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 Moon - 달에게 보내는 편지 : 닿지 못한 이야기들
백지영 외 13인 지음 / 바른북스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나는 죽은 척을 하고
죽은 지 며칠 된 냄새를 풍긴다.
갓 죽으려는 사냥감을 노리는 맹수를 피해

죽은 척을 해야 한다.
살아있는 날보다 죽은 척을 하는 날이 더 많아져도.(-30-)


물론 나의 우울감의 발단은 사회적인 구조, 외부의 환경에서 시작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너무나 많은 것을 감당해야 했던 상황에서 나는 무너졌다. 하지만 슬프게도 환경은 그리 쉽게 면하지 않는다. 겱룩 그것을 딛고 일어서야 하는 것은 오로지 나인데, 누군가가 나를 일으켜주길 계속 바라면서 제자리에서 걸어대고 있었다. (-107-)


이시간에는 살아간다기보다는 버텨나가는 사람들이 전부였다.종이상자 한두 개를 막 채우기 시작한 할아버지가 손수레를 끌고 가기 시작하고, 신문을 뿌리는 자전거 탄 청년이 거리로 나오기 시작했다. 밤의 가장자리, 아침 일찍 가장 먼저 움직이는 사람들은 삶을 버티는 사람들밖에는 없는 것이었다.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은 걸까? 언젠가 거리에서 아침을 맞는 부지런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한참을 고민해도 거리까지 나갈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옥상이 내가 있어야 할 곳이었다. 파래진 사람들이 멀어진다.(-213-)


몸 왼편에 붙어있는 누군가가 자신을 밀쳐내고 있었다. 발목과 안쪽 허벅다리에 차례차례 선뜻한 느낌이 지나쳤다. 신경이 사라진 다리가 주춤거리며 무너졌다. 왼쪽부터, 몸이 서서히 기울기 시작했다.죽음의 냄새가 발라스에게 엄습했다. (-311-) 


언어로 쓰여진 텍스트는 강하다.텍스는 까만 펜으로 한권의 책이 되고, 책은 우리 앞에 놓여진다. 책을 쓰는 주체는 사람이지만, 그 책을 읽는 독자는 책을 통해 사람이 된다. 책이 주는 효용성은 다양한 목적을 지니고 있지만, 위로와 치유의 목적이 특히 강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사람들은 한 권의 책을 통해 나와 비슷한 것들을 끄집어 내려고 한다.유난히 나에게 익숙한 내음새,그것들은 내 안의 감각들을 통해서 사방으로 퍼져 나가기 마련이다.경희대인 열네명이 모여서 쓴 책 <Full Moon>은 달의 이지러짐을 모티브로 하여, 우리의 서민적인 모습과 감정들을 살펴보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 책의 장르가 에세이인지, 소설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한 사람이 자신의 삶의 스펙트럼을 꺼내어 스토리 안에 에세이적인 측면을 부각시키는 반면에, 자신의 삶을 소설에 엮어서 가상의 주인공을 내세워 삶을 전개하는 경우도 있다. 소설은 각자 자신만의 문학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인간 속의 나약한 내면들을 꺼내고 있다. 특히 인간의 우울감에 대해서, 그 우울감의 실체를 들여다 보고 있으며, 왜 우리는 우울한지 하나의 담론들이 모여지게 된다. 살아가면서 수많은 흔적들과 잔상들이 모여서 내가 되듯이 시간과 공간의 틈바구니 안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으며, 그 안에서 동질감을 얻으려 한다.


서민들은 자신의 삶에서 버텨가면서 살아가고 있다. 배운 것에 따라서 각자 주어진 운명은 달라지게 된다. 하류인생을 살아가는 이도 존재하고, 상류 인생을 살아가는 이도 존재한다. 주어진 것에 대해서 겨우 하루를 버텨내는 것이다. 시대가 바뀌고, 변화가 당연한 세상 속에서 유난히 서민들의 삶은 더디어져만 가고 있었다. 버틴다는 것은 스스로 상처를 감당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이며, 그 안에서 내가 지킬 것이 있다는 것과 같다.목적이 없어도, 목표가 없어도 그들은 살아가고 있다. 일상의 반복된 스펙트럼들은 어제와 오늘은 별반 다르지 않다. 그것은 내일의 아침이 뜬다 하더라도 말이다. 그 안에서 우리는 평화로운 일상들을 느끼고, 때로는 반복된 일상에 질려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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