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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야기
미아키 스가루 지음, 이기웅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의억이란 말이다.의안과 마찬가지로 어디까지나 결락된 부분을 보충하는 거야."라고 아버지는 딱 한번 내게 말했다. "네가 어른이 돼서 자신에게 부족한 게 어떤 건지 알게 되면, 그땐 네가 알아서 의억을 사면 돼." (-11-)
본가까지 가는 길 곳곳에서 내 과거의 그림자와 마주쳤다.여섯살 때의 나, 열 살 때의 나, 열두 살 때의 나, 열 다섯살 때늬 나라는 인간이 그 시절 그 모습 그대로 그곳에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무표정한 얼굴로 올려다보며 자신을 바꿔줄 무언가가 일어나기를 끈질기게 기다리고 있었다.(-98-)
"있잖아, 키스해볼까."
열다섯의 도카와 스물의 도카가 오버랩됐다.
"그니까, 내가 진짜 사기꾼인지 아닌지 확인해보는 거야." 그때처럼 별일 아니라는 듯이 도카가 말했다."그러다 잃어버린 기억이 되살아날지 누가 알아."(-195-)
나도 ,그럴 수 있다면 그녀의 거짓말에 속고 싶었다. 의억과 그녀가, 씨줄과 날줄을 엮는 달콤한 이야기에 몸을 내맡기고 싶었다.꿈이든 의억이든 상관없으니 그녀를 맹목적으로 사랑하고, 그녀에게 맹목적으로 사랑받고 싶었다. (-199-)
"만약 저희가 일곱 살에 만날 수 있었다면이라는 가정에 부합하는 과거를 재현햐주십사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실재 인물을 의억에 삽입하는 행위가 의억기공사의 윤리 규정을 위반한다는 걸 익히 알고 있어요. 그럼에도 당신에게 꼭 이렇게 부탁드리고 싶습니다.(-291-)
새로운 기술이 현실에 등장할 때 우리가 그 기술에 대해 신선함과 거부감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먼저 거부감을 느끼는 이유는 그것으로 인해 파생되는 부작용 때문이며, 인간이 만든 법과 제도에 벗어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섞인 시선이 현존한다. 특히 인공지능과 로봇이 결합된 새로운 기술은 현 시대에 큰 전환점이 될 수 있고, 윤리적인 문제가 우리 앞에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소설 <너의 이야기>는 바로 그런 신기술에 대해, 우리의 상상력이 현실에 나타나게 되면, 어떤 문제들이 나타나는지 가늠해볼 수 있으며, 신기술이 우리 삶에 개입되면서 펼쳐지는 러브스토리가 등장하고 있다.
소설 속 주인공은 아마가이 치히로라는 소년이다. 자신의 어릴 적 기억을 삭제하고, 의억기공사에 의해 만들어진 새로운 기억이 치히로에게 삽입되고 있었다. 레테라는 나노로봇에 의해서 인공적인 기억이 삽입되기 까지, 치히로가 기존에 가지고 있는 기억들과 의억기공사가 수행하는 삽입된 기억들은 충돌되지 않아야 한다. 그렇게 어린 시절의 기억이 삽입되는 치히로의 삶은 조금씩 삶이 바뀌고 있었다. 그건 치히로의 기억에 '나쓰나기 도카'라는 가공된 소녀의 기억이 삽입되어 있으면서, 자신이 조금씩 기억으로 인해 흔들리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즉 나쓰나기 도카' 는 과거의 기억이며, 실제 치히로의 삶에 개입되어서는 안 되는 기억이지만, 치히로의 현재 삶에 또다른 '나쓰나기 도카'가 등장하게 되면서, 치히로의 삶은 이지러지게 된다.
의도적이었다. 나쓰나기 도카의 기억이 삽입되기 까지 전과정에 의억 기공사의 행위는 윤리적이지 못하였고, 다문히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치히로가 '나쓰나기 도카'라는 기억을 필요로 한 게 아니라, '나쓰나기 도카' 가 치히로를 필요로 했던 것이다. 그건 자신의 삶이 치히로와 씨줄과 날줄처럼 엮이고 싶었고, 그것이 점차 현실이 되면서, 치히로는 혼란스러운 순간을 가지게 된다. 물론 소설은 해피엔딩으로 끝나고 있다. 하지만 현실 속에 의억기공사가 탄생한다면, 이 소설처럼 해피엔딩으로 끝날까 의문스러운 것 또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