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락독서 - 개인주의자 문유석의 유쾌한 책 읽기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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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자의 삶이란 게 그렇듯이 인간관계도 끊어진다. 나에게는 동네 공터나 골목에서 친구들과 공을 차거나 장난감 칼을 위두르며 칼싸움을 하는 '사내아이' 특유의 유년기가 없다. 친구 집에 놀러가도 그 집 책꽃이부터 뒤지느라 나가 놀자는 친구와 실랑이하기 일쑤였다. 학원도 없던 시절이었기에 아이들에게는 모래알처럼 많은 시간이 있었지만, 읽을 책들도 모래알처럼 많았기에 내게는 시간이 늘 부족했다. (p28)


집착하지 않고, 가장 격렬한 순간에도 자신을 객관화할 수 있고, 놓아야 할 때에는 홀연히 놓아버릴 수 있는 ,삶에 적절한 거리를 둘 수 있는 그런 태도일까. 그렇다고 아무런 열망도 감정도 없이 죽어 있는 심장도 아닌데 그 뜨거움을 스스로 갈무리 할 줄 아는 사람, 상처받기 싫러서 애써 강한 척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 삶이란 내 손에 잡히지 않은 채 잠시 스쳐가는 것들로 이루어졌지만 그래도 순간순간 눈부시게 반짝인다는 것을 알기에 너그러워딜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아주 드물다는 건 어린 시절에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기에 동경할 수 밖에 없었던 것 아닐까. (p37)


사춘기 사내 녀석의 과잉분비되는 호르몬이란 그 위력이 실로 대단한 것이어서 세계문학사에 난해한 작품으로 손꼽히는 제임스조이스의 율리시스조차 완독하게 만들었다. 의아하게 생각되는 분은은 율리시스 제18장 '침실/페넬로페'를 읽어보시면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p48)


베스트셀러 <미스 함무라비>를 쓴 문유석 부장판사의 독서론이다. 자신의 일상적인 독서관점을 서술하고 있으며, 이 책의 책 제목은 저자가 고른 책과 그의 독서방법과 연결되고 있다. 자칭 활자중독자로서 친구들 집에 있는 서재들을 탐험하듯 이잡듯 찾아다니지만, 그의 독서법은 다른 사람의 생각을 넘어서게 된다. 특히 청소년으로서 성적인 호기심을 문학 책을 통해서 대리만족해 왔고, 다양한 책을 섭렵하였으며, 그 당시 외설 논란으로 금서로 지정되었던 두꺼운 책 율리시스조차 완독하는 실력을 갖추게 된다,


저자의 독서는 자신을 객관화하는데 유용하게 쓰여지고 있다. 독서는 자기 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스스로 자신이 틀릴 수 있고, 틀리다고 생각하는 순간, 사과할 수 있는 용기도 만들어지게 된다. 저자는 바로 그런 목적으로 책을 읽어왔고, 만화책 뿐만 아니라 김용의 무협지도 즐겨 읽고 있다. 이처럼 저자의 독서 수준은 상당히 높은 위치에 있으며, 언제나 어떤 책을 읽던 간에 그 안에서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제임스 조이스의 난해한 문장을 이해하고, 중국작가 김용과 위화가 남겨놓은 책들을 통해 자신만의 문체를 만들어 나가기 시작하였다. 책을 통해서 세상을 이해하게 되었고, 나자신과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힘을 갖추게 된다. 저자는 판사로서 일하면서, 자신의 경험이 우러난 소설을 쓸 수 있게 되었고, 저자의 독서 습관이 바로 그의 작품 속에 고스란히 투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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