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떡볶이
이민희 지음 / 산디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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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똑같은 떡볶이는 없다.밖에서 먹는 떡볶이의 맛이 항상 다른 것처럼 가정의 떡볶이도 다 다르다. 떢볶이의 재료는 대체로 비슷한 편이지만, 맛은 어떤 핵심 재료를 얼마나 넣고 빼는가에 따라 갈리기도 하고 그 재료가 어디서 왔느냐에 따라 갈라지기도 한다. (-50-)


떡뽂이는 보통 어린 날 친구들과 함께 먹는 음식으로 기억된다. 어른이 된 지금도 떢볶이는 격이 없고 허물없는 사이에서 오늘의 메뉴로 선택될 수 있는 음식이다.


나는 어린 날 집에서 '엄마 떡볶이'를 먹긴 했다. 고춧가루 없이 고추장과 설탕으로만 만들었기 때문에 강한 주황빛이 돌던 것이었는데,약간의 죄의식을 늘 안고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 나이에도 집에서 먹는 떡볶이가 대단히 맛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176-)


그 떡볶이집은 굉장히 허름하긴 했지만 복층 구조였는데, 사실 그 복층 구조라는 것도 허름함의 일부였다. 손님이 많은 날이면 떡볶이집 사장은 학생들을 복층으로 보냈다. 복층에는 소반이 있었고, 상 옆에는 그 떡볶이집을 운영하는 남자 사장이 밤마다 덮고 자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불이 접혀 있었다. (-183-)


우리는 저마다 떡볶이에 관한 추억이 하나 이상 있었다. 국민학교 앞 떡볶이집에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매운 떡볶이를 먹었던 기억들,그땐 부모님이 하지 말라면 꼭 하고야 마는 청개구리였다. 매운 떡볶이를 먹으면서, 땀은 삐질삐질 흘리면서도 끝까지 떡볶이를 다 먹은 뒤 성취감에 도취했다. 빨간 1000원짜리 지폐 하나로 백원에 밀떡 다섯개를 주던 정 넘치는 할머니에 대한 기억들이 이제는 주마등처럼 과거 속에 묻혀버리게 된다. 그때는 먹을 게 별로 없었던 시절이었고, 지금처럼 과자도 종류도 다양하지 못했던 시기였기에 떡볶이가 주는 먹거리에 대한 매력은 특별했다. 쌀떡과 밀떡 ,집떡과 판떡이라 부르면서, 우리는 즈겨먹었던 각각의 떡볶이에 대해서 구분지었고, 그것을 즐기면서, 때로는 서로 눈을 흘기면서 먹어왔다.


이젠 떡볶이를 분식집에서 사먹었던 나이가 지나서 ,이젠 집떡에 익숙한 나이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여전히 떢복이에 대한 추억들은 현재진행형이었다. 나와 함께 해 왔던 친구들을 소환하면서, 그땐 그 떡볶이가 인기였지, 그 허름한 떡볶이집, 간판 하나 없이 할머니가 직접 떡볶이를 해서 먹었던 그 집은 어떻게 바뀐 것일까 ,소식이 끊긴 할머니는 살아계신지, 그것에 대해서 언급하면서 우리는 회상에 잠기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우리는 내 주변의 떡복이 집들을 생각하게 된다. 떡볶이집과 가까운 매장과 그 떡볶이집을 같이 소개하면서, 우리는 그 떡볶이집에 대한 추억과 시간을 동시에 공유하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시간이 지난 뒤에도 같은 장소에서 함께 해 왔던 사람들을 소환하면서, 떡볶이 집을 언급할 수 있다. 떡볶이집에 대한 다양한 맛의 향연들을 느낄 수 있고, 떡볶이집의 매력에 듬뿍 다가갈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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