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 264 - 아름다운 저항시인 이육사 이야기
고은주 지음 / 문학세계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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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걸이든 신여성이든 조선 지식여성이든 모든 것이 그렇듯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겠지요. 그 중에 단점만 바라보며 비난하는 것은, 그 비난에도 이른바 에너지가 필요할 것이므로, 일본이나 친일파에게로 향해야 할 분노의 에너지가 분산되는 결과를 불러올 뿐이라고 생각합니다.(-13-)


집안 어르신이 아니더라도 퇴계의 영향 아래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는 고향에 넘쳐납니다.난봉꾼인 파락호를 자처하면서 집안의 재산을 모두 빼돌려 독립자금에 보탠 이는 퇴계의 제자인 학봉의 종손이고, 임청각의 만석 재산을 팔아 만주로 망명해 독립기지를 세운 이상룡 선생은 퇴계 학맥의 계승자입니다.(-91-)


너무 먼 곳이었다. 그리고 너무 추운 때였다.그래서 나는 그의 죽음이 현실로 느껴지지 않았다.하지만 온몸은 빳빳하게 굳어버린 듯 입술조차 움직일 수 없었다. 파리해진 내 얼굴을 살피던 친구가 중얼거렸다.
"굳이 중국까지 끌고 가서 조사하고 고문해야 할 일이 대체 뭐였길래...체포 영장도, 재판도 없이..(-168-)


육사의 딸, 육사의 아내, 동해이모, 이병희 선생...육사의 옆에 있었던 여성들은 모두 오래 살아남아 그의 인생을 증언하며 이 모진 세월을 지켜보았다. 그러나 육사가 자신의 삶을 던지면서까지 기대했던 좋은 세월은 아직 오지 않았다.그런 세월이 과연 오기는 할 것인가...(-197-)


한 남자가 있었다. 그를 우리는 다양하게 불리었다. 하지만 우리가 그를 기억하는 것은 그의 감옥 수인번호였고, 그의 이름을 이육사라 불리었다. 시를 쓰면서, 몸으로 시대를 슬퍼했던 이육사의 삶을 고찰하면서, 이 소설은 과거의 독립을 염원하는 조선인의 삶을 그래내고 있었다. 살아가야 한다는 것에 목말라 있었던 그들은 살기위한 시대의 역동성을 꿈꾸고 있었다. 그 시대의 암울한 상황들은 이육사의 삶을 점점 더 옥죄고 있었고, 그럴수록 그에게는 살아가는 것에 대한 희망이 남아있었다.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고, 그의 소중한 여식이 있었기에 이육사는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추구하면서, 남다른 관점에서 대한민국의 독립을 꿈꾸고 있었다.


이 소설은 이육사의 삶 너머의 독립운동의 흔적들을 기록해 나가고 있었다.저항시인이면서, 그에게 부여받은 책임과 역할들, 그 과정에서 소설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살아남은 이들을 관찰하게 된다. 이육사의 딸 이옥비 여사의 삶 속에는 이육사의 삶이 기록되고 있었으며, 그 안에서 자신만의 남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오게 된다. 남들은 놓치고 있는 부분들, 역사의 한페이지 안에서 현재를 살아가면서, 과거의 모습들을 바라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였을까, 이젠 세상을 떠나 우리의 기억 속에 아득한 인물이지만, 그가 남겨놓은 삶의 방식과 철학은 여전히 우리의 삶 깊숙한 곳에 뿌리내리고 있었다. 그는 목숨을 내던지면서, 독립을 염원하였으며, 그로 인해 독립을 보지 못하고 사라지게 된다. 그의 쓸쓸함과 적적함이 묻어나는 한 편의 시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그리고 이육사가 시를 쓸때의 순간들을 알게 되면,우리 스스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진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된다.살아있는 자에게 필요한 시대의 책임감과, 이육사의 삶이 교차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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