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좋은 이유 - 내가 사랑한 취향의 공간들 B의 순간
김선아 지음 / 미호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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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한약방은 바로 그런 향수를 목표로 하고 만든 공간이다. 자개장과 서예,동양의 그림들 그리고 60,70년대에 많이 사용했던 나무 마감까지. 우리를 과거로 되돌려 놓는다. 그 안에서 나는 할머니 집을 방문한 꼬마가 된다. 우린 그렇게 과거의 공간 안에서 커피를 앞에 두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시대가 변했어도 무엇을 입고 마시느냐만 달라졌을 뿐 우리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산다는 것은 변함없다. (p61)


벽한 면을 채우는 다양한 메뉴를 가진 식당이라면, 그 모든 음식들을 모두 맛있게 내놓을 수 있을지 걱정부터 된다. 선택의 자유는 있을지 몰라도 맛에 대한 신뢰성은 떨어진다. 반면 진정한 맛집에는 메뉴가 많지 않다. 한두가지 메뉴로 승부한다. 선택과 집중, 단촐한 메뉴판을 보면 안심된다. 우리는 이것을 경험을 통해서 잘 알고 있다. (p129)


건축은 어찌 보면 언제나 경계를 만드는 일이다. 너와 내 땅을 나누고, 분리하고 ,구분한다. 그러고 나서는 다시 내 땅 안에서 필요한 부분들을 나눠서 사용한다. 어딘가는 거실로, 주방으로, 서재로, 도면은 결국 경계를 만드는 벽들의 설명서와 다름없다. 어떻게 나누고 , 서로의 영역을 어떤 식으로 구분하고 막아내는지에 대한 지침서. 그렇게 건축가들은 경계를 세우는 일을 업으로 삼고 일하지만, 그들에게는 이율배반적으로 경계를 허물고자 하는 욕구가 내재되어 있다. (p185)


건축은 인간이 만들어 놓은 하나의 공간이다. 인간은 건축을 통해 인간이 머물수 있는 곳에 의미를 부여하고 가치를 채워 나간다. 건축에 개념을 부여하고 의미와 가치를 채워 나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건축이 간직하고 있는 고유의 존재가치, 시간이라는 것이 과거에서 현재로의 변화,현재에서 미래로의 변화 속에서 하나의 트렌드를 규정하게 되고, 우리는 시간의 테두리 안에서 현재에서 과거로 회귀하게 된다. 저자의 직업은 건축가이며, 서울 곳곳의 숨어 있는 랜드마크를 찾아 다니고 있다. 남들이 보지 않는 숨어 있는 곳, 우연히 발견하게 된 곳, 널리 알려진 곳에 대해서 과거 현재 미래를 동시에 보고 있다. 책의 첫 머리에 등장하는 곳은 바로 코엑스에 있는 별마당 도서관이다. 이곳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곳이며, 책을 읽을 수 있다. 책과 독서에 관한 다양한 문화축제들이 이 곳에 있다.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높이에 책들이 꽃혀잇고, 책을 읽는 공간에서 책을 향유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거대한 공간에 사람들의 욕구를 채워 나가고 있으며, 도서관이 가지고 있는 기존의 편견에서 자유롭다. 기존의 도서관이 문화의 공간이 될 수 있고, 왁자지껄할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건 우리의 상식에서 벗어나는 경우이다. 도서관은 조용해야 하고, 얌전히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 통상적인 우리의 모습들이다. 하지만 별마당 도서관은 그 상식에서 벗어나 있다. 책에는 바로 그런 부분들을 짚어나가고 있다. 인간이 건축이라는 개념을 만들고 그 안에서 하나의 경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 건축에 사람들의 욕구들이 숨어 잇으며, 건축가는 바로 인간의 욕구들을 건축이라는 매개체 안에 응축해 놓고자 하였다. 사람들이 놓치고 있는 디테일한 요소들까지 건축에 채우려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 책에서 눈길이 갔던 부분은 건축과 골목을 불가분한 관계이다. 인간은 좁은 골목에 대한 향수가 있다. 낡은 것을 뜯어내고 새로운 것을 만들 때 , 과거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현재에 살면서도 우리는 과거를 들여다 보고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욕망은 아파트를 향유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골목의 고유의 가치가 사라지고 있다. 책에서 눈여겨 볼 부분들은 여기에 있었다. 골목이라는 가치 안에 과거 사람들이 투영했던 그리움과 사람들,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않는 정에 대해서 회복하려 했던 그 모습들은 건축의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게 되고, 100년전 지어진 건물이라도, 그 고유의 가치들을 버리지 않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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