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미워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
문보영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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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도서관에서 하는 일은 왜 사람이 자꾸 사라질까에 대한 생각을 이어나가는 일이다.도서관에서 책은 안 읽고 사라진 사람들을 상상하고, 새로 온 예의 없는 사람들은 미워하고 다음 날 다시 그리워한다. 앞으로도 여행 갈 일은 별로 없을 것 같고, 죽은 사람들에 대한 상상을 여행 보내는 일을 반복할 것 같다. (p38)


브라자가 없는 세상사은 없을까? 아니면 남녀노소 불문하고 모두가 브라자를 하거나, 모든 존재가 브라자를 착용한다면 덜 억울할지도 모른다. 산타할아버지도, 햄스터도, 젊은 남자도, 거북도, 토끼도, 이구아나도, 나무도, 개미도....모든 존재가 브라자를 착용한다면! (p73)


우울감을 느끼는 것과 우울증은 전혀 닥른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 올해의 배움이다. 이제 자살을 시도한 사람이나 자살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때 전혀 다르게 느낀다. 우울증에 걸린 이 앞에서 "누구나 우울하지"와 같은 말을 해선 안 된다는 것도. (p123)


벌벌 떨면서 우는 게 내 역할인데 인력거가 선점해서 나는 상대적으로 현자가 되어 있었다. 눈을 감고 고민했다.'오토바이를 타야 할까? 저들을 믿어도 될까? 오토바이가 조금이라도 으슥한 곳으로 들어가면 엉덩이로 뛰어내려야겠다.아니다. 타지 말자.' 결정을 내리고 눈을 떳는데 (아직 경찰인지 확실치 않은) 베트남 남자의 미소를 맞닥뜨렸다. (p226)


책 제목이 독특하다. 사람을 미워하는 것이면 미워하는 것인데, 거기에 '다정한'이 더해지고 있다. 누군가를 미워한다는 것은 그 대상이 타인이 될 수 있고 나 자신이 될 수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의 삶에 훼방꾼들을 세심하게, 그리고 예민하게 관찰하고 있다. 예민한과 세심함을 가지고 세상의 프리즘을 투영하고 있기에 사람들을 미워하는 순간과 막땋뜨리게 된다. 그 대상은 때로는 사물이 될 때도 있고, 세상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규정하는 경우도 있었다. 사람을 미워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하지만 그 미움의 대상에 대해서 다정하게 대하는 건 누구나 가능하다고 본다. 살아가다 보면 하면 안되는 것이 아니라, 안하면 불이익을 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남자의 경우 군대를 가는 것이며, 여자의 경우 브라자를 착용하는 것이다. 여자에게 브라자는 하나의 억압이며 족쇄이다. 바깥에서 브라자를 착용하지만, 집에서는 그것을 벗어던지고 홀가분해진다. 남성에게서 군대는 브라자와 같은 존재가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군대를 가자니 피곤하고 고통스럽고, 귀찮다.그렇다고 안가자니 사회적인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다만 일생동안 브라자와 가까이 하게 되는 여성들과 달리 남성에게 군대는 일시적인 억압이며 족쇄라는 점에서 위안을 얻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유하게 된다. 상상하게 되고, 저자의 추상적인 감각과 마주하게 된다. 그녀의 우울증의 근원은 생각에서 비롯된다. 시인이라는 직업이 가져오는 일상에서의 불합리한 상황들, 살아가면서 세상을 관찰하면서 , 가벼이 보지 못하는 것은 그녀의 삶의 방식들은 우울증을 심화시키고 있었다.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우리의 일상적인 편린들이 우리들의 또다른 상처가 되고 아픔이 되고 있다. 때로는 내 앞에 놓여진 상황들을 서술하면서 오해가 생기고, 그것을 풀지 못함으로서 우울한 감정을 안고 살아간다. 스스로 삶에 대해서 문제를 알고 있지만, 그 문제를 풀지 못하는 것이 저자가 언급하고 있는 , 삶 속에 깊이 파고드는 우울증의 또다른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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