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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날개를 펼친 밤
김재국 지음 / 미문사 / 2019년 5월
평점 :
당신이 수많은 환생을 거듭하며 다시 태어날 때마다 ,당신은 전반적인 게임플랜을 가지고 옵니다. 당신이 이룩해야 할 일은 당신의 경험들이 조화에 이르도록 하는 겁니다. 그보다 큰 틀안에, 매생에마다 당신은 순간순간 당신의 현실을 창조합니다. 그래서 진실로 미래는 없다고 말씀드린 겁니다.'오직 지금'만이 있을 뿐입니다.(-59-)
옥기린이 없는 어둠. 어둠 속에 용해된 나,존재감이 없다. 내가 없다. 이승에 있어서는 안 되는 유령처럼 주위가 낯설다. 공포감이 몰려든다. 어디선가 긴 낫을 든 저승사자가 나타나서 발버둥치는 나를 끌고 불길이 영원히 타오르는 곳으로 갈 것만 같다. 도망치지 않으면 안 된다.그런데 움직일 수가 없다. (-107-)
나를 강하게 만든 것은 타락천사이다. 그리고 나는 다시 타락천사를 더욱 강하게 만들 것이다. 결국 타락천사와 나는 공존관계인 셈이다. 하나가 하나에게 예속된 관계가 아니라는 말이다. (-188-)
온갖 불쌍한 얼굴로 애원을 하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옥기린이나 타락천사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옥기린은 수치심을 못 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써 자존심을 지켰다. 타락천사였다면 제발로 철창에 들어가면 갔지, 남 앞에 고개를 숙이고 사정하는 일 따위는 결코 하지 않았으리라. 나는 피창조물보다 못한 비겁한 창조자이다. (-232-)
타락천사는 내 진심을 몰라준다.오히려 나를 미워하고 업신여긴다. 자기를 창조한 것은 나의 이기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약하고 겁쟁이인 내가 반대급부로 자기에게 혹독한 시련을 겪게 하여 억지로 강해지게 함으로써 대리만족을 하려 한다고 믿는다. (-304-)
뉴스와 미디어는 세상을 왜곡시킨다. 미디어가 가지는 속성이며, 현실을 투영하지 못한다. 뉴스를 통해 흘러나오는 반복적인 레퍼토리는 게임이 살인이나 폭력과 연결하는 '은둔형 외토리'에 대한 잔혹한 기사 전개이다. 그런데 뉴스는 똑같은 행위에 대해서 일반인이 저지르는 범죄는 크게 부각하지 않는다. 아니 부각해 봤자 미디어를 보는 소비자가 관심 가져 주지 않기 때문이다. 지극히 대중의 입맛에 따라 생산하는 미디어의 속성은 이렇게 이분법적이면서, 이율배반적이다. 소설은 이런 게임에 미친 또다른 주인공 김기림을 등장시키고 있다. 2차원 세계에 등장하는 옥기린과 현실 속의 3차원 세게에 살아가는 김기림은 동일이면서, 다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현실의 열등감이 2차원 공간 게임의 공간 안에서 그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한 몸부림을 지속적으로 내 비치고 있다. 현실과 게임은 분리되어 있으면서, 김기림은 이 두 공간에서 줄타기 한다. 이 소설은 게임 소설이면서, 판타지 소설을 내포하는 이유는 무협과 게임의 절묘한 조화가 스토리 전재의 주축을 이루기 때문이다.
많은 이야기들이 이렇게 언뜻 언뜻 보여지는데, 주인공 김기림은 여느 고시공부를 하는 준비생과 마찬가지로 공부에 매진한다. 사법고시를 공부하는 줄 알았던 어머니는 김기림이 게임에 홀릭한 사실을 알지 못하고, 매달 돈을 부치면서, 아들의 꿈이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 비욘드 월드와 언더월드 이 두가지 세계는 가상의 세계이며, 김기림의 욕망이 투영된 공간이다. 현실에서 일어나면 안되는 일들이 가상의 공간 비욘드 공간에 펼쳐지고 있다. 아바타를 검과 칼, 그리고 아이템을 활용해 죽이고, 자신의 서열을 재산정하게 된다.,1만명의 무사가 모여있는 비욘드월드 공간에서 100위안에 들어간다는 것은 자신의 열등한 존재를 극복할 수 있는 도구이다. 하지만 가상의 공간이라 하더라도 경쟁이 있고, 서로 죽이지 못하면 죽을 수 밖에 없는 잔혹한 동물의 세계도 교차되고 있다. 현실공간을 투영하면서, 현실적이지 않는 스토리가 게임 공간에 그려낸다.
비욘드 월드에서 옥기린이라는 초절정 고수가 어느 순간 추락하게 된다. 비욘드월드에서 추방되고, 언더월드로 내려가게 되는데, 현실에서 죽으면 그것이 끝이지만 가상의 공간은 죽음은 다시 또다른 캐릭터로 재탄생 될 수 있다. 비욘드월드의 옥기린은 언더월드에서 타락천사가 되어서 다시 무사로서 싸움을 거듭하게 되는데, 언더월드지만 만만치 않은 내공을 가진 무사 캐릭터로 인해 타락천사는 매순간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소설은 해피엔딩으로 끝나고 있다. 언더월드에서 승천하게 된 타락천사는 새로운 꿈을 꾸게 된다.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김기림의 모습은 또다른 현대인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