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살핌의 경제학
달라이 라마 외 지음, 구미화 옮김 / 나무의마음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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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은 다른 누군가의 감정을 대리 경험하는 것입니다.
'당신이 고통스러우니까 나도 고통스럽다. 나는 당신과 비슷한 감정을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때 나는 그 고통이 내 것이 아니며, 당신의 고통을 대리 경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p44)


이타심은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는 대상이나 우리에게 잘해주는 사람, 혹은 남에게 잘하는 사람에게만 국한되어서는 안 됩니다. 모든 존재에게 예외 없이 적용되어야 합니다. 남의 행복, 모든 존재의 행복을 진심으로 소중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타심은 우리가 아끼는 사람에게만 발휘하는 것이 아니며, 그 대상이 인간으로만 한정되지도 않습니다. (p92)


타니아는 왜 저를 벌주려고 할까요?마티외와 저 사이에는 암묵적이지만 지켜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마티외가 제게 돈을 보내면 저도 뭔가 돌려줘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제가 그 사회적 의무를 어겼으니 타니아가 저를 벌주려는 것입니다. 나의 이기적인 행동을 지켜보고 제재를 가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니까요.이렇듯 미묘한 방식으로 징벌이 이타적인 기능을 하기도 합니다. 징벌로 인해 제가 좀더 사회친화적으로 행동하게 되었으니까요.(p107)


내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관심이 있는데 가난한 사람들이 더 행복해진다면 나도 더 행복한 기분을 느낍니다. 그들의 형편이 나아지도록 도와준 사람이 비록 내가 아니더라도 말입니다. 따라서 아무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도 행복한 감정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베푸는 일은 다른 사람이 하고, 그로 인한 혜택은 함께 누리기를 바랄 수 있을 것입니다.(p153)


내가 사는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사회 체제이다.자본주의 사회 체제는 이기적인 경제를 추구하며, 사람과 사람 사이에 약속된 합의가 있다. 그 과정에서 자본은 또다른 자본을 만들고, 자본의 틀 속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지켜야할 제도와 법이 갖춰지게 된다. 인간이 사람을 죽이는 것에 대해서 벌을 주는 것에 반해 동물을 학대함으로서 생겨나는 벌의 강도가 약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러한 이율배반적인 사고방식에 변화를 주는 것이 보살핌의 경제학, 즉 이타주의적인 관점에서 경제학을 논하고자 한다.


왜 우리는 이기적인 경제 체제 속에서 이타심을 발휘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경제구조가 만들어지는지 짚어 나간다. 불교와 경제학의 접점 뒤에 사회 곳곳에 스며들고 있는 자비와 베품,나눔이 있다. 특히 누군가 가난한 사람이 보이면, 그 사람이 나에게 이익을 주지 않더라도 선뜻 손을 내밀고 도움을 주는 이유는 그 사람의 행복이 나의 행복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건 그 사람의 고통을 나도 느끼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누군가에에 이타적인 행동을 하면, 그런 행위들이 순환되어서 다른 이들이 나에게 손을 내밀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추운 북극 대륙에서 에스키모인들이 자기 집에 누군가가 오면 그 사람을 가족처럼 대하는 이유도 이런 이타적인 경제와 무관하지 않다.


한편 이타적인 행동을 하는 과정에서 또다른 형태의 징벌이 사회 안에 만들어진다. 법과 제도가 인간관계에서 헛점을 드러내고 있지만 사람들 사이에 형성된 암묵적인 약속들이 끈끈하게 연결됨으로서 법과 제도의 미비한 점을 채워주고 있다.어기서 이타적인 징벌이란 나 자신도 이타적인 징벌의 대상이 되고, 상대방도 이타적인 징벌의 대상이 되는 사례였다. 즉 사람들과 사람들 사이에 약속된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그 사람에게 불이익을 주는 동시에 나 자신도 그에 응당한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 즉 내가 다치더라도 그것을 감수해서라도 이타적인 행위를 지속적으로 하고자 하며, 이 책에는 그런 이타적인 징벌이 친사회적인 모습이라 말하고 있다. 즉 부자에게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강요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는 이유는 바로 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이타적인 징벌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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