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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여덟, 6개월 만에 결혼하다 - 한 여자의 단기 속성 결혼 성공기
이진영 지음 / 슬기북스 / 2019년 5월
평점 :
사귄기념으로 한 정거장 거리를 걷는다. 구두를 신어서 발이 아프지만, 운동화를 신은 것처럼 발걸음이 가볍다. 이제 그의 옆모습을 힐금거리지 않아도 된다. 연락하고 싶을 때 망설이지 않아도 된다. 그동안은 사귀기 전이라 소극적이었을 것이다. 사귀기로 했으니까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다. 헤어지기 전 그가 가벼운 포옹을 한다. 내 손가락 끝이 그의 어깨뼈에 닿는다. 등의 감촉이 좋다.
다음에 만나면 키스를 하게 될까?(p38)
6월 14일이 키스데이래.
아 키스가 하고 싶었어? 밀린 것까지 한번에 하자. 어두운 데를 찾아볼께.
그는 미션을 주면 적극적이다. 끌어주면 따라온다. 속만 태우던 한 달이 허무하다. 솔직하게 말할 걸.그가 적당한 장소를 찾길 바랐다. (p52)
내가 성적으로 매력이 없니? 아니면 스킨십을 안 좋아해? 어느 쪽이든 나는 이런 식으로는 연애할 수 없어. 너 오늘 아침에 나 밀어냈지? 그 때 내 기분이 어땟을 거 같다? 내가 만지는 게 싫어? 그러면 연애를 하지 말았어야지. 강원도 여행은 처음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어. 장거리 운전에 힘들고 피곤했겠구나.(p73)
그가 내 볼에 가만히 손을 가져다 댄다. 내 머리카락을 천천히 어루만지고,허리를 감싼다. 떨린다. 다정한 스킨십이다. 우리는 한참 동안의 포옹으로 서로의 온기를 느꼈다. 그의 입술이 가늘게 떨린다. 화해 후의 안도감과 나를 찾은 기쁨이 느껴진다.내가 원하던 키스다. (p81)
자그마치 9년이다. 엄마는 9년 전부터 나의 혼수를 준비해 온 것이다. 사놓은 그릇을 써야 하니까 시집가라고 했던 엄마의 잔소리는 농담이 아니었다. 엄마는 진지했다. 그 상자들은 엄마의 꿈이고 희망이었다. 두 번을 더 왔다 갔다 한 후에야 짐을 다 실을 수 있었다. (p146)
서른 여덟 여자와 서른 여섯 남자가 만났다. 지인의 주선으로 만나게 된 남녀 사이는 점점 더 가까워지게 된다. 결혼보다는 나이가 찻으니, 남자를 한 번 만나볼까, 그 정도였을 것이다. 그런데 점점 더 여자는 남자에게 들이대고 있었다. 남자에게 키스를 할 타이밍을 찾고 있었지만, 속절없이 한달이 흘러버렸다. 여자의 애타는 마음을 남자는 알 길이 없었다. 남자는 자신의 집을 여자에게 말하였지만,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남자들이 사는 집 특유의 냄새를 여자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그 은밀한 감정과 느낌들, 그것이 두 사람을 소원하게 만들었고, 노골적으로 들이대는 여자는 자꾸만 거리를 두는 남자로 인해 상처를 받게 된다. 왜 그런 걸까, 왜였을까, 여자로서 나는 매력이 없는 걸까, 자괴심에 빠졌던 여자는 그렇게 남자에게 화를 내고 말았다. 자존심을 내려놓고, 키스데이 날 키스를 하겠노라 다짐하지만, 계획은 점점 더 어긋나고 있었다. 결혼하고 싶다기 보다는 자신이 여성으로서 매력이 없다는 사실이 부끄러웠고 속상하였다. 남자는 그제서야 자신의 과거를 여자에게 말하고 있었다. 남자는 내 안의 상처를 말하니, 여자는 그제서야 이해하게 되었고, 서로 오해는 풀리게 된다. 사랑이 연애가 되었고, 키스는 결혼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제서야 여자는 엄마가 나를 위해 준비해 놓은 혼수품이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9년 묵은 혼수품을 들여다 보는 그 순간의 감정은 어떠했을까, 그걸 느낀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고, 느낄 수 있게 되는거다. 이 책에는 바로 그러한 남녀 사이에 존재하는 사랑의 속삭임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두 사람은 6개월 뒤 결혼하게 되고, 시어머니 시아버지와 함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