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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심리학
윤현희 지음 / 믹스커피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한 계절을 자연 속에서 은둔했던 화가는 클림트뿐만이 아니었다. 클림트보다 한 세기 앞섰던 독일의 화가 캐스퍼 프리드리히와 그의 후세대 유럽의 많은 시인과 예술가들,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 역시 1년에 한두 달은 자연 속에서 심신을 정화하고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곤 했다. 메사추세츠 콩코드 숲속의 월든 호수에 은거했던 문학가 헨리 소로도 빼놓을 수 없다. (p58)
<압생트를 마시는 사람>은 압생트 한 잔으로 슬픔을 달랬던 파리지엥과 예술가들의 카페 생활의 단면을 보여준다. 드가는 다분히 현실적인 시선으로 그들을 담아낸다. <압생트를 마시는 사람>은 드가가 즐겨 다녔던 카페 누벨 아테네를 배경으로 유며한 모델이었던 엘렌 앙드레와 보헤미안 화가 마르셀랭 데부탱을 모델로 기용해 연출한 장면이다. (p113)
반 고흐만큼 푸른 색을 많이 쓴 화가가 있을까? 오직 푸른색만을 사용한 단색화를 그리다 못해 울트라머린 블루를 자신만의 특허로 만들어버린 이브 클랭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반 고흐는 작품을 통해 한낮의 바다 빛보다 더 깊고 푸른 프로방스의 밤하늘을 우리 앞에 보여주었다. 그가 아니었더라면 낮보다 다채로운 색을 품은 아를의 밤풍경이 우리의 영혼을 위로할 수 있었을까.(p201)
그림 속의 자연과 고요한 일상은 그녀가 누렸던 현실이라기보다는 닿고 싶어하는 지향점 같은 것이었다고 어떤 비평가는 지적한다. 남편인 외젠 마네는 그녀를 "고집 세고 가슴은 텅 빈 껍데기와 함께 사는 것 같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자존심 강한 남자들의 세계에서 존재를 인정받고 도태되지 않기 위해 애쓰던 그녀의 내면엔 어느 부인들의 남편을 향한 살가운 마음이 자리할 겨를은 없었던 건지도 모른다. (p282)
미술과 예술.예술가는 자신이 남겨놓은 작품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왔고, 무엇을 구현하고자 하였는지 때로는 궁금할 때가 있다. 서양의 화가들, 특히 1세기 전 우리가 살아있기 전 세대의 사람들의 모습을 화폭에 담아내려고 하였던 예술가들, 그들의 예술세계 뒷면에 감춰진 마음에 대해서, 그들이 마주했던 감정들은 예술로 승화시키기 위해서 어떤 노력들을 기울여 나갔으며, 예술가들과 예술가들의 교류에서 어떤 영감을 얻고자 하였는지 이 책을 통해 생각해 보았다.
예술가는 배고파야 한다는 편견을 우리는 꽤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다. 절박함 속에서 위대한 예술이 탄생될 수 있다고 철썩같이 믿고 있지만, 그것이 정답이 될 수 있고, 틀릴 수도 있다. 반 고흐는 정답에 가까운 존재이며, 피카소는 정답에서 벗어나 있다. 셀프 그림을 그려왔던 뭉크도 정답에 벗어나 있다. 반 고흐는 알다시피 테오와의 편지에서 자신의 심경을 오롯이 그려냈으며, 그가 구현하고자 했던 색체는 그에게 위로였다. 한편 독한 술 압생트를 즐겨 마셨던 유럽의 예술가들은 으스러져 갔으며, 죽음 속에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부여하게 되었다. 남다른 예술적 ,미적가치를 자신의 그림 속에 부여하고자 하였으며, 그것이 모방될 수 없는 궁극적인 가치가 되었을 때 그들에게 '위대함'이라는 형용사를 붙여나가게 된다.
예숭가들의 마음 언저리 속에 있는 정신병력적인 증상들, 그들에게는 평범함이라는 건 존재할 수 없었고 일종의 사치였다. 예술가로서 조증 고흐의 삶이 그러했고, 마네도 마찬가지다. 뭉크는 그림을 팔아서 돈을 모았지만, 자신의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었다. 걱정과 불안, 공포를 안고 살았으며, 자신의 감정이나 삶의 동선에 대해 그림으로 바꿔갔다. 프로이트 이론에 가장 적합한 존재가 뭉크였으며, 그의 이중적인 잣대는 현실의 기준들에 대해서 스스로 거부하였다. 속박되어지지 않고, 권위적이지 않으면, 때로는 ADHD적인 문제들을 노출하였지만, 그것이 약점이 아닌 강점이 되어왔던 그들의 예술적 가치에 대해서,그들이 현실을 어떻게 인지하였고, 새로운 예술적 가치로 구현하려고 하였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