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달이 우리 딸을 지켜주겠지 - 고등학교 3년, 딸에게 보내는 엄마의 편지
진유정 지음 / 자유문고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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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 기명아.
우리 딸 덕분에 모처럼 어제 행복한 봄나들이를 했구나. 네 동생 표현대로 70년대 영화세트장 같은 풍산 읍내를 돌면서 고향의 정취를 느끼고 추억에 잠길 수 있었다. 어마는 시골 태생이라 '다방'이라는 간판도 정겹고, 다 낡은 방앗간, 비좁은 가게 장터 등등 그저 모든 게 정답고 포근하더라. 특히 장터 옆에 우뚝 솟은 교회는 정말 평화롭게 보이더라. (p51)


문장이는 가우언도 정선에 있는 기림산방에서 수련 잘 마치고 어제 오후에 돌아왔다. 엄마도 보고 싶고,아빠도 보고 싶고, 언니도 보고 싶고, 학교도 가고 싶고, 심지어 풀 한포기도 감사하더라고 아주 순한 표정이 되어 말하더라. 그곳 수련이 워낙에 몸을 많이 사용하는 것이어서 나름 힘들었나 보더라.,(p106)


기명아.(p11)
불철주야 단 한가지 목표를 향해 부지런히 공부할 기명이를 생각하면 엄마가 단 일분도 헛되이 보내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한다.아침에 일어나 홍삼 꼭 챙겨 먹고 ,저녁에는 비타민 잘 챙겨먹길 바란다. 나중에는 결국 체력 싸움이니 틈나는 대로 운동도 규칙적으로 하고, 알았지? 엄마도 운동을 가장 우선순위로 두고 열심히 해서 건강한 엄마가 되려고 해. 그래야 우리 딸들 오래오래 돌보지. 그럼 오늘 하루도 잠자는 시간까지 평안하길 기도한다. (p157)


기명아.
갑자기 날이 많이 추워졌다. 건강 조심하고 하루하루 기쁘게 살았으면 좋겠다. 수능이야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다보면 다가오는 것이고, 그날 가서 시험 보면 된다고 편하게 생각했으면 해.네가 걱정을 해도, 걱정을 하지 않아도 피할 수 없는 것이니 그냥 담담하게 받아들여라.엄마가 너무 편하게 말하는 것 같아 미안한데 어쩔 수 없다. 넌 대한민국 고등학생이니 어쨌든 엄마는 늘 너의 안녕과 건강과 지혜를 위해 기도할게. (p206)


<저 달이 우리 짤을 지켜주겠지>를 쓴 저자 진유정씨는 두 달 기명이와 문정이를 둔 어마로서, 딸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감춰져 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세상을 먼저 떠난 단원고 아이들과 1997년생 똑같은 나이,세월호 아이를 바라보는 그 감정이 딸을 바라보는 감정 그 자체였으며, 저자의 슬픔이 아려오는 그 마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책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느낀 점들, 그 점들이 우리 삶 곳곳에 드러나게 된다. 경북 안동 풍산읍내에 자리잡고 있는 자율학교 안동풍산고에 첫째 딸을 입학 시켰으며, 둘째 딸도 2년 뒤 입학하게 된다. 서울에서 느껴야 했던 입시에 대한 부담감, 명문대학교에 반드시 가야 한다는 생각을 덜어내고, 시골에서 느낄 수 있는 자연의 정취와 아이들과 더불어 함께 하면서 ,고등학교에서 느끼는 추억들을 고스란히 누리고자 하는 엄마의 마음이 느껴졌다. 


안동 풍산고등학교는 내가 사는 곳에서 50여km 밖에 안되는 가까운 곳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새삼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다방과 방앗간, 작은 구멍가게, 동네 이발소, 디딜방아 등등등,시골에서 느꼈던 자연스러운 일상들이 우리 곁에 항상 놓여지게 된다. 살아가면서 마주하게 되는 수많은 우리의 일상들,경쟁에 내몰리는 딸에 대한 안타까움과 애틋함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엄마의 깊은 사랑이 느껴졌으며,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시골의 정서를 받아들이면서 아이들이 건강하고 바르게 자랐으면 하는 엄마의 사랑 또한 얻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좀 부러웠다.시골에 살다보니 시골에서 누리는 것들에 대해 고마움을 잘 못 느끼게 된다. 그래서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 하나 하나가 나에게 익숙함 그 자체였으며, 한편으로는 그것이 좀 색다르게 다가오게 된다. 그것은 살아가면서 마주하게 되는 무명의 자원들, 시골에서 산과 들과 나무에 둘러쌓이면서, 아스팔트가 아닌 흙을 밟고 다니는게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금 그 소중한 가치를 온전히 받아들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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