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나의 집 모중석 스릴러 클럽 46
정 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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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녀는 연신 수탉처럼 깩깩대며 그의 손목에 감긴 테이프를 풀었고, 그 소리에 깬 두 사람이 단숨에 달려 내려왔다. 술이 깨지 않은 그들은 서로 발이 걸려 고꾸라지는 진풍경을 연출했지만, 그 와중에도 마리나를 손쉽게 제압했다. (-89-)


내가 여섯 살 때 부모님이 언쟁을 벌인 적이 있었어. 무엇 때문이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아. 당시엔 정말 별의별 이유로 다퉜으니까. 아무튼 그대, 우리는 학교 오픈 하우스에 가려고 채비를 하고 있었거든. 근데 갑자기 폭발한 아버지가 벨트를 쥐고 어머니를 쫒기 시작했어. 그렇게 한바탕 소동을 벌이고 나서야 간신히 학교에 갈 수 있었고, 부모님이 선생님과 면담하는 동안, 난 그들 사이에 어색하게 앉아 있었어.(-181-)


글쎄요, 조 교수님의 가족이 겪은 일은 ..'악'으로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는 끔찍한 일이에요. 그들은 인간으로서 도저히 할 수 없는 짓을 저지른 겁니다. 지금은 서로 사랑하고 ,의지할 때입니다. 상처는 아물기 마련이니까요..(-233-)


결혼에 회의적이었음에도 그녀와 결혼을 감행한 이유는 경 자신도 잘알고 있다. 그는 질리언 같은 여자가 인생을 걸고 자신을 선택해주었다는 사실을 고맙게 여겼다. 그녀의 선량함은 그의 결점을 잘 보완해주었다. 그는 질리런에게 자신의 남은 삶을 의지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가 자신 때문에 불행해진 걸 깨달을 때마다 흔들렸다. 경은 고개를 들고 질리언을  올려다봤다. 팔짱을 낀 채 서 있는 그녀는 경처럼 이 관계를 체념한 모습이다. (-313-)


미국 이민을 그려내고 있는 소설 <안전한 나의 집>이다. 저자는 미국의 이민의 역사를 그려내고 있으며, 1970년대 한국인으로서, 동양인이 처해야 했던 인종 차별이 성공에 대한 목마름과 엮이면서, 한 가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구체화하고 있다. 자신의 분노의 씨앗을 스스로 표출하지 못함으로서 그것이 이민세대의 가정 폭력의 시작이 되고 있다. 여기서 소설에서 주인공 경이 등장한다. 경의 부모 진과 매는 한국에서 건너온 이민 1세대로서, 교수로서 성공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민 1세대가 마주하게 되는 불안과 걱정은 가정 폭력의 근원이 되었으며, 그로 인해 촉발되는 한 가정의 파괴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폭력의 되물림,진의 폭력은 아들 경에게서 이어지게 된다. 동양적 가치관과 서양적인 사고방식의 충돌은 가족에 대한 집착을 거부하게 되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조씨네 집안은 명예롭고 물질적으로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 안에 보이지 않는 정리되어 있지 않는 모습들과 폭력들은 비언어적인 형태로 나타나게 되는데, 소설 속 곳곳에 나타나는 의태어와 의성어는 조씨의 집안 내부의 불안과 고통의 실체는 어디에 있는지 그들의 내밀한 삶과 연결된다. 


네이선 페리와 린덴 페리의 강도와 절도 행각이 조씨 집안에서 벌어짐으로서,그들이 죽음으로 인해 조씨 집안 내부는 경찰들의 수사선상에 놓여지게 된다. 그동안 감춰져 있었던 그들의 삶과 일상들이 고스란히 노출되고 마는데, 소설은 미국이민을 온 대학교수 진의 성공적인 삶이 이민 세대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끼치게 되며, 경이 질리언과 결혼함으로서 발생되는 문제점이 다양한 관점에서 세밀하게 그려지고 있다. 아메리칸 드림을 원하지만, 그것은 그들의 불안의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하고,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세대교체 과정에서 서로의 가치관의 충돌은 어떻게 엮이는지 찾아가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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