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드슨강이 말하는 강변 이야기 / 제4막 - 이병주 뉴욕 소설
이병주 지음, 이병주기념사업회 엮음 / 바이북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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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뉴욕이라고 하는 초절적인 도시에 내 스스로 절망할 시기까지 머물러 있고 싶었다. 인간이란 그렇게 간단하게 절망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호락호락 절망해버려사도 안 된다. 그런데 뉴욕에서 절망했다고 했을 때는 장소의 부족을 탓할 아무 것도 없다. (p13)


"헬렌에게 도덕이 필요 있을까?"
그녀의 삶에 조그마한 힘도 보태ㅜ지 못할 처지에 있으면서 반들반들 매끄럽기만 한 충고를 한다는 건 쑥쓰러운 일이었다. 상일은 잠자코 술잔을 들었다. 위장 어느 부분이 찡하는 메아리를 일으켰다. 술이란 좋은 것이다. (p74)


낸시는 신상일이 얼마나 훌륭한 인간인가를 설명하기에 바빴고 헬렌 또한 신상일을 칭찬하는데 말을 아끼지 않았다. 신상일은 간지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창틀에 붙어 서서 할렘의 거리를 바라보았다. 등 뒤에서 헬렌의 말이 있었다. (p174)


강철빛이었던 허드슨의 강물빛에 부드러운 색감이 섞였다. 봄이 오는가 보았다. 리버사이드 드라이브의 가로수에도 물이 오르는 기색이었다. 얼마나 고대했던 봄이던가.신성일은 오랜만에 센트럴파크에 나가보아다. 그 벤치에 메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노녀가 외출하기엔 날씨가 아직 쌀쌀한 탓일 것이었다. (p240) 


신상일의 가슴에 살큼 유혹의 싹이 돋았다. 단 한마디에 20만 달러! 20만 달러,아니 10만 달러도 팔자를 고칠 수가 있다. 고국의 빚을 다 갚고 , 떳떳하게 귀국할 수 있는 돈, 낸시를 전지요양시킬 수도 있는 돈, 그 돈만 있으면 만사가 해결된다. (p283)


그러나 알렉스 페드콕의 생애는 인류의 역사에 합류된다. 알렉스 없는 리버사이드 스토리는 에피소드의 집합이 될 뿐이다. 알렉스가 중심으로 되었을 때 비로소 리버사이드 스토리는 한 편의 서사시가 될 것이니라."(p344)


소설은 196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한다. 한국에서 아내 향숙과 딸 영미의 죽음으로 인해 뉴욕에 찾아온 신상일은 향숙의 죽음의 뒷면에 사기꾼 김계택이 있었다. 상일이 30년간 일해서 벌어놓은 돈 5000만원은 ,김계택에 의해 탕진되었고, 상일은 빈털터리에서 사기꾼 김계택을 찾기 위해서 뉴욕에 도착하였다.뉴욕에 도착하면서 계택의 행방을 찾아 다니지만, 사기꾼 계택은 묘연하기마 하\였다..


천만의 거대 도시,미국을 상징하는 도시 뉴욕에서 김계택을 찾는 건 바다 위해 모래알을 찾는 것마냥 쉽지 않았다. 자신의 아내가 죽었고, 딸의 죽음으로 혼자가 되어버린 상일은 자신도 죽는게 더 낫다고 생각하였고, 자살을 시도하게 된다. 하지만 번번히 계획은 실패로 끝나게 되었고, 사기꾼을 직접 찾아 나서게 된 것이다. 얼마 안 되는 전재산을 들고 뉴욕에 도착해서 제일 싼 모텔에 머물렀던 상일은 헬렌과 동침하게 된다.1달러를 요구하는 헬렌은 자신의 몸을 팔아서 살아가는 뉴욕의 시민이었고,상일은 헬렌을 통해서 인종차별의 민낯을 몸으로 느끼게 된다. 상일이 헬렌에게 옷을 사준 이유는 여기에 있다. 헬렌은 몸을 팔면서도, 자신이 입을 옷조차 살 돈을 만들어 놓지 못했다.


사람의 운명이란 참 묘한 거다. 상일이 옷하나 사줬다고 해서 헬렌은 자신의 삶을 상일을 위해서 살아가게 된다. 남들에게서 느껴보지 못한 따스한 온기를 동양의 변방 한국에서 온 사일을 통해서 느끼게 된 거였다. 상일은 뉴욕에 머물면서 낸시 성을 찾아 나사게 되었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힌트를 기반으로 뉴욕을 샅샅히 훝어 나가게 된다. 비로소 낸시 성이 어디 있는지 알게 된 상일은 헬렝과 낸시, 상일 이렇게 세사람이 묘하게 역이고 있었다.


이 소설은 196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지금 현재의 뉴욕을 상상하면 먼가 엇박자가 느껴진다. 거대 도시 뉴욕, 전세계의 돈이 모여드는 뉴욕이지만, 그 안에도 음지와 양지가 있다. 헬렌은 전형적인 음지의 대표주자였으며, 헬렌의 삶을 통해서 상일은 새로운 삶을 느끼게 된다. 이 소설은 복수의 가치에 대해서 생각할 여지를 남겨두고 있었으며, 죽음을 마주하는 상일의 또다른 자화상과 교차되고 있다. 누구나 죽을 수 밖에 없는 운명속에서 ,돈을 먼저 생각하는 자본주의 국가 미국의 중심 뉴욕에서 상일이 마주하게 된 뉴욕의 자화상은 어떤 모습인지 상상하게 되고, 이 소설은 바로 그 현실을 비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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