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과이 랩소디 - 지구 끝에서 던지는 이야기
명세봉 지음 / 예미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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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매스컴에서는 미국 사회나 선진국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민자녀만을 부각시킵니다. 그래서인지 미국과 영어권 사회에서는 학업만이 세상의 기준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남미의 이민사회에도 현지인 사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2세들이 많은데 전혀 관심이 앖는 것도 남미에 사는 이민자로서 불만입니다. (p56)


남미 파라과이의 크리스마스 풍경은 언제나 뜨거운 여름 날씨에 밤이면 집집이 정원에 켜져 있는 크리스마스트리 그리고 '페세브레'라고 부르는 예수니 마구간 모양의 장식물 주위로 야자 꽃, 수박, 멜론, 포도, 바나나, 오렌지 등 토산 과일 등이 놓여 있는 화려하기보다는 소박한 목가적 풍경입니다. (p76)


예전에 택시를 타면 파라과이 운전사는 한국말로 "뻘리빨리"를 외치며 서두르는 모습을 보여주곤 합니다. 그리고 언제나 돌아오는 그들의 반응은 '트랑킬로 아미고'입니다. 의역하자면 '진정해라, 친구야! 급할 것 없다,편안히 마음 먹어라" 이 정도 아닐까? 비좁고 각박한 한국에서 온 이민자는 넓은 땅덩어리와 천혜의 자연과 값싼 물가와 더불어 풍부한 고기와 채소와 과일에 놀라기도 하지만 , 한편으로는 그런 혜택을 두고도 게으른 탓으로 발전이 더딘 남미를 우습게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4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운 날씨와 기후 탓에 한국처럼 급하게 살고 열심히 일하는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거나, 아니면 지척에 둔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지도 못한 채 매일매일 반복된 일상에 나이만 먹어가는 모습이 허무하게 느껴질 때, 12월의 한여름이면 만사를 제쳐놓고 대서양의 바닷가로 휴가를 떠나는 남미인의 단순한 모습이 축복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p91)


나는 요즘 나의 심심한 삶을 통해 세상에 넘쳐나는 종과 색깔의 다양성을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은 미운 놈, 고운 놈으로 시작하여 잘난 놈, 못난 놈, 있는 놈, 없는 놈, 잘하는 놈, 못하는 놈, 한심한 놈, 썰렁한 놈, 재수 없는 놈, 열 받게 하는 놈, 나쁜 놈, 착한 놈, 마음에 드는 놈, 마음에 안 드는 놈, 필요한 놈, 쓸모 없는 놈, 미친 놈, 정신 나간 놈, 헛소리하는 놈, 더러운 놈, 멀쩡한 놈 등등 모든 부류가 모여 이 세상과 이 사회를 재미있고 다양하고 역동적으로 만드는 것쯤은 잘 알고 있지만 어쩌겠습니까. (p173)


남미에서는 원주민 문화의 모계사회를 닮아서일까 아니면 세계화의 폐해라 할까 날이 갈수록 결혼이라는 개념이 희박해지는 것이 처녀가 아이를 임신해도 주위에서 축하해주는 진풍경이 벌어지고는 합니다. 그만큼 남미에서는 성에 관한 한은 어디 못지않게 노골적이고 개방적입니다. 그런 문화의 차이가 어린 나이에 이민 온 나에게는 가장 충격이었다고 기억이 됩니다. (p202)


파라과이하면 먼저 떠오르는 이가 미수다에 출연한 1987년생 아비가일 알데레떼이다. 미수다에서 한국말을 똑 부러지게 하는 남미 파라과이 출신 처자이며, 한국에 적응하면서 방송인으로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남미의 파라과이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파라과이에 이민해 40년간 살아가고 있는 저자 명세봉씨의 삶은 독특하면서도 새롭게 느껴진다.


저자는 17살 되는 1977년 파라과이에 이민하게 되었다. 아빠를 따라 이민하였고, 파라과이 이민 1세대로서 느껴야 하는 삶에 대한 고충이나, 현지에서 이민자로서 느꼈던 불평등과 차별을 감내하면서 살아가게 된다. 저자는 파라과이에 적응하면서 견딜 수 있었던 이유를 일본인에게서 찾고 있다. 파라과이에 먼저 정착해 살았던 일본인의 성실성과 근면성, 그리고 동화력이 일본인과 모습이 닮은 한국인들이 큰 어려움 없이 파라과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었고 그들의 삶에 동화될 수 있었다.


한편 파라과이는 열대지역으로 풍요로운 삶을 추구하게 된다. 지척에 열대과일이 널려있고, 언제 어디서든 싼 가격에 열대과일을 따먹을 수 있었다. 현지의 풍부한 고기와 열매, 낮은 물가는 파라과이의 매력이다. 하지만 한국인으로서 자신은 그런 파라과이인들의 모습이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그 이유는 자신이 살아온 삶과 파라과이 현지인과 비교할 때 그들의 삶은 너무 게을러 보였으며, 발전이 더딘 파라과이 사회가 답답해 보였다.그리고 처음 파라과이에서 마주한 파라과이 성문화는 저자의 기준으로 충격적인 모습 그 자체였다.


하지만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하지 않았던가. 파라과이에서 살면서 그가 추구했던 삶들은 조금씩 적응하게 되었다.그들은 더운 열대지역에서 자기에게 주어진 것에 대해 만족하면서 살아왔으며, 과거나 미래에 연연하지 않았고, 현재에 충실한 삶을 살아가는 그 모습에 동화되어 가기 시작하였다. 반면 한국인으로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성실성과 근면성은 파라과이 현지에서 수출일꾼으로서 책임을 다하였고, 그것이 자신의 자부심의 또다른 모습이다. 저자는 파라과이에 1990년 테라노바를 설립해 한인 사회에서 성공한 한국인으로서 알려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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