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게 울긴 글렀다 - 넘치지 않게, 부족하지 않게 우는 법
김가혜 지음 / 와이즈맵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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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사무실에서 '슬픔'으로 불렸다. 한 장의 사진 때문이었다. 나를 찍으려던 것은 아니었는데 어쩌다 배경처럼 걸린 내 얼굴이 너무 슬퍼 보인다며, 후배는 모니터에 사진을 확대해서 띄워놓고 나를 불렀다.
"슬픔이가 따로 없네!"
마감 중에 웃을 거리를 찾던 팀원들은 영락없는 슬픔이라며 웃었고, 나는 딱히 반박할 말이 없어 웃었다. (-37-)


내 맘대로 되지 않을수록 그를 쥐고 흔들었다. 업무 시간에 문자로 성질을 긁고, 만나는 내내 나무랐다. 어쩌다 남자친구가 한숨이라도 쉬는 날엔 엄청난 배신이라도 당한 양 악악거렸고, 각자 집으로 돌아간 뒤에도 문자 폭탄을 던졌다. 그게 잘 먹히지 않을 때면 '헤어지자'고 했다. 한 번은 싸움이 꽤 진지하게 진행돼 다신 연락하지 말자는 엄포를 놓았다, (-81-)


'답'보다 '질문'을 받고 싶을 때가 있다. 문을 열 수도 닫을 수도 없어 괴로워하는 사람에게 어떤 선택이 더 현명한지 설명하거나 애초에 이 날짜에 방에 페인트칠을 왜 해서 그러느냐고 타박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부터 걱정하는 질문 한 마디, 알파고처럼 엄청난 경우의 수와 누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조언도 때로는 고맙지만 , 내가 통과하는 시간의 고됨을 알아봐주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고, 고민의 정적을 가진 후 이렇게 물어봐 주었으면,
"근데 ,너 괜찮아?"
그 말한마디에 무너져 그 사람을 좋아했다.내가 할머니란 대상에 유난히 약하단 걸 알던, 지인 할머니의 부고에 내 감정이 무너질 걸 걱정한 사람, 하지만 연민이었을 뿐, 연인의 감정은 아니었다. (-143-)


내가 여자인 것에 감사하는 순간 중 다수는 여자들의 우정을 느낄 때다. 이 우정은 많은 순간 눈물로 끈끈해진다. 공감과 축하와 애도의 순간,같이 글썽거리고, 같이 흘리고, 닦아주면서, 가끔은 다들 우는데 혼자 안 오는 누구에게 서운한 기억을 남기기도 하지만, 본디 눈물이 멈출 때까지 자리를 지켜주며 우는 친구에 대한 예의를 다한다. (-249-)


살다보면 눈물짓는 경우가 내 눈앞에 나타난다. 이유없이 억울하고, 서글프고, 내맘대로 안될 때 슬픔이 물밀듯이 밀려오게 되고 그 안에서 펑펑 울 때가 있다.꾹꾹 눌러온 감정들이 엉뚱한 장소와 시간에 터지게 되고, 눈물의 방파제는 그렇게 한순간에 무너진다. 살아가면서 마주하게 되는 수많은 일상들은 나 스스로 눈물을 흘려야 풀리게 되고, 눈물은 내 감정들의 패턴들을 쓰나미처럼 휩쓸어 버린다. 살아가면서 우리가 감정의 스펙트럼 안에서 서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눈물이라는 따스한 매개체가 있기 때문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나와 너 사이에 보여지는 가치들은 눈물을 통해서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걸 인식하게 해 주며,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진지한 고민을 할 수 있게 된다.저자는 그렇게 태생부터 지금까지 눈물지으면서 살아왔다. 내 뜻대로 안 될 때 눈물 흘리고, 길바닥 도로의 중앙에 자신의 감정들을 쏟아내고 있다. 우리의 정신이 건강하게 흘러갈 수 있었던 이유는 눈물이 우리 곁에 머물러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하였다.


저자는 눈물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보고 싶은 사람을 다시 볼 수 없다고 생각되면 우리는 눈물을 흘릴 수 있다. 누군가 죽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우리의 또다른 약점이기도 하다. 아기들이 울 때의 그 모습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단지 우리는 사회가 허용하지 않기에 제한된 상황에서 눈물을 지을 뿐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삶이며, 저자의 또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또한 저자는 회사 내에서 '슬픔'으로 통하는데, 그만큼 그녀에게 슬픔과 눈물을 빼놓고 설명할 순 없는 듯 하다. 그만큼 저자는 이유없이 눈물흘리고, 아무데나 슬픔에 잠긴다. 슬픔과 눈물,우울이라는 하나의 연결된 가치들은 서로에게 삶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게 되고, 살아가면서 중요한 것들은 무엇인지 찾아보게 된다. 사랑과 우정 또한 눈물에서 시작되고, 눈물로 끝난다는 걸 나 스스로 망각하고 살아왔다는 걸, 저자의 눈물의 법칙을 마주하면서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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