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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좋아하는 것은 호모이지 내가 아니다 - Novel Engine POP
아사하라 나오토 지음, 아라이 요지로 그림, 김봄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9년 7월
평점 :
"뭔데?"
"오늘 일,애들한테 비밀로 해줄래?"
"여동생이 BL 사오라고 시킨 거?"
BL이란 보이즈 러브의 약칭,남자끼리 하는 연애나 잠자리랄까,어쨋거나 그런 장르 전체를 가리키는 용어다. 단연코 베이컨 레터스의 약칭이 아니다.(-5-)
나는 전부 갖고 싶다.
남자의 품에 안겨 행복을 느끼고 싶다. 여자를 안아서 자식을 갖고 싶다. 누군가의 아들로서 어리광부리고 싶다. 내 자식을 사랑해주고 싶다. 갖고 싶다. 갖고 싶다, 갖고싶다. 갖고싶다갖고싶다갖고싶다갖고싶다갖고싶다갖고싶다.(-107-)
우리 같은 인간이 왜 태어났다고 생각해?
모든 생물이 자식을 낳고, 씨를 잊기 위해 존재한다면 왜 우리 같은 지향이 나타나지?
필요가 없다면 진화과정에서 사라졌겠지. 하지만 이렇게 남아 있어.나는 그 이유를 알고 싶어. 왜 우리 같은 생물이 필요한건지.신의 생각을 들여다보고 싶어.(-207-)
하지만 다르다,적어도 나는 다르다. 나는 여자를 좋아하고 싶다. 여자와 자고, 핏줄이 이어진 가족을 갖고 싶다. 이성애자가 당연하게 손에 넣는 행복을 미치도록 갖고 싶다. 사고방식과 가치관도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와 다를 바 없다. (-234-)
"저는 동성애 창작물을 좋아하는 여자,'후조시'라고 불리는 존재입니다.한자로 풀이하면 썩은 여자라는 뜻입니다.현재는 단순히 여자 오타쿠를 가리켜서 후조시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저느 다릅니다. 순수하게 호모를 좋아하는 후조시입니다. 후조시가 좋아하는 호모는 '야오이' 나 'JUNE'이나 'BL' 이라고 부릅니다.BL은 보이즈러브의 약칭이지만, 호모의 대상이 꼭 소년은 아니에요. 중년 남성이 커플인 작품도 아주많아요."(-309-)
당연하다와 당연하지 않다를 명확하게 구별하는 것은 쉽지 않다.누군가에게는 쉽고 익숙한 것이 누군가에게는 그게 정말 어려운 것일 수 있다.특히 사랑에 대한 관점이 그렇다. 우리 사회가 이성적인 관점에서 누군가를 좋아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그 뻔한 수순들이 누군가에게는 가장 어려운 미션이 될 수 있다. 이성애자가 아닌 동성애자가 그런 케이스이다. 소설 속 주인공 안도라 불리면서, 준군이라 부르는 소년, 소녀 미우라가 준 군을 좋아하지만 준군의 사랑은 미우라가 아닌 ,중년 남성 유부남 마코토에게 향하게 된다. 미우라를 좋아하려고 노력하고, 애를 쓰지만 그게 정말 어려운 숙제였다. 반 친구들에게 자신의 고민을 말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자신에게 불이익이 올거라는 게 뻔하기 때문이다. 후회할 게 뻔한 순간에 그 후회를 하지 않는 것, 준 군의 선택이고, 결정이었다. 살아가면서, 정말 하기 싫었던 것은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걸 들키는 순간이다.
그렇지만 준 군은 마코토가 아닌 미우라를 좋아하고 사랑한다. 하지만 자신의 몸이 미우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마코토를 보면 설레이지만, 미우라를 보면 설레이지 않는다. 주변 아이들은 그런 준 군을 노리개처럼 장난감처럼 가볍게 생각하고 있었다. 소설 속 또다른 주인공 료헤이가 바로 그런 예이다. 준군이 자신의 고민을 속시원하게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도처에 료헤이 같은 애가 많기 때문이다. 남의 고민 따위 우습게 생각하는 료헤이가 준 군을 움츠러들게 만든다. 하지만 준 군은 자신있게 말하는 미우라의 용기를 직접 눈앞에 목도하면서, 희망을 얻게 되고, 용기를 가지게 된다. 누군가 용기를 내어서 그것이 아무렇지 않다는 걸 느끼고, 그들이 나의 적이 아니라 내 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감지할 때 그들은 세상 사람들에게서 희망과 긍정을 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