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re the Crawdads Sing (Paperback)
델리아 오웬스 / Little, Brown / 2019년 1월
평점 :
품절


그들은 시체의 사진을 찍었다. 계단에서 본 시체의 위치. 두부 외상의 확대 사진, 반대방향으로 꺽인 다리, 에드가 구술하면 조가 받아 적었다. 시체와 오솔길까지의 거리를 측정하고 있을 때 길가의 빽빽한 덤불에 앰뷸런스 측면이 긁히는 소리가 들렸다. (-51-)


미스 캐서린 다니엘 클라크,1945년 10월 10일. 명단 맨 위로 돌아가 오빠와 언니들의 진짜 이름을 읽었다. 마스터 제러미 앤드류 클라크,1939년 1월 2일,"제러미" 소리 내어 말해보았다. "조디 오빠 ,오빠가 마스터 제러미일줄은 꿈에도 몰랐어."
미스 어맨다 마가렛 클라그,1937년 5월 17일,카야는 손끝으로 이름을 어루만졌다.몇번이나.
마스터 네이피어 머피 클라크,1936년 4월 4일, 카야는 나직하게 말했다. 머프 오빠 이름은 네이피어구나."
맨 위에는 맏이인 미스 메리 헬렌 클라크, 1934년 9월 19일,손가락으로 이름을 쓸어보니 눈앞에 언니 오빠의 얼굴이 선하게 떠올랐다.희미한 기억이었지만 비좁은 식탁에 다 같이 앉아 스튜를 먹고 콘브레이드를 건네주고 심지어 웃기도 했던 광경이 그려졌다. 언니와 오빠의 이름을 잊었다는 게 부끄러웠지만 이제 되찾았으니 다시는 놓치지 않으리라.(-133-)


카야는 바람이 막 빠져나간 돛처럼 축 늘어졌다. 테이트는 첫사랑 그 이상이었다. 카야처럼 습지를 헌신적으로 사랑했고, 카야에게 글을 가르쳐주었고, 아무리 희박한 인연이라도 사라진 가족과 이어주는 유일한 끈이었다. 테이트는 시간의 한 갈피였고 스크랩북에 붙인 사진이었다. 카야에게는 오로지 그뿐, 다른 아무도 없었다. 분노가 옅어지자 카야의 심장이 쿵쿵 뛰었다. (-246-)


"피고 노스캐롤라이나주 바클리코브의 캐서린 다니엘 클라크는 바클리코브 주민이었던 체이스 앤드류스의 일급살인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일급살인은 미리 계획된 범죄해위로 규정되며, 이러한 경우 주 정부는 사형선고를 허락하고 있습니다. 검사는 피고의 유죄가 판명될 경우 사형을 구형할 것이라고 의사를 피력했습니다."(-324-)


"난 한번도 사람들을 미워하지 않았어. 사람들이 날 미워했어.사람들이 나를 놀려댔어. 사람들이 나를 떠났어. 사람들이 나를 괴롭혔어. 사람들이 나를 습격했단 말이야. 그래, 그 말은 맞아. 난 사람들 없이 사는 법을 배웠어. 오빠 없이 ,엄마 없이! 아무도 없이 사는 법을 배웠다고!" (-434-)


소설 속 주인공 카야는 아빠의 폭력에 못이겨 엄마도 카야 곁을 떠났고, 언니 오빠들이 집을 떠나면서, 오빠 조디와 함께 노스캐롤라이나주 바클리코브에서 살아가게 된다. 1945년에 태어난 카야의 본명은 '캐서린 다니엘 클라크'이며, 그 이름보다는 카야가 더 잘 어울렸다. 수줍고 부끄러움 많았던 카야가 오빠 조디와 함께 살아가면서, 열네살이 되는 해까지 글을 깨우치지 못하였다. 습지에 사는 아이, 자연과 벗하는 아이가 어느새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면서 ,소녀에서 아름다운 아가씨로 성장하게 된다.


하지만 세상은 카야를 그냥 두지 않았다. 아빠의 잦은 폭력을 견뎌야 했던 카야는 주변 사람들에게 습지 소녀, 즉 마시걸이라 불리게 된다. 엄마의 부재로 인해 남들보다 성장이 느렸던 캬야는 습지에 살아가면서, 테이트를 통해 산수를 깨우치게 된다. 숫자를 알게 되면서, 자신의 가족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언니 오빠가 아빠곁에서 떠나게 된 이유를 알게 된 카야는 야생의 소녀에서 새로운 아이로 탈바꿈 하게 되었다. 성장하면서 테이트와 점점 더 가까워지게 되는데, 카야의 순수함은 주변 사람들로 인해 무너져 내리게 된다. 스스로 자신을 지킬 수 없었던 카야에게 체이스 앤드류스의 죽음과 엮이게 된다. 이유없이 자신을 이용하였고, 이유없이 자신의 곁에 왔다가 사라진 사람들, 그 고통과 상처들은 온전히 카야의 몫이었다. 글을 알게 되고, 글을 통해 자신이 머물던 자연을 이해하려고 했던 카야는 엄마의 부재로 인한 외로움을 글을 통해 달래게 된다. 세상의 이유없는 발길질에 내몰렸던 카야는 자신의 새로운 이름을 통해서 자신의 희노애락을 써내려 갔다.


이 소설은 카야의 일인칭 소설이다. 아빠의 잦은 폭력이 불러오는 인간의 파괴적인 본능이 카야의 삶 곳곳에 내재되고 있었다. 그렇지만 카야는 테이트를 통해 자신의 아픔과 상처를 위로받게 된다. 하지만 체이스 앤드류스의 살인사건과 엮이면서, 카야는 인생에 있어서 새로운 국면과 마주하게 된다. 예기치 않은 상황들이 서로 엮이게 되면서, 카야에게 위기가 찾아오는데, 소설은 습지 소녀 마시걸 카야의 인생의 스펙트럼이 누군가의 삶이었으며, 누구나 상황에 따라 카야가 될 수 있다는 걸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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