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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계절에 눈이 내리면
릴리리 지음 / 인디펍 / 2019년 2월
평점 :
품절
다진은 선천적인 심장기형을 가지고 태어났다. 의식하고 산적은 없었다. 격렬한 운동이 무리가 될 수 있다고 했지만 애초에 운동선수도 아닌 데다 몸을 움직이는 걸 좋아하지도 않았기 때무에 십 육년을 살아오면서 심장이 힘들다는 생각은 별로 해 본적이 없었다.
혜진은 k대 병원 장례식장 입구에 서 있었다. 전광판에 망자와 상주의 이름이 떳다. 혜진은 그 가운데서 다진의 이름을 찾았다. 오다진의, 상주 하지훈.헤어지기 전에 다진은 그런 말을 했었다. 혹시 8월 13일에 한국에 계신다면 , 제 장례식에 와주실래요? 온다면 기쁠 거예요. 다진은 그 말을 하며 웃었다. 혜진이 한국에 들어온 것은 닷새 전이었다. 8월 13일에 k 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은 것은 순전히 호기심에서였다. 다진의 말이 진실일까 하는.(P96)
혜진은 크게 심호홉을 했다. 다진의 장례가 치뤄지는 곳은 3호실이었다. 딱 넓지도 좁지도 않은 그런 크기의 방이었는데, 복도에서부터 이미 눈물을 쏟아내는 젊은 애들이 잔뜩이었다. 스물다섯.친구의 죽음이 익숙지 않을 나이였다. (P96)
어떤 사람들은 가족 중 누군가의 그림자처럼 살아가는 경우가 있다. 나 자신을 통해서 누군가를 떠올릴 때 우리는 본질과 그 본질의 그림자가 함께 교차할 수 있다. 특히 본질이 부재되어진 그 순간, 그것의 그림자는 그 본질의 성향을 추종하게 되고 따라가게 된다. 특히 나와 너 사이에 존재하는 잔상들은 현상을 왜곡시키고, 때로는 아픔이 지워지지 않은 채 고통이 되는 경우가 있다. 이 소설에서 죽은 오다영과 그 다영과 열두살 차이나는 남동생 오다진이 그런 경우였다.다영이 가지고 있는 선천적잉 병은 다영의 삶이 멈춰버리게 되었으며, 다진 또한 다영과 같은 병을 가지고 있기에 다영의 그림자처럼 살아가고 있다.형체의 부재 속에서 여전히 그림자는 움직이고 살아간다..
그래서일까, 이 책은 로맨스임에도 조금씩 조금씩 슬픔과 직결된다. 슬퍼해야 하는 그 순간들, 학교 내에서 갓 부임한 국어 쌤 현주와 현주가 바라보고 있는 전처 오다영의 죽음의 그림자를 안고 살아가는 하지훈은 그렇게 이유없이 연속적인 만남으로 이어지게 되며, 살아갈 명분들이 연속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자꾸만 그 그림자가 밟혔으며, 그로인해서 생기는 아픔들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들의 정서들, 그 정서들을 학교라는 하나의 정해진 공간 특 안에서 보여지고 있다.특히 이 책은 각자의 시선에서 소설의 주인공의 삶과 죽음을 바라보고 있으며, 같은 상황과 같은 장면임에도 서로 해석되는 순간들이 달라지고 있음을 느낄 수가 있다. 죽음 속에서 보여지는 우리들의 삶들 하나 하나 느껴졌다.특히 학교 내에서의 만남은 반 아이들에게 소문의 또다른 원인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