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붓다
이응준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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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형이 말했다.
"한정적이고 일시적이지 않은 것은 혁명이 아니다. 혁명을 이루고 나서는 혁며을 버리거나 떠나야 해.혁명을 보관하지 마라.세상과 인간은 지옥 같은 여름이고, 혁명은 상하기 쉬운 생선이니까."(-24-)


정치가 생선이건 악어이건 간에,나는 민주주의를 믿지 않는다.다만 민주주의에 대해 끝없이 의심하면서도 민주주의를 지키려 노력할 뿐이다.그런 의미에서 내게 민주주의는 차선이 최선인 유일한 사회적 방법일 뿐이지 '주의'가 아니다.민주주의는 이념이 아니라 민주적 '제도'다.(-27-)


사람이 왜 자꾸 그때가 그립다느니, 그 시절이 좋았다느니, 그러는지 아는가? 그건 , 그때와 그 시절도 어렵고 지금과 이 시대도 어렵기 때문이다.그러니 지나간 게 더 낫지.졸면서 벤치에 앉아 있는데,웬 백발 할머니께서 다가오셔서는 ,교회 나와예수 믿고 구원 받으라며 전도하고 가셨다.(-69-)


별은 왜 반짝일까.모닥불을 피워놓고 그 위로 맞은편을 바라보면, 경치가 흔들리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뜨거워진 공기가 움직이며 빛을 흩어놓기 때문이다.(-95-)


너무 먾은 것들을 인간과 그 사회에 기대하지 마라.그렇지 않으면 거짓과 위선에 물들어 지친 끝에 삶의 감동을 잃게 될 것이다.이승은 모순과 허위로 가득 차 있다.상처받을 일이 아니다. 그게 영원한 일상다반사인 것이다. 김종필은 모든 면에서 박정희보다 뛰어났다.그러나 단 한가지 점에서 박정희와는 상대가 안 됐다.'모순성'박정희의 어마어마한 에너지는 바로 그 모순성에서 튀어나왔다.(-143-)


"이 나라 사람들은 말이에요. 왜 인간성 안 좋은 걸 정치적 입장이라고 착각하는 아주 더러운 고질병이 있는 것 같아요.그렇죠?"
나는 정치 얘기하기를 병적으로 좋아하는 인간들에게 위와 같은 말을 자주 해주는 것이다.(-170-)


이 책은 정치 에세이면서, 정치 소설이다.인간의 과거와 현재,동시성을 가진 그 두개의 시간을 교차하면서, 인간의 위선과 모순성을 언급하고 있다. 소설 속 주인공 정한심은 그 시대에 박정희와 같은 시대를 살아온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이다. 이름의 첫 의미는 고상하지만, 그 이름의 당사자는 주홍글씨 같은 이름의 굴레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이름이 복된 이름이 아닌, 내 삶에 족쇄가 될 수 있다는 걸, 그 시대의 사람들은 인지하지 못하고, 그대로 써오게 된다.


소설 속 정한심은 말 그대로 한심한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좋은 일, 안정적인 일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지만, 정한심은 그런 삶에 비껴나 있다.연예부 기자를 때려치우고,<무장한 소녀를 위한 해방 저널>이라는 잡지를 창간하게 된 정한심은 그로인해 자신의 인생은 180도 바뀌게 되었다. 행복에서 불행으로 바뀌는 게 한순간이라는 걸 정한심의 삶 그 자체에서 볼 수 있으며, 정한신의 삶의 변화과정이 바로 대한민국 사회의 변화과정과 교차되고 있다. 한편 소설은 1960년대 박정희 시대를 고찰하면서, 현재의 우리 삶의 문제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 따져보고 있다. 정치에 대한 깊은 인식과 가치관들이 지금 현재 대한민국 사회를 만들었으며, 그로 인해 우리 사회는 피폐해지고 있다. 그 원인은 정치에 있으면서, 정치와 무관한 성격을 가지면서 지금까지 존재하고 있다. 그 원인은 한국인들이 한국 사회의 모든 문제들은 정치와 결부짓기 때문이다. 정작 그 정치의 구성원이었던 한 개개인의 일탈된 행동들은 언급하지 않는 위선적인 부분들을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다.


소설은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민주주의 이념을 도입했지만,여전히 대한민국 사회는 민주적이지 않다.그건 민주라는 가치가 가지는 위선적인 개념과 추구하는 방식에 원인이 있으며, 우리는 그 원인에 대해서 따져 보게 된다. 민주주의를 가지게 되면, 그것이 그냥 두어도 유지할 거라 착각하면서 살아간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인간에 의해서 부패되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인간이 가지는 모순들은 그 모순의 근원은 어디에서 발생하고 있는지 ,왜 우리는 민주주의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가지만 현실은 그 이념에서 벗어나고 있는지 생각해 보면서, 과거 우리가 꿈꾸었던 혁명적 가치가 제대로 구현되지 못한 이유와 우리의 자기 성찰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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