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학자의 인문 여행
이영민 지음 / 아날로그(글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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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국인 대한민국의 현실은 제3세계 국가를 여행할 때나 과거 공산권이었던 국가를 여행할 때 더욱 깊이 체감한다. 여행자인 '나'는 그저 나일 뿐이지만, 먼 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나'는 내가 소속된 국가와 동일시되는 손님이다. 그들에게 대한민국이 주는 가장 강렬한 이미지는 남과 북의 분단 상황이다.(-28-)


우리는 이 평면 위의 세계지도들을 보면서 은연중에 왜곡된 세계관을 가지게 되었다.국가 간 경계선과 중심-주변의 세계질서다 마치 자연법칙에 따라 원래부터 존재하고 이를 근간으로 각 지역이 위계적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한반도를 중앙에 그려 넣은 우리나라 세계지도 역시 위계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의식을 따르고 있다 (-44-)


이 책은 더미북이다. 더미북이란 원작이 나오기 전 출간되는 샘플 북으로서 독자에게 맛뵈기로 보여주는 책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한 권의 책의 전체를 간략하게 느낄 수 있고, 책의 전체 흐름을 상상할 수 있다는 건 더미북의 장점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책의 의도를 짚어나갈 수 있으며, 이 책의 목적과 작가의 생각의 깊이를 엿볼 수 있다. 특히 지리학이라는 한 장르에 대한 저자의 남다른 식견이 나타난다.


지리학은 좀 딱딱하다. 타원형의 둥근 구로 이뤄진 지구를 평면으로 축소해 놓았고. 지도의 형태로 바꿔 나간다.지도는 고대부터 최근까지 국가 소유의 기밀문서였다.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만 보더라도, 지도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 가치를 간직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이 책을 먼저 펼쳐 보자면, 지도와 지리학의 연결고리를 느낄 수 있다. 지도는 각 나라를 중앙에 배치해 놓고 그 주변 국가를 그려 나가게 된다. 물론 지도마다 일정한 규칙이 있고, 태평양이 지도의 중앙에 나오는 이유는 이렇게 지도가 제국주의적인 특성과 양면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서다.


지도는 인간이 머무는 지구의 땅덩어리를 왜곡한다. 아프리카 땅이 실제 크기보다 축소되고, 북반구 여러 국가들을 크게 그려 놓은 이유는 여기에 있다. 특히 지도의 실제 바탕이 되는 땅은 지도와 달리 국경이 명확하게 그어져 있지 않고, 인위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아프리카 땅을 보더라도, 일직선으로 자를 대고 그어 놓은 건 인간의 욕망에 기초한 인위적인 형태의 지도의 모습이며,실제로는 그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 이런 과정들이 책 속에 소개되고 있으며, 지리학이란 어떤 특징들을 보여주는지 이해하도록 도와주고 있다. 인간이 장소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안에 인간의 욕망을 채우려는 그 과정들이 지리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탄생하였고, 우리는 그 안에 있는 수많은 구성물들을 분석하고, 장소와 시간을 엮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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