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
김미향 지음 / 넥서스BOOKS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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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가면,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서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죽음과 점점 더 멀어지는 것이 아닌, 나와 죽음이 무관하다고 생각했던 어릴 때의 객기는 어느새 아스라이 사라져 가게 되고,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일정한 책임감을 부여받게 된다. 꽃의 씨앗은 새로운 꽃을 잉태하듯이, 우리는 그렇게 나의 씨앗을 또다른 씨앗의 근원이 되어 살아가게 된다. 세상이 지금 내 앞에 놓여진 것보다 더 나은 삶으로 바뀌길 바라는 그 마음이 우리에게 언제나 있다. 살아있는 자는 죽은자에 대한 책임이 뒤따른다는 걸 나이를 먹어가면서 절감하게 된다. 어쩌면 철들었다는 건, 죽음과 마주하고 난 이후가 아닐까 생각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 김미향과 엄마 최정숙 사이에서 엄마와 딸 사이의 보이지 않는 우리의 또다른 모습들이 자꾸만 비춰지고 있다. 


딸 김미향은 엄마를 그리워 하고 있다. 이제 세상을 떠난 엄마.1962년에 태어나 2018년에 세상을 떠난 엄마에 대한 기억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며, 그 흔적들을 치우지 못하고 있다. 삶과 죽음의 스펙트럼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 기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고, 누군가의 삶이 나의 삶과 자꾸만 동선이 겹쳐지게 된다. 살아가는 이에게는 살아야 할 의무가 있고, 죽은 이에게는 그 죽음에 대한 책임을 부여한다는 것, 우리는 죽음을 마주하는 그 순간 ,새로운 변화와 선택을 요구하고, 요구 받는다.


책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 는 저자의 이야기지만, 나의 어머니 이야기와 겹쳐지고 있다. 살아생전 외할머니와 타협하지 못하였고, 매순간 외할머니와 남의 집 엄마를 비교하면서, 외할머니의 마음을 후벼파는 경우가 있었다. 우리가 행복하지 못한 이유는 우리 스스로 아픈 기억과 상처를 끌어안고 살아간다는 의미가 아닐까, 내 삶의 기억들을 용서하지 못함으로서 생겨난 우리의 또다른 모습이다. 이 책에는 바로 그러한 엄마와 딸 사이에 보이지 않는 감성이 도드라지고 있다. 이제 세상을 떠난 엄마에 대한 오마주, 다시는 볼 수 없기에 그 슬픔의 깊이는 더해지고 있다. 산다는 것에 대한 회환이라던지, 저자는 자신의 삶을 반추하면서, 엄마를 그리워 하며, 자신의 삶의 기준을 세팅하고 있었다. 누구나 고아가 되는 우리의 삶, 이 책은 대한민국 모든 딸을 위해서 쓰여진 책일 것이다. 딸과 엄마가 살아생전 화해하기를, 더 많이 엄마를 사랑하고, 더 많이 애틋하게 바라본다면, 두 사람이 헤어지더라도 덜 후회할 것이다. 엄마와 일찍 헤어질 수 밖에 없는 저자의 안스러움 마음들이 자꾸만 거울 속의 그림자처럼 아른 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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