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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가지 생존기 ㅣ 특서 청소년문학 7
손현주 지음 / 특별한서재 / 2019년 4월
평점 :
"이쪽이야."
아빠는 벌써 차에서 내려 나와 동생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아빠가 말하는 쪽으로 눈을 돌렸다. 그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눈앞에 보이는 집은 내가 여태껏 상상한 유럽식 펜션이 아니었다. 농촌 박물관에나 있을 법한 허술한 기역 자 형태의 농가주택이 산을 등지고 있었다. 도로포장도 되어 있지 않은 길 앞에 논과 밭이 한지처럼 펼쳐졌다. 길가로 난 큰 창은 도둑이 드나들기 딱 좋아 보였다. 집 뒤로 보이는 산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산기슭 외딴집이 따로 없었다. 나는 돌아갈 수만 있다면 서울로 확 달아나고 싶었다. (p13)
싸가지가 느닷없이 달별이에게 달려가 어깨를 흔들며 칠 듯이 말했다.
"내가 숨겼다는 증거 있어! 증거 대 봐. 지가 잃어버려 놓고 누구더러 숨겼대!"
달별이가 재수 옴 붙었다는 듯이 쏘아붙였다. 싸가지의 얼굴이 벌건 속처럼 변하더니 갑자기 책상에 주저앉으며 엎드여 소리를 내 울었다. (p41)
오늘은 종일 비가 왔다. 나는 점심시간에 도서실에 들렀다. 도서실은 복도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고요했다. 도서실는 신기한 공간이다. 혼자 있어도 고독하지 않다. 시간이 멈춘 듯 그 어떤 고민도 사라지게 하는 힘이 있다. 책이 빽빽이 채워져 있는 서고로 다가가 작가들의 삶이 담긴 책이 있나 살폈다. (P117)
"야! 주아령 네가 나에 대해 얼마나 안다고 함부로 말해? 내 고통에 대해 알아? 텅빈 집이 적응되지 않아 종일 멍 때리며 시간 죽이는 기분, 그것도 힘들면 밖에 뛰쳔가 화장품 매장을 종일 쏘다녔어. 화장품을 하나둘 사다 보면 마음에 텅 빈 구멍이 채워지더라. 아토피 때문에 화장하면 안 되는데 나도 모르게 중독성이 생겼어.그런데 이제 짙은 화장도 진절머리 나, 재미없어...그속에서 빠져 나오고 깊어." (P160)
소설 속 주인공은 열여섯 주아령이다.베체트씨 병에 걸린 아빠와 시골에 머물러 살게 되면서, 주아령의 삶은 갑자기 도시에서 시골로 공간 이동하게 된다. 도시에서 외고입시를 꿈꾸었던 주아령은 양평의 시골에서 전교 1등을 꿈꾸었지마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시골에서 전교 1등은 항상 수업시간에 잠을 자는 달별이였다.전학생이면서, 항상 반 아이들의 눈치를 살피던 주아령은 반에서 싸가지라 부르는 윤이슬에게 찍히고 말았다.
윤이슬과 주아령의 만남은 우연이었다. 시골에 오면서 자전거를 타고 가는 싸가지 윤이슬이 가지고 다니는 인형이 그만 주아령의 품속으로 들어가게 되었고, 서로 오해가 생기게 된다.반 아이들 사이에 왕따 아닌 왕따가 되어야 했던 주아령은 아슬아슬한 학교 생활을 보내게 된다. 하지만 반 아이들과 함께 서로 이해하게 되면서 싸가지 윤이슬의 집에 직접 찾아가게 되었다. 윤이슬은 인형을 항상 끼고 다니면서, 집에는 자신이 모은 피규어가 한가득 있었다. 하지만 주아령에겐 있고, 윤이슬에게 없는게 있었으니 바로 부모의 존재였다. 윤이슬이 싸가지가 될 수 없에 없었던 이유, 피규어를 모으고 화장을 하게 된 이유는 자신의 내면을 채워줄 수 없는 부모의 존재감이었고, 사랑이었다. 주아령은 돈이 많은 윤이슬을 부러워 하였고, 윤이슬은 부모와 함께 살아가는 주아령을 부러워 하게 된다.
시골에 운명적인 사건이 하나 일어났다. 그건 주아령의 아짜가 차를 끌고 가다가 사고를 낸 것이다. 함께 살았던 시골 사람들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게 되고, 그로 인해서 아령이 엄마는 피해자의 집에 직접 찾아가 딱하 사정을 이야기 하고 합의를 보면서 시골에 적응하면서 살아가게 된다.
책에서 아령이 마주하게 된 양평의 시골의 모습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도 그렇고, 자신이 생각한 것과 다른 시골의 모습에 대해 아연실색하게 된다. 도시에서 살아왔던 익숙했던 그 삶이 그리워지게 되고, 스스로 그걸 내려놓아야 한다는 걸 아령 스스로 깨닫게 되는데, 점점 더 학교에 적응하게 되고, 아령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꿈을 키워 나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