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의 하루 - 강남스타일 미대생 스토리
김진국 지음 / 지영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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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중에 어느 교수가 말한다. 현대는 자본의 시대다. 자본은 이윤을 추구한다. 이윤은 대중을 필요로한다. 대중은 광고에 약하다. 결국 자본은 광고를 부른다. 광고는 자본주의의 꽃이다. 그는 광고가 소비대중에게 작용하는 암시성, 설득성, 유행성의 기능을 사회심리학의 일환으로 체계화시킨 후 광고심리학의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p92)


분위기 있는 음악을 틀어 놓고 우린 가벼운 대화를 나누었어. 그리고 서로의 갈망이 통했는지 부드럽고 깊은 키스를 교환했지. 난  키스를 하면서도 다른 것을 생각하느라 키스에만 몰두하기 어렵고 흥분 속에서도 상대를 관찰하는 이상한 습관이 있는데 ,그것 또한 즐거운 일이야. 키스의 질감이 더욱 더 깊어지고, 그의 입술은 나의 목덜미 쪽으로 천천히 옮겨지지. 그리고 무리 없을 정도로 몇 번을 빨더니, 다시 내 귀 쪽으로 끈적해진 입술을 옮겨가고, 그의 촉촉한 입술이 귓불을 더듬자 내 목은 나도 모르게 반대편으로 젖혀지고 내 자세는 뜨거운 한 낮에 지쳐 늘어진 사람처럼 흐트러지지. (p188)


그 오묘한 느낌은 ,그러니까 그녀 내부의 미처 발산되지 못한 아주 예민한 구석에 숨어, 언젠가 누군가가 내밀한 감각의 표피를 벗겨주고 건드려 주기를 갈망하던, 바로 그 마음의 옷자락을 열어젖히는 듯한 느낌은,예기치 않던 ,아니 어쩌면 이미 충분히 예견된 시간과 공간의 한 교착점에서 ,그렇게 예리한 몸짓으로 달콤하고 섬세하게 찾아들었다. (p284)


"백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그림'쟁이'에서 예술'가로 격상된 현대 미술가들은 너무 스스로의 영역을 성역화한 나머지 대중들로부터 괴리되어 있다고 어느 미술 비평가는 탄식했어. 그는,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미술가의 상당수는 상업주의에 오염되어 버렸고,'전위'니 '실험'이니를 앞세운 상당수는 소수만의 귀족주의에 빠져 미술을 애호하는 대중으로부터마저도 '고상'이라는 미명 아래 단절의 늪에 빠져들게 했다고 신랄한 비판을 가했지."(p496)


소설가 김진국의 '유라의 하루는 1995년 쓰여진 작품이며, 두권의 책을 한권으로 묶어서 다시 우리 앞에 찾아왔다. 500페이지 두꺼운 분량의 소설에는 주인공 유라의 예술에 대한 관점, 자본주의와 예술의 결합과정에서 유라의 심리적인 변화와 가치관의 변화를 동시에 마주하게 된다. 유라는 예술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존재였으며, 강남의 미술학도로서 대학생으로사 자신의 예술적인 미학을 추구하게 된다.하지만 강남이라는 특정 장소가 유라의 하루를 흔들어 놓고 있으며, 예술과 욕망이 결합된 인간의 내밀한 삶과 접점을 이루면서, 예술과 인간의 욕망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 놓는다.


소설은 예술이 상업적인 가치에서 벗어나야 하는 이유를 말하고 있다. 인간은 예술과 돈이 너무 가까이 붙어있으면, 예술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가치가 퇴색되고, 물질적인 가치관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가난한 미술학도로서, 누드화를 그리기 위해서, 누드화의 모델료를 아끼기 위해서 스스로 모델을 자쳐해야 하는 학생들의 빈곤함은 소설 속 주인공 유라는 예술의 전면에 내세우게 되는 또다른 이유가 된다. 그건 예술이 아무리 자본의 늪에서 벗어나려고 하여도, 세상은 그것을 허용하지 않음을 보며주고 있다. 성형천국 강남에서 유라와 함께하는 또다른 조연들은 예술적인 미학 추구 뿐 아니라 자기 스스로 미학의 주연이 되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다. 그들이 추구하는 몸으로 하는 예술은 전위예술,실험적인 예술로 변질된다. 인간이 결코 버리지 못하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려는 노력들은,이 소설의 주된 흐름이 되고 있으며, 유라와 유라의 친구 미지, 유라의 남동생 은모, 유라와 준호, 민규의 삼각관계는 점점 더 아슬하면서도,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예술적인 감각들을 미술 도구 뿐 아니라 몸을 통해 격정적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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