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석을 따라 제국에서 민국으로 걷다 - 3.1운동부터 임시정부까지 그 길을 걸은 사람들 표석 시리즈
전국역사지도사모임 지음 / 유씨북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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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당시 우리나라 천주교는 파리 외방전교회가 주도하고 있었는데, 이들 프랑스 주교들은 우리나라의 독립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불가능한 일에 신도들이 가담하는 것은 무의미한 희생을 자초하는 일이라고 생각한 뮈텔 주교와 드망즈 주교는 교인들의 만세운동 참가를 금지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평신도들은 만세운동에 참가할 수 없었다. 물론 안중근처럼 주교들의 금지 명령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인 신념에 따라 독립운동에 참여한 이들이 있었다. (p104)


사진 설명에 '대한민국임시정부 상하이청사 보창로 309호'라고 적혀 있다. 번듯해 보이는 2층 건물에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다. 그런데 같은 사진에 관한 1937년 4월 30일자 한민을 보면 그 주소가 '하비로 321호'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렇듯 첫 청사는 '바로 여기다'라고 단언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p181)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는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이 있다. 이곳에는 구한말과 일제강점기에 우리 민족을 위해 일생을 바친 외국인 선교사와 그 가족들을 포함해 대한 독립이나 근대화에 이바지한 비선교사 외국인들이 함께 안장되어 있다. 이들은 병원과 학교 등을 설립하여 우리 사회 발전에 기여했고, 이들 중 일부는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건 많은 위험을 기꺼이 감수했다. (p314)


후세 다쓰지는 1923년 의열단원 김시현에 대한 변호도 맡았다. 김시현은 의열단원들과 함께 총독부, 경찰서, 동양척식회사 등 주요 건물을 1923년 3월 15일에 일제히 폭파하기 위하여 사전 준비를 하던 중 의열단 안으로 파고든 밀정의 밀고로 체포되어 재판을 받게 되었다. "흉계'로 포박함은 정치 도덕에 위반하는 것'이라는 후세 변호사의 변론에 김시현은 징역 10년형을 언도받았지만 5년 5개월 동안만 수감 생활을 했다.이 일을 계기로 조선인들은 그를 신뢰하고 존경하게 되었다. (P344)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물처럼 흘러가고, 한번 지나간 시간적 흐름과 시간의 스펙트럼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100년전 과거의 시간이든 10년전의 시간이던지 간에 상관없이,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영원히 앞으로 흘러가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역사적 시간을 증언하는 역사적인 장소는 항상 고정불변하며, 그 장소는 그 장소에 있었던 고유의 시간을 기억하고 있다. 시간과 장소의 프리즘 안에서 우리가 역사적인 가치를 얻고 싶은 마음들이 표석이라는 역사적인 의미와 가치를 얻을 수 있고, 장소를 기억하게 되는 하나의 무형적인 상징물이 되고 있다. 표석이 있음으로서 우리는 그 안에서 역사에 대한 교육적인 의미와 가치들을 발견하게 되고, 경제발전과 시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 대한민국의 역사가 퇴색되지 않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특히 표석은 근현대사의 발자취를 드러내는 무형적 가치이므로, 역사적으로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책은 이처럼 표석으로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언급하고 있다. 역사적인 기록물들과 현존하는 사람들의 기억이 어우러져 장소와 얶임으로서 우리의 선조들의 내밀한 삶과 주요 사건들을 기억할 수 있다. 대한민국이 탄생되기 전 , 상해임시정부의 위치에 대해서 진실찾기에 골몰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더 나아가 표석 중에는 대한민국을 탄생시켜준 자신의 목숨을 다바쳤던 열사와 의사들의 집터를 알 수 있는 표석들도 다수 존재하고 있으며, 우리는 그들의 삶 전체와 인생의 발자취를 기억하려고 애쓰게 된다. 


이 책은 그런 의미로 보면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의미있는 책이다. 3.1운동에 대해서 관심있다면, 그 사람은 3.1운동과 관련한 표석들을 찾아다닌다. 대한민국을 위해 목숨 바쳤던 안중근의사의 삶이 궁금하다면 안중근 의사 집터를 먼저 찾아갈 것이다. 표석들을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역사기행이 될 수 있고, 우리는 표석을 통해서 과거에 살았던 그들의 삶을 반추하게 되고, 그들의 고통이나 아픔들을 상상하게 된다. 더 나아가 텍스트로만 전해졌던 역사들을 물리적인 형태로 받아들이게 되고, 그 안에서 우리의 과거의 아픔과 슬픔을 되돌아 볼 수 있으며, 다시는 그러한 역사적 과오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얻을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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