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주의 남자들
박초이 지음 / 문이당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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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내를 내려다본다. 아내는 멍하니 앉아있다. 왜 정리는 하지 않는 걸까. 왜 나머지 짐들을 꺼내지 않는 걸까. 마치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작정한 사람 같다. 아니 내 화를 돋우려 작정한 사람 같다. 이러니까 내가 거짓 없이 투명하게를 가훈으로 삼은 거다. (-20-)


남주는 모든 것을 예쁜 것, 아름다움돠 결부시켰다.자신의 제안서가 통과하지 못하는 것도, 자신에게 주변 사람들이 잡닿한 일을 많이 시키는 것도 자신이 예쁘지 않기 때문이라 말했다.(-55-)


모든 이름이 내 이름인 것만 같다. 모든 묘비가 내 묘비인 것도 같다.혼란스럽다. 나는 죽은 사람일까. 산 사람일까, 이미연, 이정은,김정순, 서다래, 최상해, 천미희, 남영신, 이기문, 나는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다.(-89-)



파파라치 컷을 원한 건 남자였다. 식전 영상으로 상영할 건데 데이트 사진이 별로 없어서요.스튜디오 사진은 너무 인위적이라, 남자는 영상에 사계절이 들어가야 된다고 했다. 주변 사람들이 자신과 약혼녀를 일 년 전부터 교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여름을 담기 위해 워터파크로 겨울을 담기 위해 은악으로 갈 예정이었다. 아직 시월인데 은악에는 눈이 왔다고 했다. (-122-)


"저도 그곳에서 아이를 잃어버렸어요.다음말 발견했는데 죽었더군요.누가 우리 아이를 죽였을까요? 그런 놈은 잡아서 감옥에 처넣어야 해요. 당신 아이도 누군가 끌고 가서 죽였을지도 몰라요.그 사실을 알려 주려고 전화했답니다.(-185-)


종종 내가 사는 세상과 현실을 관찰하게 된다.여기서 관찰이란 최대한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그 안에 숨어있는 비밀들을 찾는 과정이다.질문을 하고 또 하면서, 퍼즐을 맞춱 가는 과정은 흥미롭고 때로는 아슬하다. 그리고 긴장감이 요구되며, 한편으로는 나의 선택과 판단에 대해 의심하게 된다.하지만 그 과정과정 하나하나가 소중하다.내가 보는 것들이 하나의 사유가 되어서 세상을 보는 프리즘을 키워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이 책들은 우리의 일상적인 모습들을 단편소설로 엮어내고 있으며, 그 안에 왜곡된 우리의 자화상을그려내고 있다. 열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책 제목 <남주의 남자> 들은 그 중 한편으로, 남주를 둘러싼 단편소설을 이끌어가는 관찰자 입장의 '나'와 또다른 인물 종미에 대한 삶의 방식, 세사람이 유기적으로 엮이면서, 이상하게 느끼지는 부분들을 짚어나가고 있다. 특히 인간의 가면, 즉 페르소나를 들여다 보고 있으며, 현실 속에 보여지는 인물들의 진실과 거짓 사이를 오가고 있다.


열편의 단편 중에서 가장 흥미롭게 느껴진 것은 단편 <이름만 남은 봄날>이다. 이 소설은 1980년 5월 광주에서 일어난 끔찍한 역사적 사건을 소설로 엮어내고 있으며, 살아남은 자와 죽은자 사이의 시소게임을 보여주고 있다. 살아남은 자들은 살아있을지도 모르는 누군가를 찾깅 위해서 이름을 언급하면서 헤매게 되고, 소설 속 주인공은 그들의 타겟이 되고 있다. 살아있다는 그 한가지 이유만으로 , 누군가를 애타게 찾는 사람들로 인해 그들처럼 되어지는 자신의 또다른 분신을 느낄 수 있다. 우리 시대의 아픔을 상기시키는 단편 소설로서, 이 소설의 특징은 진실과 거짓 사이,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서 우리가 역사를 써내려 갈 때 , 진실을 거짓으로, 거직을 진실로 바꿀 수 있는 개연성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그건 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1980년대 가해자였던 그들은 자신의 공격성과 폭력성을 은폐하기 위해서 자신이 가해자라는 것을 숨겨야 했다.그래서 그들이 선택한 것은 실제 죽은이들을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로 바꿔 놓는 것이다.그렇게 할 경우 그들의 행위들이 정당화 될 수 있고, 가해자는 하루 아침에 피해자로 탈바꿈 된다.이처럼 우리 사회의 또다른 모습들을 열편의 단편 속에 채우고 있으며, 과거의 우리 모습들은 이제 없어진 것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며, 앞으로 경계해야 할 중요한 요소라는 걸 독자에게 어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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