워야 할 것들을 채우지 못하게 됩니다.우리에게 주어진 한정된 시간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가고, 때로는 느리게 살아가야 하는 이유는, 나 혼자 이 세상에서 모든 걸 지고 살아가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나와 타인이 함께 손잡고 가야지만, 서로에게 의지할 수 있고, 감정을 나눌 수 있기 때문입니다.그 과정에서 슬픔과 마주하게 되고, 기쁨과 만남으로서 나의 존재 가치를 다시 확인하는 과정을 만들어 나갑니다.내 마음을 다독이는 과정에서 나 스스로 위로하게 되고,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지 다시금 생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