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균, 최후의 19일 1 소설 조선왕조실록 16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허균이 굳은 얼굴로 박치의를 보며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아니야,지금 갔다간 개죽음을 당할 뿐이지. 때를 기다리게."(-20)


5년동안 이이첨과 허균은 쌍둥이처럼 움직였다.기자헌을 유배 보내고 인목 대비를 서궁에 가두기까지, 그들의 목소리는 한 번도 어긋난 적이 없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확실히 그랬다. 그러나 이이첨은 늘 허균이 꺼림칙했다.5년 전, 이이첨이 허균의 중용을 광해군에게 청한 것은 그의 글재주와 지모를 아껴서였지 그를 신뢰해서가 아니었다. 조정의 중론을 이끌면서도, 허균은 종종 제멋대로 행동하여 이이첨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었다.(-73-)


허균이 가슴을 밀착시키며 성옥의 입술을 훔치자마자, 그녀는 두 다리를 치켜든 채 비단 이불로 쓰러졌다. 속저고리와 다리속곳까지 완전히 벗겨 내고 운우지락을 이루기 직전, 허균은 두 눈을 큭게 뜨고 성옥의 터질 듯한 알몸뚱이를 내려다 보았다.누우렇게 익을 대로 익은 해바라기가 태양처럼 그를 우러르고 있었다. (-181-)


왜 세상을 바꾸려느냐고 물었나?이대로 대충 당상관으로서 부귀영화를 누리다가 금강산이나 변산에서 말년을 보내고 싶지는 않은가 이 말이지? 솔직히 그런 생각을 한 적도 있네.하나 나는 이 세상을 바꾸고 싶어. 더 이상 인간에게 실망하지 않기 위해서!"(-220-)


영의정 기자헌이 서궁 삭출을 반대하자, 이이첨과 허균을 따르던 유생들은 기자헌의 삭탈관직을 청했다.광해군이 이를 윤허하자 이번에는 아예 기자헌을 죽여야 한다는 공론이 들끓었다.기준격은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스승인 허균을 처참하게 짓밟는 비밀 상소문을 올렸다.(-276-)


허균은 설경에게 글을 가르치지 않았다.간단한 언문을 깨치는 것으로 족한 평범한 삶을 바랐던 것이다.그러나 설경은 고모인 허난설헌이 총명함을 그대로 물려받은 아이였다.서재에서 홀로 서책들과 놀더니 어렵사리 오언 율시를 지을 정도가 되었다. (-412-)


김탁환의 <허균, 최후의 19일>은 무오년 1618년 허균의 죽음을 다루고 있다. 죽기 직전 허균은 허난설헌의 오빠였으며, 서자였다. 뿌리깊은 서자의 신분으로서 차별을 느끼면서 살았던 허균은 1만개의 한시를 외울 정도로 조선의 천재로 불리었다.이상적인 나라 율도국을 그려내었던 소설 <홍길동전>은 허균의 이상향과 야망을 그려내고 있었다. 광해군 당시에 살았던 허균은 이이첨과 쌍벽을 이루는 권력의 핵심이었다. 건천동에 살았던 허균과 쌍리동에 살았던 이이첨, 고을의 지붕만 보아도 신분의 차이, 격의 차이가 눈에 드러나고 있었다. 허균의 천재성과 시대를 바라보는 안목은 그렇게 사람들을 불러 모았으며, 광해군도 허균을 어찌하지 못하였다.


때를 기다려야 했다. 나라를 흔들려면 그만큼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했다. 허균은 그렇게 자신이 해야 할 야망을 표출하기 위해서 기다림을 자쳐하였으며, 새로운 시대를 원하였다. 그 과정에서숭례문 흉격을 자행했으며, 호시탐탐 모반을 일으키기 위한 작전을 수행하게 된다.이 소설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광해군의 고민에 있다. 천하의 난봉꾼 허균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조선의 기회주의자 이이첨을 선택할 것인가, 분명히 허균이 자신의 업적을 세우는데 도움이 되지만, 허균은 독이 될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를 내칠수도 없는 입장이었고, 허균의 모반을 알면서도 선택을 하지 못하였다. 결정적인 사건, 유화책을 광해군이 내세우게 되는데, 이이첨은 허균을 관찰하면서, 행동 개시에 골몰하게 된다. <허균 , 최후의 19일은 1> 은 도성에 진입한 무오년 (1618년) 8월 6일부터 8월 15일, 10일째 되는 날까지 허균의 행적을 다루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