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나를 위해 펜을 들다 - 인생이 즐거워지는 아주 사적인 글쓰기 예찬론
김진 지음 / SISO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갑자기 펜을 들고자 했던 마음은 어디서 왔을까?글쓰기는 사랑을 전제로 한다. 글을 쓰는 이유는 자신이든 타인이든 모두가 사랑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를 위해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사랑이다. 그 대상이 내가 되더라도 말이다. 글을 쓰면서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없다. 사랑은 글을 쓰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누군가 펜을 들었다면 그 사랑을 쓰기 위해서다. 글의 힘은 오직 사랑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내 모습을 들여다봐도 내가 겪은 모든 것이 사랑이었다. 내가 써온 일기, 소설, 편지 모두가 사랑의 기반 위에서 쓰였ㄷ. 일기는 내 자신에 대한 애처로운 사랑이었고, 어렵게 쓰인 소설은 내 자신에 대한 간절한 사랑이었으며, 누군가에게 전해 줄 편지는 내 자신에 대한 따뜻한 사랑이었다. (P41)


읽기는 입력이고 쓰기는 출력이다. 두 가지 모두 힘이 느껴지고 체득과 발산, 서로 상반된 의미를 지니지만 같은 정신활동임은 부인할 수 없다. 읽는 행위는 쓰기를 통해 만들어진 글이나 책이라는 결과물이 있어야 한다. 이 사실만으로도 읽기보다는 쓰기가 먼저임을 알 수 있다. (P94)


글을 쓰고자 한다면 먼저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 중요하다. 글쓰기와 정신을 긴밀하게 연결되어 어떤 마음이든 마음이 돌아오지 않으면 글을 쓸 수 없다. 화가 가라앉고 정신이 비로소 안정을 찾았을 때 생각이 서서히 돌아오기 때문이다. 글이 안 써지는 날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이유가 무엇이든 자신의 마음을 살펴야 한다. 마음이 내주지 않으면 단 한 줄도 쓸 수 없는 게 글이다.(P107)


나는 글쓰기가 마음을 형상화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마음이 주는 생각으로 쓰는 게 글이고, 그 생각이라는 것은 조건없이 던져주는 마음의 선물이기 때문이다. (P117)


달리기와 글쓰기는 같다. 어떤 방해 없이 자신의 내면을 만날 수 있는 일이라서 그렇다. 글쓰기를 몰랐던 그 시절, 내가 달리기를 수행이라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은 내 자신의 내면을 마주했기 때문이었다. 혼자 있으면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내면과 마주할 수 밖에 없다. 내면을 마주하는 그 시간에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는다면 무엇이든 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 시간이 짧아질수록 한낱 생각이나 망상에 불과하게 된다. 달리는 일은 두 다리에 의존해 생각을 이끌어 낸 것이고, 글을 쓰는 일은 두 손에 의존해 생각을 이끌어 낸 것이다. (P137)


나이가 먹으면, 나의 흔적들을 기록해 나가고 싶어진다. 특히 내 주변에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날 때면, 글쓰기가 더욱 간절해진다. 살아가면서 무주하게 되는 상실과 고통에 대해서 글쓰기를 통해 써내려 가면, 내 안의 불안과 상념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 나갈 수 있게 된다. 돌이켜 보자면 그런 거다. 마흔이라는 숫자는 참 많은 것들을 상징하고 있다. 마흔이 되면, 많은 것들이 변화를 마주하게 된다. 서른과 다른 정신적인 변화와 마주하게 되고, 그 순간 순간을 캡쳐해 나가고 싶어질 때가 있다. 소중한 것은 소중한 데로 표현해 나가고, 소중하지 않은 반복된 일상도 마찬가지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글쓰기 찬양을 하고 있다. 자신이 글을 쓰게 된 것은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기 위해서라 한다. 또한 글쓰기는 마라톤과 동일시하고 있다. 돌이켜 보면 그런 거다. 나 또한 마라톤과 독서, 글쓰기를 병행하고 있으니, 저자의 생각에 대해 적극 동감하는 편이다. 저자는 풀코스 5회 완주했다고 하니, 그 정도의 달리기 실력이면 마라톤 초심자를 넘어서서 준고수에 해당되며, 많은 시간들을 마라톤을 통해서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고 있었다. 저자의 일련의 글쓰기는 매일 매일 글을 쓰는 습관에서 비롯되며, 우리는 일기를 통해서 글쓰기를 시작해왔다. 일기를 쓰고, 편지를 쓰고, 자신의 이야기를 남기는 것, 이런 것들은 모두 다 글쓰기의 하나의 행위이다. 마라톤은 두 발로 글을 쓰는 거라면, 글쓰기는 두 손으로 글을 쓰는 행위이며, 적극적인 내면 접촉과 연결되고 있다.


글쓰기는 사랑이다. 나를 사랑하고, 내 주변 사람들을 사랑하고, 나의 가까운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이다. 돌이켜 보면 나에게 좋은 일들이 있으면 글쓰기라는 행위에서 채워 넣으려고 시도해 왔으며, 나쁜 일들이 있으면, 글쓰기를 멈추게 된다. 내면의 감정이 요동칠 때 글쓰기가 쉽지 않은 것은 나 자신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쓰기에서 내 안의 감정들이 중요한 척도가 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즉 , 글쓰기를 통해서 우리는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고, 나 스스로에게 치유와 위로를 동시에 얻을 수 있게 된다. 이 책에서 나열하고 있는 글쓰기의 장점에 대해서 공감하는 이유는 내가 5년 내내 독서를 통해서 글쓰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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