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할까 퇴사할까 - 오늘도 퇴사를 고민하는 당신에게
민선정 외 지음 / 더블유미디어(Wmedia)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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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가 운다. 어린이집에 가기 싫단다. 등원 첫날이 아닌, 3년 차에 접어드는 일상인데 유독 오늘따라 어린이집에 가기가 싫단다. 단순한 칭얼거림이 아니다. 있는 힘껏 소리를 지르며 운다. 얼굴부터 목까지 벌게져 세상이 떠나갈 듯 절규한다. (p12)


이제 제일 중요한 관문이 남았다. 침대에 안착하기. 옆방에서 잠잘 준비를 마친 나는 안방 문 앞에서 호홉을 골랐다. 잠귀다 유독 밝은 남편에게 나의 존재를 들키지 않아야 한다. 슬며시 문을 닫고 흡사 뱀의 움직임과 같이 조용히, 유연하게 침대에 눕지만 오늘도 어김없이 실패다."몇시야?" 남편이 돌아누우며 물었다. 단 세음절의 말이 참 무겁게 들린다."왜 이렇게 늦었어?' '회사일은 혼자서만 하니?' '엄마를 기다리는 선유는 어쩔 거야?' 숨어있는 뜻을 지레짐작하며 이번에는 한숨을 삼킨다. (p15)


'일 잘하는 직원'이라는 타이틀을 놓을 수 없어회사에서는 늘 'Yes"를 외치지만 남편과 아이에게는 'No'만 외치고 있을 때, 일에 매진하는 나를 향한 남편의 투덜거림이 무서워 아이고하고만 대화하고 있을 때, 후배들의 고민은 잘만 들어주고 해결책도 깊게 고민하면서 남편의 지친 마음은 외면하고 있을 때, 아내라는 이름으로 퇴사를 하고 싶었다. 가정의 행복을 위해 나의 희생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p17)


엄마가 되면 당연히 갖게 된다는 모성애.어마에게는 나를 향한 모성애에 기대어 내 아이를 맡겨두고 정작 내 아이에게 나는 이기적인 엄마였다. 당연함의 영역마저 나를 비껴간 듯 아직은 나를 위해 더 치열하게 살고 싶은 ,그래서 내게 주어진 엄마라는 역할을 융예하고 싶은 나는 그저 몸만 엄마였다. (p22)


이 책으 앞머리에 등장하는 첫번째 이야기는 15년차 직장인이자 워킹맘 민선정씨 이야기다. 결혼 후 딸을 낳고 마주하게 되는 현실적인 어려움은 집과 직장안에서 눈칫밥으로 이어지게 된다. 딸 선유에 대한 엄마로서의 책임감과 의무감은 직장과 가정을 병행하면서,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무너지게 된다. 아이를 사랑하고, 엄마로서의 도리도 함께 다하고 싶지만, 직장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들로 인해 발목 잡히게 된다. 성과를 내는 직장인, 일을 잘하는 직장인으로 거듭나기 위해 야근을 밥 먹듯하면서, 직장인 민선정이 아닌 집에서는 선유 엄마로 바뀌면서, 스스로 아이에 대한 죄책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출근할 때, 자신의 바짓가랑이를 끌어안고 우는 아이를 보는 엄마의 마음은 속수무책이며, 퇴근 후 늦게 집에 돌아올 때, 자신을 기다리는 아이와 남편으로 인하여, 점점 자신의 삶은 위축되어졌다. 일과 가정 모두 잘하고 싶지만, 그것이 잘 되지 않는 현실을 꼬집어 이야기하고 있으며, 여느 워킹맘과 별반 다르지 않는 일상들이 펼쳐지고 있다.


이 책을 읽게 되면 많은 걸 생각하게 된다. 직자인으로서 성공하고 싶은 워킹맘의 마음에 공감할 수 밖에 없고, 남자와 다른 여성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사실에 대해서 마주하게 된다. 자유와 평등 , 배려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한민국에서 정작 자유와 평등의 본질적 가치를 외면하고 있으며, 아이를 키우고 싶지만,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사회의 또다른 상황과 마주하게 된다. 출근과 퇴근의 경계선에서, 퇴사를 꿈꾸지만, 현실적인 경제적인 문제, 자아실현에 대한 욕구로 인하여 퇴근을 할 수 밖에 없는 우리 사회의 또다른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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