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말, 아무에게나 쓰다 - 늘 남에게 맞추느라 속마음 감추기 급급했던 당신에게
유수진 지음 / 홍익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비디오테이프가 다 늘어지도록 볼 만큼 에니메이션 꼬마자동차 붕붕을 좋아했다.'꽃향기를 맡으면 힘이 솟는 꼬마 자동차 붕붕'이 되고 싶었다. 어쩌면 그날, 언니와 나는 비디오테이프를 돌려보고 또 돌려보다가 잠이 들었던 게 아닐까,그리고 밤에서 깬 내가 방방 뛰며 소리쳤을 것이다. 꼬마 자동차 붕부이 되는 꿈을 꿨다고.(-39-)


선생님께선 나를 정확하게 판단하신 것 같다. 내 이중적인 성격은 어른이 되어서도 변함이 없다. 하루는 번지점프를 뛸 만큼 대담한 사람이었다가 또 하루는 바람에 움직이는 나뭇잎만 보고도 소스라치게 놀라는 겁쟁이가 된다. 하루는 지나가는 사람과 옷깃만 닿아도 짜증을 내는 예민한 사람이었다가 또 하루는 누군가 내 발등을 밟아 멍이 들어도 무심히 넘겨보리는 무딘 사람이 된다. (-111-)


'미래일기'라는 것이 유행할 때가 있었다.미래에 일어났으면 하는 일을 미리 일기로 적어보는 것이다. 어차피 예측이니 비현실적이더라도 좋은 일만 가득한 하루를 그려보곤 했다.'모두 이루어져라'라는 간절함은 없었지만 하나라도 이루어지면 고맙겠다는 마음이었다. 여러 개의 낚싯대를 드리운 채 한 마디라도 건지길 바라는 낚시꾼의 마음으로, 행운을 믿어볼 뿐이다. (-167-)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세상의 모든 것들이 관찰의 대상이라고 믿으면 어떻게든 글감을 낚는다. 길 가다 우연히 들은 사람들의대화에서, 즐겨보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도 글감을 낚는다. 반면 모든 것들에 대한 관심을 끊어내고 싶은 날도 있다. 그런 날엔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아 쓸만한 글감도 없다.(-193-)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나의 다양한 모습들이 누군가에게 어떻게 해석되고 비추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에게 말을 하지 못하고, 감추면서, 자신을 보호하려 한다.나의 하지만 누군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드러내고 자기 스스로 치유하는 효과를 얻게 된다. 자신의 이야기를 감춰서 자신을 보호하거나, 자신의 일상의 단편적인 부분을 드러내 위로와 치유를 얻던 간에 그건 사람들마다 자유이며, 그들의 권리이다. 자신의 추억의 한페이지, 기억 속에 잔상처럼 남아있는 어릴 적 나의 모습들,사람들은 내 삶의 이야기 속에 숨겨진 희노애락을 읽어보면 타인의 삶이지만, 나의 삶인 것처럼 동화될 수 있다. 이 책에서 바로 스스로 자기 치유가 가능한 이유는 나만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다는 걸 느끼는 순간이다.삶의 동질감에서 우리는 위로를 얻는다.


세상이 복잡해지면서, 많은 것이 순간순간 스쳐지나가게 된다.분명 어릴 적 기억인데,그 기억이 까마득할 때가 있다. 이 책을 쓴 유수진씨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자신의 추억이나 기억들을 사진첩을 펼치면서 순간순간의 인상적인 것을 꺼냈을 때, 그것을 누군가 믿어주지 않음으로서 생기는 속상한 감정들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그것을 숨기지 않았고 드러냄으로서 자신의 소중한 것들을 하나 둘 챙겨갈 수 있게 된다.


세상은 이분법적으로 갖혀 있어서 나의 마음도 이분법적인 판단을 따르게 된다. 나의 음과 양의 모습이 동시에 나타날 때, 스스로 죄책감을 느끼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중적인 나의 모습들이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고, 그것이 결국 나에게 화살이 되어 돌아올 때 느끼는 감정들,그 감정들 하나하나가 지나보면 소중한 무형의 가치였다.


책에서 말하는 미래일기란 무엇일까, 그건 그 안에 자신의 미래의 모습이 있고, 자신의 꿈이 있다. 꿈은 나만의 상상 속에 있다. 그 상상을 구체화하는 것이 미래일기의 목적이며, 미래일기는 나 자신의 꿈과 희망이면서, 욕망과 욕구로 채워지게 된다. 책에서 느끼는 무지개빛 스펙트럼은 저자의 삶의 패턴이며, 저자의 살아가는 방식이기도 하다. 내 삶에 보여지는 것들이 ,나 뿐만 아니라 누군가의 경험 속에 우러나고 있다는 것만 느껴도 우리는 용기를 얻게 되고, 믿음과 신뢰를 챙길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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