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나의 빈센트 - 정여울의 반 고흐 에세이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21세기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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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의 별을 그린 또다른 작품 '별이 빛나는 밤'에는 심각한 정신적 고통, 육체적 쇠약과 싸우는 동안에도 희망을 잃지 않은 빈센트의 해맑은 정신의 고투가 드러나 있다. 아를에 도착하자마자 크고 작은 문제로 갈등을 빚은 고갱과의 아슬아슬한 생활이 끝난 후, 빈센트는 자신이 정말 미친 사람일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p41)


빈센트는 평범한데다가 비천해 보이는 것들에서도 최고의 빛과 에너지를 차아내는 놀라운 재능이 있었다. 사람들은 빈센트가 그린 가난한 노동자, 농민, 광부에게서 '불편함'을 느꼈고, 그 속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제대로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열악한 상황에서도 최고의 빛을 찾아내는 재능은 빈센트 자신에게도 절실했다. (p52)


오히려 나는 대상이 느끼고 있는 '슬픔'자체에 아름다움을 느낀다. 빈센트의 그림을 통해 나는 슬픔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 아니 슬픔이야말로 인간이 지닌 가장 아름다운 자산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슬픔 자체가 꽃이나 풍경처럼 아름답다는 뜻이 아니라 '타인의 슬픔을 바라보는 화가의 눈빛'이 아름답다는 사실을. (p103)


빈센트에게 붓은 신중하고 섬세한 관찰도구이기보다 열정적이고 충동적인 감수성을 표현하는 도구였다. 순간적인 빛의 변화, 감정의 변화, 순간의 우연으로 즐기는 빈센트의 정신세계는 테오조차 이해하기 힘들었다. (p207)


빈센트가 고갱과 함께하길 고대했던 것은 단지 화가들의 이상적인 공동체를 꿈꾸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빈센트가 목마르게 꿈꾸었던 대상, 그것은 '초상화의 모델'이었다. 인물화를 그리기 위해서는 모델이 필요했지만, 까다로운 빈센트의 성격을 참아줄 모델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이와 달리 고갱은 설득의 귀재였다. 언변이 뛰어나고 남성적인 매력이 넘쳐서 여성들에게 인기가 있었고, 여성들은 고갱을 위해 기꺼이 모델이 되어주었다. 빈센트는 바로 그런 점을 부러워했다. 고개으이 친화력과 남성적인 매력이야말로 빈센트의 콤플렉스를 자극하는 특성이었다. 빈센트는 고갱과 함께라면 자신의 부족한 점이 채워질 수 있으리라 믿었던 것 같다. 자신에게는 냉정했던 아를의 아름다운 여인들이 고갱에게는 호의적일거라 생각했던 빈센트의 예감은 적중했다. (p247)


마음이 울적할수록 그의 그림은 더욱 환한 색채로 빛났다. 너무나 쓸쓸하고 우울했기에 , 더더욱 따스하고 환한 구원의 이미지가 필요했던 것이 아닐까? 1888년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날,빈센트의 우울은 극에 달했다. (p305)


'너는 절대 안 된다'는 세상을 향해 온 힘을 다해 맞서는 것, 그것이 빈센트의 간절함이었다. 나는 빈센트의 그림을 볼때마다 '당신이 그린 그림은 절대 안 된다'는 세상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눈부신 젊은이를 본다. (p355)


세상 사람들은 빈센트 고흐에게 위대한 천재라는 이미지를 선물해 주었다.그가 그런 위대한 가치를 받을 수 있었던 건 그의 삶과 그의 예술이 후대에 큰 영향과 교훈을 얻었기에 가능하였고, 그것이 우리에겐 하나의 의미였다. 공교롭게도 그가 살았던 그 당시에 빈센트는 천재였느냐 되물어 본다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을 것이다. 길가에 예술을 하는 거지처럼 보이는, 버렁뱅이 취급을 당했을지도 모를 정도로 빈센트 반고흐는 세상과 타협할 줄 몰랐고, 가난과 싸워야 하는,남동생 테오에게 의지해 살아가는 가난한 예술가일 뿐이었다. 그것이 빈센트 반고흐에게 주어진 삶의 운명이었고, 빈센트 반고흐는 그것을 감내하면서, 예술을 추구하게 된다.


빈센트 반고흐에게서 '열등감'을 보았다. 독한 술 압생트를 즐기면서 예술의 끊을 놓치 못하였던 빈센트 반고흐의 예술 밑바닥에는 깊은 저 심해에 잠겨있는 열등감 컴플렉스가 존재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결벽스러운 성격 때문에 원하는 초상화 모델을 구하지 못하였고, 모델을 구하기 위해서 고갱을 이용하지만, 반고흐는 고갱이 될 수 없었다. 살아가면서, 그가 비참한 삶을 살아야 했던 이유, 서른이 좀 넘은 나이에 늙은 할아버지 모습의 자화상으로 기억되는 이유는 이런 그가 가지고 있는 열등감 때문이다.


반고흐가 가지고 있는 열등감은 좌절과 가난을 선물해 주었다. 그리고 그에게 천재라는 타이틀도 동시에 얻게 된다. 사람들은 대체로 열등감을 가지고 있으면 나를 파괴하고, 남을 파괴하려는 성향을 지니고 있다. 물론 빈센트 반고흐도 그런 부류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 그가 자신의 귀를 자른것만 보아도 보통사람의 상식에서 벗어난 기벽를 보여주었고, 빈센트 반 고흐가 짧은 삶을 살아간 원인 제공자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는 예술이라는 치유책이 있었다. 절벽에 서 있었던 빈센트 반고흐에게 예술이란 한 가닥의 밧줄이었다. 열등감이 있었기에 그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서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으며, 남들이 알아주지 못해도, 자신만의 색채를 구현하려고 해 왔다. 테오의 물질적인 노력도 중요하지만, 빈센트 반고흐가 가지고 있는 예술에 대한 감각도 놓칠 수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의 예술세계는 내 삶을 바꿔 놓을 하나의 주춧돌이 될 거라는 걸 의심치 않는다고 다짐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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