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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 시집
잘랄 아드딘 무하마드 루미 지음, 정제희 옮김 / 시공사 / 2019년 1월
평점 :
신성한 자의 행동을 평가하지 말라.
배와 배는 똑같이 적는다고 같은 단어가 아니다.
두 벌이 같은 곳에서 같은 풀과 물을 먹어도 이 사슴은 배설물을, 저 사슴은 순수한 사향을 만든다.
두 갈대가 같은 물을 먹어도 이 갈대는 텅 비어 있고, 저 갈다는 설탕으로 가득 찬다.
물 사이에 만 가지의 유사점이 있어도 그 차이는 한평생 인생만큼 크다.
이것이 먹으면 오물이 되고 저것이 먹으면 신의 은혜가 된다.
이것이 먹으면 질투를 낳고 저것이 먹으면 신의 지혜를 낳는다.
이 땅은 비옥하고, 저 땅은 황폐하다.
이 사람은 무결한 천사이고 저 사람은 들짐승과 악마이다.
영혼의 미각을 가진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이 둘을 구분할 수 있겠는가?(-30-)
내가 나의 문제들에 사로잡혀 있다면 어찌 목마른 자에게 물을 내어줄 수 있겠는가?
모든 것이 잘못되어 고통스럽다면 인내하라. 인내는 기쁨으로 가는 문의 열쇠이다.
생각을 멈추어라.생각은 야생동물과 같다. 생각은 사람의 마음을 사냥한다. 생각을 멈추는 것이 마음을 고치는 최고의 치료제이다. 상처는 긁으면 더 아프고 흉이 진다. 생각을 멈추는 것은 명백히 치료의 첫 순서이니 생각을 멈추고, 다만 자신의 영혼의 힘을 응시하라.(-150-)
산다는 것은 기다림이다. 삶의 종착지에는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 죽음을 인지하고 ,인생을 살아가는 인간은 그 죽음 앞에서 무기력해지고, 그 안에서 고통과 슬픔을 잉태하곤 한다. 철저히 인간은 인간 중심적인 사고를 지니고 있으며, 남의 죽음을 가로채는 것에 대해서 철저하게 응징하고 싶어한다. 인간만이 느끼는 무형의 가치들이 이 책에서 느껴지면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고,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결정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깊이 그 삶의 언저리에 다가가게 된다.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깊은 의미를 되새기면서, 그 안에서 나는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다.
국내에 처음 번역된 루미 시집이다. 이 시집은 그의 전집 중 하나이며, 유명한 시< 마스나비>라는 책이다. 하지만 한국인에게 특별히 잘 알려지지 않는 시인이며, 그의 시에는 철학이 있다. 살아가면서 우리가 마주하는 선택의 갈림길에서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내가 무엇을 선택할 때 그것에 대한 기준과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인간의 깊은 성찰에 다가갈 수 있으며, 우리가 하는 수많은 삶의 잔상에 다가갈 수 있다. 살아가면서 죽음을 인식하지 못하는 인간에게 가지는 처절한 응징, 내가 쏟아냄으로서, 말과 행동이 결국에는 나 자신에게 돌아오며, 인간은 그걸 인지하고 있음에도 남에게 큰 상처를 주는 언어를 차용해 쓰면서, 그사람에게 깊은 상처를 주곤 한다. 아픔의 연속적인 기울임,기다림과 인내가 인간의 삶에 필요한 이유는 그것이 나의 삶에 대한 아름다운 자세이며, 나를 사랑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또한 나를 보호하면서, 상대방을 배려하는 무형의 가치이기도 하다. 살아가면서, 사랑한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며, 내 삶을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책이다. 살아가면서 방향을 잃고 넘어질 때 잘랄 아드딘 무하마드 루미의 시 <마스나비>를 씀으로서 자신의 삶에 다가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