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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nsus (Paperback)
Jesse Ball / Granta Books / 2019년 1월
평점 :
아들은 나무를 심는다는 생각을 아주 좋아했다. 내가 그 나무들은 이미 잘리고 없다고 했더니 아들은 잠시 저만치 가더니 내 곁에 돌아오지 않겠다고 고집을 피웠다.
내가 나무를 자른 것도 아닌데.(-46-)
항상 어려웠다. 아들과 함께 이곳저곳을 다니는 일은 , 나도 이곳저곳 돌아다니기를 정말 좋아하고 아들도, 아내도 여행을 정말 좋아했는데도 여행이 힘들었던 건 사람들이 아들을 대하는 태도 탓이었다.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는 간단한 일마저 턱없이 힘든 일이 되기 일쑤였다. 우리는 가게에 도착해 줄을 서서 모든 일이 제대로 되어간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어김없이 ,줄을 선 다른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한다.(-66-)
복적거리는 장소에 가면 아들이 꼭 하는 일이 있다. 아들이 정말 좋아하는 그 일은 정처 없이 돌아다니다 사라지는 것이다. 그 애가 그러면 도저히 찾을 길이 없다. 아들은 그런 인파 속에서, 그런 축제에서, 그런 동물원, 서커스, 산책로, 대로변, 도심의 지하철역에서 볼 수 있는 광경에 완전히 압도당해 넋을 빼앗긴 나머지 우리가 자신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줄 생각을 화지 않는다. (-110-)
우리 딸은 아침마다 밖에 나가서 마음대로 동네를 돌아다녔고, 동네 사람들이 다 알았어요. 동네에서 다들 이해해주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누구나, 한 사람도 빠짐없이 누구나 보호자를 자처하게 되죠. 딸이 남들에게 주었던 게 있다면 한시적인 소명감이었어요. 참된 선물이었죠. 대도시에서는 ,그러니까 다른 곳에서는 사람들이 잔인하게 굴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어요. 실제로 딸에게 못되게 군 이들도 있었어요. 하지만 여기서는, 어떤 마음이 자라났어요. 그 애가 살기에 좋은 동네였고 그 애가 죽었을 때 다들 그리워했죠.(-192-)
자전적 소설이다. 작가 제시볼은 소설 <센서스>의 또다른 주인공이며, 아흐람의 아빠이기도 하다. 의사이면서, 자신의 직업을 내려놓고 인구조사원이 된 계기는 다운증후군을 가진 아들 아브람 때문이다. 여느 사람들과 다른 특징을 가진 아브람은 매 순간 부모를 진땀 나게 하였으며, 자신의 존재감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한국처럼 미국도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시선이나, 마음이 그닥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걸 이 소설을 통해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사람들의 시선을 독차지 할 수 있었고, 예기치 않은 장소에서 예기치 않은 행동들을 하고 있었다. 여느 아이들에게 보이지 않는 아브람의 세계가 존재하며, 그것이 부모에게 있어서 삶에 대한 고민과 걱정과 엮이게 된다. 여행을 가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으며, 다른 사람들에겐 단순한 일들이 아브람에게는, 아브람의 부모에게는 단순한 일이 아니었다. 세상을 보는 기준이나 가치관이 우리의 생각과 차이가 나며, 그 안에서 자신만의 삶의 기준이 있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것이 아브람에게는 새롭고 경이로운 일이었으며, 그것이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킨다.하지만 세상은 아브람이 살아가기에는 위험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배우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 느끼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것들, 그로 인해 매순간 부모는 장애를 가진 아이에게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아브람은 장소와 시간에 상관없이 자신만의 관점에서 옳은 것과 그른 것을 따졌으며, 이유없이 고집을 피우게 된다. 그럴 때마다 부모의 마음은 애가 탈 수 있다. 여느 부모들처럼 자신이 세상을 떠나고 난 뒤에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이 장애 아이들에게 있고, 그로 인해 내 아이가 나 자신과 함께 세상을 떠나고 싶어한다.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결코 암의 이야기가 아닌, 내 이웃의 이야기가 소설 <센서스>에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