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잃지 마, 어떤 순간에도 - 누군가를 사랑하기 전에 나를 사랑하는 일, 나를 안아주는 일
조유미 지음 / 허밍버드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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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불공평한 사랑

문득 그 사람에게
심술이 났다.

내가 보낸 문제에 
오랜시간 동안 답장하지 않는 게 
미웠기 때문이다.

뮬론 그것만으로 
심술이 난 건 아니었다.

그동안 조금씩 쌓인 마음이
한 번에 터진 것이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
그에게 답장이 왔지만
나는 문자를 읽지 않은 척,
일부러 답장하지 않았다.

내가 그에게 부릴 수 있는 
가장 잔인한 심술이었다.

오늘처럼 나를 서운하게끔
만들지 않기를 바랐다.

그리고 몇 시간 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에게 답장을 보냈다.

"미안 , 좀 바빳어."

하지만 그는 나와는 달리 태연했다.

"괜찮아, 바쁘면 이따가 연락해도 돼." 

이사람은 어쩜 이렇게 
아무렇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답장이 조금만 늦어도 
마음이 조마조마한데
너는 왜 나의 큰 변화에도 
태연한 걸까. 

사랑, 참 불공평하다. (p45) 

을의 연애

연애를 할 때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깍아내리는 사람이 있다.

상대방이 내게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해도
혹시나 내 곁을 떠나갈까 봐
어쩔 수 없이 들어주기도 하고

나는 별로 내키지 않지만
상대방이 좋아하니까
억지로 들어주기도 한다.

더 사랑하는 사람이
'을'이 된다며 늘 불평하지만

나 자신을 '을'로 넣은 건
내 선택들이었다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거절할 것은 거절했다면
상대방도 내 존재를
'을'로 여기지 않았을 텐데

무슨 짓을 해도 다 받아 주니까
자기 멋대로 연애하는 것이다,

헤어지는 게 두려워서
자신의 가치를 깍아 내리는 행동을 하지 마라.

그럴 수록 사랑은 균형을 잃어서
불공평해질 것이며
상대방은 당신의 마음을 
더 우습게 여길 것이다. (p101)

마냥 이해만 바라는 너

내가 듣고 싶었던 건
너의 따뜻한 진심이었는데

네가 들려주는 건
나를 설득하는 핑계들이었다

바빠서, 피곤해서
그럴수밖에 없었다는
너의 말이 싫다.

너의 바쁨으로 내 마음이 아픈데
너의 피곤으로 애 마음이 속상한데 

마냥 이해만 바라는
너의 태도가 싫다.

사랑한다는 말보다
이해한다는 말을 더 많이 하는 내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이 힘겨운 줄다리기에서
내가 손을 놓으면 

뒤로 넘어져서 다치는 건 너인데
왜 너만 모르는걸까. (p233)


사랑에 관하여 에세이처럼 느껴지는 시집을 펼쳐들었다. 저자 조유미씨는 사랑에 관하여, 여성의 관점에서 서술해 나가고 있다. 이성을 사랑하는 여성의 마음 얹저리에 숨어있는 사랑에 관한 의미, 그 의미 속에서는 해를 따라 움직이는 해바라기마냥, 사랑하기에 한 남자를 바라보고 기다리고, 쳐다보는 한 여성이 있었다. 때로는 이해할 수 없어서, 때로는 기다리다 지쳐서, 때로는 나 자신의 마음은 어디로 간 건지 알지 못한 채, 남자에게 맞춰 져야 하는 것이 사랑 이면에 감춰진 현실이라는 것을 깨닫고, 지치게 되고 절망하게 된다. 사랑하지만, 행복을 얻기 위해서 더 많이 사랑을 추구하지만 현실은 행복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남자의 무심함이 여자에게 절망의 또다른 이름이었다.자신은 사랑하였고, 사랑을 원하였건만, 남자가 보여주는 사랑의 굴레는 또다른 힘겨움이며,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사랑하면 무엇이라도 하나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남자의 사랑 그 하나만 얻고 싶은데, 그게 자신에게는 넘볼 수 없는 가치, 넘어설 수 없는 가치가 아닐까 생각하게 되고, 사랑을 느끼고 생각할수록 억울하게 느껴졌다. 자신이 사랑을 온전히 보여주면, 상대방도 자신에게 온전히 사랑을 줄거라 생각하였건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시소 위에서 자꾸만 자신에게만 쏠리게 되는 그 불공평한 상황들이 반복되면서, 몸으로는 이해하지만, 마음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그 상황이 힘겨움 그 자체였으며, 넘어설 수 없는 장벽을 느끼게 되었다. 그런 상황이 반복되면 될수록 이해하려고 하지만, 이해되지 않는 현실을 마주하면서 , 만남이 이별의 불씨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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