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더 살기로 했다 걷는사람 에세이 3
이수호 지음, 최연택 그림 / 걷는사람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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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선하지 않은 것도 나쁘지만 그것을 선한 것처럼 거짓으로 꾸미는 것이 훨씬 더 나쁘다. 솔직하지 못한 것이 더 나쁘다는 것이다.그렇게 보면 위악자라는 말은 위선자라는 말을 비틀어 만든 말인데 좋게 보면 '착한 사람이 겸손하게 티를 내지 않는다'라는 뜻이릴라. 그런데 '위'라는 접두어가 '거짓으로 꾸미다'라는 뜻이므로 결국은 솔직하지 못하고 위장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이렇든 저렇든 남을 속이는 사람으로 좋지 못한 사람임이 분명하다. (-60-)


세월은 흘러 내 나이도 어언 일흔, 갑자기 선생님 부음을 받으니 여러 생각이 든다.돌이켜보니 크게 안타까운 것은 역시 나는 선생님만큼 인간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내 삶의 굽이굽이마다 선생님이 보여줬던 그 인간적인 모습, 그것이 때로는 내 생각과 다르고 흡족하지 않다 하더라도 그 순수한 동기와 진정성을 인정하고 함께했어야 했는데...(-114-)


그런 수십만 내 또래들을 생각하면 선택받은 나는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 정말 잘 살아야지 제대로 살아야지 하면서도 이런 분들 이용해서 못된 짓 하는 어버이연합과 그 배후를 생각하면 헌혈도 안 되는 늙은 피일망정 거꾸로 치솟는 것이다.(-140-)


찢어질 듯 마음이 아프더라도 이미 지난 일이라면 그냥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조용히 지나가자. 들추어서 바로잡고 설명하고 해명하고 변명하고 주장하고 설득하고 그래서 결국은 허탈하거나 마음 짓뭉개지게 하지 말고 그냥 내버려두자. 소리 없이 내를 건너온 바람처럼, 먹구름 뒤에서도 빛나는 햇살처럼, 바위 비탈 홀로 핀 산나리처럼 그렇게 자유롭게 시간은 가고 또 흐르나니. (-221-)


독서는 누군가의 생각을 통해 생각을 얻는 과정이다. 독서를 하지 않으면 생각은 협소해지고, 그 과정에서 한 곳에 천착해지는 결과를 낳고 만다. 꼰대라는 말의 깊은 언저리에는 자신이 그 꼰대의 중심에 있다는 말이 되며, 꼰대가 되지 않으려 노력하는 마음들 속에 나 자신을 세울 줄 하는 자기 성찰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생각하게 된다. 누군가에게 불현듯 갑자기 일흔이라는 나이는 찾아오기 마련이다. 공교롭게도 수많은 사람들이 일흔이라는 나이를 의식하지 못하고 준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저자도 마찬가지였으리라. 서른 후반에 국어 선생님이 되어서 전교조 생활을 했던 저자는 스스로 그 족쇄에서 벗어나지 못하였고, 10여년간의 시간을 하염없이 흘려 보내게 되었다. 사회가 만들어 놓은 족쇄에 항거하지 못하고,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발견했을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 초라해지지 않으리라 다짐하는 저자의 삶의 자세는 인상적이면서, 향후 내가 거쳐가게 되는 일흔이 되면, 스스로 그 사람의 그림자를 밟아가야 겠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자신의 잘잘못을 말하고, 자신과 같은 또래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하지 않더라도 주변 또래의 사람들이 행하는 행위에 대해서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육십 언저리에 있는 사람들의 반인륜적인 행위들, 특히 세월호 참사 앞에서 보여준 어버이 연합의 추태들에 대해서 스스로 부끄러움과 수치심을 나타내고 있었다. 내가 하지 않았더라도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낀다는 것은 나이에 대한 책임의식에서 발현된 결과였다. 저자는 이러한 모습들에 대해서 우리가 지키고자 하였던 가치가 무엇인지 성찰이 부족함에서 기인하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누군가는 느껴야 하는 것이기에 스스로 그것을 감매하고 있으며, 자신이 있어야 할 위치에 대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깨닫고 살아가고 있다.그리고 스스로 죽음앞에서 초연해지면서, 내 앞에 놓여진 모든 것들을 물이 흘러가듯이 바라볼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 살아가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죽은 자가 남겨놓은 흔적을 지키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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