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과 술 - 이순신의 벗, 선거이 장수 이야기
정찬주 지음 / 작가정신 / 2019년 6월
평점 :
품절


이억기는 이경록과 이순신의 구명에 적극적이었다. 이경록에게는 같은 왕실 자체로서 동병상련의 정이 작용한 듯했고 이순신에게는 남다른 신뢰가 있어 그런 것 같았다. 이억기 선조인 정종의 열 번째 아들 덕천군은 이경록 선조인 태종의 아들 효령대군과는 사촌 형제간이었으므로 비록 촌수가 멀어진 후손이지만 팔이 안으로 굽을 만도 했다.(-77-)


선거이는 양민들이 울돌목이라고 부르는 명량의 지형과 조류에 관심이 많았다. 왜군이 우수영을 쳐들어온다면 명량 쪽이 최단 거리의 바닷길이기 때문이었다. 진도 바다를 돌아오는 바닷길도 있지만 명량 쪽의 거리보다 세 배나 길었고, 진도 바다 쪽은 금갑도와 남도포에서 만호진 수구이 방어하고 있으므로 함부러 접근할 수 없었다. 더구나 남도포를 지나면 먼바다가 되어 풍랑이 거칠어졌다. 그러므로 우수영은 명량 쪽만 잘 방어하면 안전했다. 또한 명량의 지세와 조류를 이용해 적과 싸운다면 백전백승할 수 있었다.(-158-)


선거이는 선의경에게 '선평양공행장'을 건네받았다. 한 인물의 선조와 일생을 연대기 순으로 진실하게 기술하고 끝에는 작성한 이의 인물평까지 덧붙이는 글이 행장이었다. 선거이는 선의경이 물러간 뒤에야 두루마리 종이를 조심스럽게 폈다. 증조부의 일생이 한눈에 들어왔다. 선거이는 콧잔등이 시큰거리어 잠시 눈을 감았다.호홉이 진정되자 다시 눈을 뜨고 행장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173-)


기근이 극도에 달하여 사람의 고기까지 먹으면서도 태연해하고 괴이한 줄 모르고 있습니다. 살을 베어 먹을 뿐만 아니라 길에 널린 시체에 살이 온전하게 붙어 있는 것이 하나도 없으며, 간혹 산 사람을 죽이고 내장과 뇌수까지 모두 먹어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308-)


동아시아 삼국 전쟁이라 부르는 임진왜란은 한반도를 중심으로 일본,중국, 조선 삼국간의 치열한 전쟁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7년간의 전쟁으로 인해 조선의 국토는 크게 훼손되었고, 조선인들은 일본인들의 만행으로 유린되었다.익히 알듯이 임진왜란은 그 시대 왕권의 시대적 착오로 인한 전쟁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임진왜란을 잠재운 이순신 장군의 역사로 한정해 축소하고 있다.하지만 임진왜란은 바다 뿐만 아니라 육지에서도 전쟁이 동시다발적으로 발발하였고, 수많은 장군과 의병들이 죽임을 당하게 된다. 특히  그동안 임진왜란이 이순신 장군을 주로 부각해왔다면, 이 책은 숨어있는 또다른 영웅, 육지에서 일본인들을 무찔러왔던 선거이의 역사적인 의미를 부각하고 있다. 거제현령으로 부임하면서,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혁혁한 공을 세웠던 선거이의 역사적인 이데올로기를 보자면, 그가 해왔던 노력들은 가벼이 볼 수 없는 의미있는 역사적인 흐름과 가치를 가지고 있다.선거이는 거제현령과 성주목사를 거치면서, 진도군수로 부임하면서 이순신 장군과 전쟁을 치룰 수 있는 전쟁수행 능력에 있어서 거의 맞수였던 두 사람의 활약, 육지의 지세 뿐 아니라 바다의 특징을 정확하게 파악했던 선거이의 전쟁에 대한 승리의 공식을 엿볼 수 있으며, 인진왜란은 이순신 혼자서 치룬 전쟁이 아니며 , 앞으로 역사적으로 이순신 뿐만 아니라 수많은 장수들의 업적을 재평가되어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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