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ant in the Kitchen (Hardcover)
Barnes, Julian / Guardian Books / 2003년 10월
평점 :
품절


나는 이 레시피를 신뢰할 수 없었다. 버터의 양이 정확하지 않고 불의 세기는 명시되지 않았다. 게다가 때는 2월 중순이라 내가 구할 수 있는 것이라곤 최상품이라고 해도 서리를 맞아 단단하고 즙이 별로 없는 옅은 오렌지색 토마토뿐이었다. 나는 주방에 불명예를 초래하지 않겠노라는 가는 희망을 품고 약간의 소금과 후추와 설탕을 톡톡 뿌려 넣으면서 광적으로 포미안이 제시한 레시피의 근사치를 준수했다. 그 결과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 어찌된 건진 몰라도 이 방법으로 오래전에 그 진액을 잃은 것처럼 보였던 과일 여섯 개에서 풍부한 즙이 추출되었다. (p66)


요리책이 한낱 표절 모음집이 아닌 이상 필연적으로 저자의 개성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이것은 어떤 때는 실수가 된다. 그 개성은 권위적인 것,우월감에 잦는 것, 나약한 것, 따분한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식재료에 전문적 지식이 있는 저자라도 자기가 쓴 책을 사서 그대로 따라 해 보는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전혀 모를 수 있다. 앤서니 레인은 무서울 정도로 능률적인 마사 스튜어트의 책을 리뷰하면서 식사 초대에 대한 그녀의 전형적인 충고를 이렇게 인용한다."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가장 중요한 때는 파티가 시작될 때, 손님들이 머뭇머뭇 불안해하고 어색해하는 순간이다. "이에 레인은 이렇게 응수한다."손님들이 불안해한다고? 젠장 ,그럼 요리를 하는 집주인은 어떻고?"(p103)


21시기 지금 살아가는 우리는 요리가 대세이다. 여자들만 요리를 한다는 것이 이젠 통용되지 않는다. 남녀노소 누구나 요리를 할 수 있으며, 계란 후라이를 하는 것을 넘어서 다양한 요리를 섭렵할 필요가 있다. 서점에 가면 요리레시피 책이 있으며, 초보자를 위한 요리도구도 존재한다.과거 우리의 부모님이 해왔던 손으로, 눈짐작으로 요리를 했던 것과 다르게 이젠 두손으로 과학적인 방법으로 요리를 할 수 있다.이 책을 쓴 저자 줄리언 반스는 어느덧 70이 넘은 나이였다. 그는 이 책을 쓸 무렵은 50대 중반이다. 요리를 이제 시작한 그의 나이를 본다면,우리 주변에 50대 중년의 모습과 비교하게 된다. 부엌에 가면 남자 구실을 못한다는 인식속에 살아왔던 그들은 숟가락이 상위에 올라가야 밥을 먹는 세대이다. 그런 모습은 시대적인 흐름에서 벗어나 있다. 줄리언 반스의 요리에 대한 관점에 대해서 지금 다시 거롭되고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또한 이 책을 요리를 통해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게 된다. 그동안 잠재되어 있었던 요리 실력이 어느 순간 뻥 하고 튀어 나올 수 있다. 다양한 요리책을 통해서 나만의 요리를 시도할 수 있고, 때로는 책속에 나오는 그림속의 요리와 다르게 레시피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줄리언 반스는 좌절하지 않았다. 요리를 하면서 스스로 거쳐가는 하나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요리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남잗즐에게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게 해 주며, 요리가 설연 내 입맛에 맞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맛을 보고 즐길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위로를 얻게 된다.


이제 시대는 바뀌고 있다. 이 책이 출간된 시점과 현재의 큰 차이는 인터넷이다. 줄리언반스처럼 요리책을 보면서 요리를 하는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다. 유투브를 보면 요리 레시피 뿐만 아니라, 요리하는 방법과 주의할 점까지 꼼꼼하게 나온다. 요리 책에는 나오지 않는 불의 세기를 조절하는 방법도 유투브를 통해서 느낄 수 있다. 그건 일방적인 소통방식을 가졌던 요리책에서 벗어나 서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인터넷 시대로 넘어오면서 나타난 변화이다. 유투브에 요리를 잘하는 요리 전문가가 직접 요리 동영상을 올리면, 그 동영상을 본 사람들은 똑같이 요리를 하면서 미흡한 점을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지금 현재 우리의 또다른 모습이며, 요리는 누구나 마음먹은대로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긍정적인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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