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아이학개론 - 누구보다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
김희윤 지음 / 경진출판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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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라는 아지트를 통해 인간은 희망을 희망한다. 이마를 짚어주던 손, 어린 날의 따뜻한 기억은 결정적인 순간에 나를 붙들 것이다. 기억될 수 있는 것을 기억함으로 온전히 살아갈 힘을 얻게 되는 생, 절망하는 가운데 내가 떠올릴 수 있는 기억의 한 지점은 나를 구원하던 차가운 손길이다. (p28)


사실 두렵다는 말은 실체가 없다. 구체적으로 대상화할 수도 없다. 누군가가 무엇 때무에 두려워한다고 이야기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만인에게 적용될 수 있는 온전한 두려움의 원인이 될 수는 없다. 나는 뻣 속까지 문과라 수학을 두려워하지만, 수학자는 수학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p38)


결국 나의 언어는 곧 나의 세계다. 우리는 언제라도 세계를 넓혀 나갈 수가 있고, 단숨에 좁혀 버릴 수도 있다. 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상관없다. 다만 세계를 넓혀나가기란 쉽지 않은 일인 반면 , 좁히는 것은 한 순간이라는 접에서 차이가 있다. 사실 조금만 부정적인 상황이 벌어져도 나의 세계는 지각변동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우리에게는 항상 자멸의 버튼이 있기에 그것을 눌러 스스로를 파괴하고 후회하도록 설계되어져 있다. 인간은 선하나 완전하진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최선이라 생각하고 발설한 언어는 항상 불완전하기 짝이 없다. 아무리 생각하고 다듬어도 표현은 완성형이 될 수 없고, 논리적 허점은 자주 발생하기 마련이다. (p79)


책을 읽다보면 우연찮게 '얻어걸린다'고 감히 말할 수 있는 책들이 있다. 사람들에게 크게 관심 가지지 않는 책이면서, 기대치도 낮은 책들, 그런 책들 중에서 알짜스러운 책을 선택할 때가 간간히 있다. 김희윤 씨의 <어른아이학 개론>이 바로 그런 대표적인 책이다. 어디에서 빼끼지 않고, 여느 책에서 모방하지 않으며, 온전히 저자의 생각과 가치관에 기준을 둔, 사유의 깊이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한 권의 책이었다. 


이 책은 자기계발서라 되어 있지만, 인문학과 자기계발서를 오가고 있다.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을 얻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인문학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특히 저자의 철학적인 깊이와 식견이 자세히 드러나고 있으며, 사회적인 안목과 저자의 독특한 시선들이 나타나고 있었다. 아이와 어른의 경계선에 서 있는 저자의 또다른 자아가 느껴졌으며, 미성숙하고, 때로는 불확실한 존재 어른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저자의 남다른 삶의 철학과 자세를 느끼게 된다. 특히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여느 책에서 나타나지 않는 부분들이 시간적 흐름과 장소의 연속성에서 교차되어지고 있다. 


저자는 우리가 쓰는 언어의 특징에 대해서 말하고 있었다. 언어는 그 인간을 규정하게 되고, 그 인간의 세계를 나타낸다. 그 사람이 쓰는 언어가 그 사람 자체이다. 그의 외모나 모습과 달리 그가 쓰는 언어는 그 사람의 정신과 맥을 같이 한다. 언어는 본질적으로 불완전하며, 논리적인 허점을 간직하게 된다. 다만 완벽함을 추구하려는 인간이 있을 뿐이다. 인어와 세계의 상호관게 안에 감춰진 저자의 생각이 고스란히 내포되고 있으며, 우리가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싶다면, 내가 쓰는 언어부터 바꿔야 하는 건 당연지사이다. 시간에 얽매이고 있으며, 그 테두리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행복을 원한다면 현재에 충실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며, 우리가 불행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과거와 미래를 자꾸 들여다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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