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대신 욕망 - 욕망은 왜 평등해야 하는가
김원영 지음 / 푸른숲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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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슈퍼맨이 되고 싶었다. 지체 1급 장애인으로서 서울대를 졸업하고 보란 듯이 성공하는 것. 삶을 극복하고, 장애를 극복하고, 희망과 기적을 말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기적'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적을 일으키는 동안 타야 할 대중교통이 필요하고, 기적을 위해 읽어야 할 책이 필요하며, 기적을 만들어내는 동안 먹어야 할 컵라면도 필요하다. 결국 장애인권연대사업팀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게는 꿈과 희망보다 당장 앞에 놓인 계단과 턱을 제거하는 일이 필요했다. 나는 세상으로 뛰쳐나온 그 시점의 중증 장애인들처럼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P159)


무성성無性性이란 장애인들을 성적 욕망을 가진 주체로 인식하지 않는 것, 또는 성 정체성을 가진 존재로 인식하지 않는 것에 대해 문젲제기를 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용어다. 예컨대 장애인 화장실은 대게 남녀 공용으로 설치된다. 여기에는 효율성의 논리도 개입되었겠지만, 장애인은 여와 남이라는 성 정체성을 특별히 구분할 필요가 없다고 여기는 인식이 작용한 결과이기도 하다. 자애는 여성,남성과 구별되는 제3의 성이다. 많은 장애 여성들이 자신의 개인사를 서술할 때 첫 생리 때의 이야기를 들려주곤 한다. (P239)


4월 중순, 10일전 경북지역 장애인 체육대회에 우연히 참가하게 된 적이 있다. 물론 내가 장애인이라서 참가한 건 아니었고, 비장애인이라서 참가한 것이다. 장애인을 보조하는 역할을 경북 상주에서 해 왔으며, 내가 할 일은 시각장애인과 5KM 동반주였다. 안타깝게도 나와 함께 동반주를 하는 선수는 부상을 입게 되어서 대회에 참가하지 못하였고, 나는 대신 그들과 함께 하면서, 장애인들의 눈과 손이 되었다. 하루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대회장에서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으며, 한편으로는 여전히 우리 사회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나 배려와 이해에 대해 보족한 접이 상당히 많다는 걸 느끼게 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한편 이 책을 읽으면서 장애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었다. 책을 쓴 저자 김원영씨는 뼈가 잘 부러지는,대한민국 사회에서 200여명 박에 안되는 희귀병을 가지고 있는 장애인이며, 성장하는 과정에서 작은 충격에도 뼈가 으스러지는 문제들이 발생하게 된다. 입원과 수술을 반복하면서, 다리는 일반인들과 다른 기형적인 몸이 되었고, 허리는 휘어져 버렸다. 장애를 가지고 있었지만, 공부를 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서울대에 입학하고, 변호사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살면서 부모님에 대해 자신이 살아가는 의미를 소중하게 여겼던 거다.


우리 사회의 모든 시설과 장치들은 자애인을 배려하지 않는다. 심지어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 도로 위를 걸어다니는 것, 택시를 잡는 것조차 장애인들은 예외이다. 또한 장애인들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그들이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다양한 혜택들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조현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범죄르 저지른다는 편견이 사회속에 현존하고 있으며, 그것은 장애인들에게 또다른 아픔이 되고 있다.


저자는 장애에 대한 사회적 시선들을 극복하지 못하였고, 결국 자퇴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친구들이 도와주었지만, 여전히 사회의 벽을 넘어설 수 없었다. 결국 저자가 선택한 길은 검정고시를 나와 중고등 검정고시를 패스하고 서울대 로스쿨에 입학하는 과정 그 자체이다. 하지만 문제는 로스쿨에 입학하면서 시작되었다. 다른 일반인 친구들은 할 수 있는 걸 자신은 하지 못할 때가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도 그러했으며, 넓은 교정을 오가면서, 수업을 듣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날씨가 악화되는 경우에는 더욱더 절망감을 느끼게 된다. 비가 오는 날 교정을 오가다가 자신이 타는 휠체어가 넘어졌으며, 그대로 주저않게 되었다. 일반인이라면 벌떡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저자는 그게 할 수 없다. 일반인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것들이 김원영님께는 극복할 수 없는 벽이 된다. 서울대생들이 흔히 하는 괴외 아르바이트도 저자에게는 주어지지 않았다. 그만큼 사회의 시선은 높고 험난하였으며,김원영엣게 친구란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으며, 생존 도구였다. 혼자서 무언가를 해낼 수 없다는 것이 자신의 한계였으며, 그친구들의 도움을 갚아나가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었다. 더 나아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뒷바라지한 30대 엄마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이 지금의 김원영씨의 기적의 근원이었으며, 대한민국 사회에 현존하는 장애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바꾸고,장애인에 대한 인권 보호와 사회적 연대를 만들어 가기 위한 노력들이 엿보였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것이 누구에게는 당연하지 않다는 걸 다시는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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