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의 시선 - 합본개정판 모중석 스릴러 클럽 2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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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와 다섯 번째 척추 사이, 바로 그 부분이 열쇠였다. 조금만 위로 올라가도 상대는 완전히 마비되고 만다. 그렇게 되면 죽음도 빨리 찾아든다. 팔과 다리는 물론이고, 그들의 내장 또한 기능을 멈춰버린다. 조금만 밑으로 쳐졌다간 상대의 다리만 마비될 수가 있다. 물론 두 팔은 멀쩡히 움직일 수 있다. 힘을 조금만 더 주어도 척추는 완전히 끊어져 버린다. 정밀함은 필수였다. 끊임없는 연습을 통해 감을 익혀 놓아야 한다. (-58-)


그의 어머니는 부당하게 반역자로 몰려 죽임을 당했다. 유죄인지 무죄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의 목적은 본보기로 삼는 것이었다. 반역자들은 모두 그렇게 처단된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주기 위해, 아니 그들이 반역자라고 믿는 사람들 모두가 그렇게 죽게 될 거라고 확실하게 각인시키기 위해. (-166-)


"그레이스 로슨은 결혼 후부터 쓰게 된 이름이야. 결혼전 이름은 그레이스 샤프였지."
데일리가 그를 멍하니 보았다.
"보스턴 대학살에 대해 들어본 적 있나?"
"잠깐만요.록 콘서트 폭동사건 말씀인가요?"
"궤멸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지. 많은 사람이 그날 목숨을 잃었어."(-224-)


후대전화를 든 그레이스의 손이 힘없이 툭 떨어졌다. 남자는 멈추지 않았다. 지금껏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두려움이 엄습해왔다.지금 그녀가 느끼고 있는 공포에 비하면 보스턴 대학살은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에 지나지 않았다. 가슴이 터질 듯 쿵쾅거렸다. 남자가 그녀의 시야에서 막 벗어나려고 했다. 그의 얼굴엔 미소가 머금어져 잇었다. 그는 여전히 휘파람을 불며 두 팔을 힘차게 젓고 있었다. (-320-)


사람이 나쁜 길로 접어드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그 경계는 무척 모호했다. 그냥 선을 넘어서기만 하면 되었다. 문제는 가끔 원점으로 되돌아올 수 없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삼 주 후, 웨이드 라루는 술에 잔뜩 취한 상태로 학교에 몰래 침입했다. 그러고는 연극을 위해 준비한 세트를 부숴놓았다. 결국 그는 경찰에 체포되었고, 학교에서도 정학 처분을 받았다. (-433-)


그레이스가 방아쇠를 당겼다. 총이 발사됐다. 다시 한 번 당겼다. 그리고 또 한 번, 남자가 비틀거렸다. 그녀가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 사이렌 소리가 점점 커져왔다. 그레이스는 멈추지 않고 방아쇠를 당겼다. (-500-)


어떤 사건이 발생했고, 사람이 사라졌다. 사진 속 인물 한사람 한사람이 사라지기 시작하였다. 이런 경우 주인공은 어떤 기분이 들것이며, 그 주인공의 심경에 대해서 그 감정이 변화 패턴을 따라가 보게 된다. 소설 <단 한 번의 시선>은 할렌 코벤의 대표작이며, 모중석 스릴러 클럽 두번째 이야기이기도 하다. 작가의 탁월한 스토리 전개 안에 감춰진 복잡하고 모호한 플롯은 씨줄과 날줄처럼 엮이면서, 사건의 원인과 그 안에 있는 인간의 또다른 모습들을 찾아가 보게 되었다.


점점 더 옥죄어 왔다. 그레이스 로슨은 이유없이 두려움에 봉착하게 된다. 분명 누군가 자기를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하게 되는데, 그 범인의 실체가 없다. 자신의 주변 인물들이 사라지게 되는데, 소설 속 인물들은 실체가 아닌 가짜에 가까운 존재감을 간직하고 있으며, 스스로 삶을 숨기면서 살아왔다. 이름을 바꾸고, 그 이름을 바꿈으로서 과거를 지워 나가게 되는데, 사람들이 죽어감으로서 그 과거들이 하나둘 드러나게 되었다. 그 중심에 그레이스 로슨이 있었고, 반대쪽에는 에릭 우라는 북한 출신 인간 병기가 있었다.


사람들은 이 소설을 통해 헬렌 코벤이 무엇을 제시하는지 체크하게 된다. 독자는 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걸 암시하고 있다.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팩트가 아니며, 사람들 곁에서 그들의 과거를 들여다 보고, 퍼즐들을 맞춰 나가게 되었다. 사람의 급소를 노리는 북한 출신 인간병기 에릭 우가 과거의 죄를 간직한 채 유력한 범인이 될 수 있지만, 그는 결코 범인이 아니라는 사실, 그 안에는 더 커다란 음모가 숨어 있으며, 에릭우는 그 음모의 핵심 도구였다. 


과거를 하나 둘 안다는 것은 그 범죄에서 자신이 자유롭다는 걸 증명해내기 위해서 꼭 필요한 절차이다. 익명과 실제 이름 사이의 경계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 뒤에 보스턴 대학살이 있었다. 진실을 감추려 했던 이들, 그 안에 보여졌던 우리가 생각했던 영웅들이 실제로는 진실을 묻어버리는 주동자였음을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인간 사회의 민낯을 낱낱이 드러내고 있다. 하나의 사건 뒤에서, 하나의 영웅을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서로 각자 그 사건의 주연이면서 범죄를 방기한 또다른 주동자이며, 엑스트라였음을 작가는 보여주고 싶었고, 언급하고 싶었다. 이 소설은 바로 그 부분을 짚어 나간다. 유력한 범인이 실제 범인이 아니고, 범인이라 생각하지 못했던 인물이 범인이 될 수 있었음을, 그 단서가 되는 사진 한장이 여러 사람을 죽이게 되는 동기가 되며, 그 증거를 없애기 위한 시소게임이 시작되었고, 그들은 그 사진 속 인물들의 알리바이를 하나 둘 추적해 나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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